푸른 눈동자의 이방인들
푸른 눈동자의 이방인들은
비 내리는 대낮부터
편의점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한국 과자와 맥주를 잔뜩 올려놓고는
쉼 없이 말을 뱉어냈다.
가끔 웃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울한 분위기였는데
이건 비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 때문일까.
문 연 가게들은 문 닫은 가게 마냥 조용했고
아주 이국적인 노래들이 쓸쓸하게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친구 녀석과 ‘모서리’란 이름의 가게에 들어가 타슈켄트 스타일의 국수를 먹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누군가의 머리칼을 후루룩후루룩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푸른 눈의 아주머니가 어제 가게 앞에 한국인 바바리맨이 찾아왔었다고 했다.
나는 대신 사과하고 서툰 영어로 바바리맨 욕을 좀 했는데
테이블 위 고추기름에 그 바바리맨의 눈물이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누구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
그래, 누군가를 함부로 욕 하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