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네가 아닌 내가 미워서 생기는 것

“사랑이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by 수취인불멍

O에게

오늘은 네가 올린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었어.

강의 끝나고 동기들이랑 찍은 단체 사진 같더라.

낯선 얼굴들 사이에 네가 서 있었고, 다들 웃고 있었어.


누가 네 옆에 서 있는지, 누구랑 어깨가 더 가까운지,

누가 네 앞에, 누가 뒤에 서 있는지, 별 쓸데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다 보게 되더라.

처음엔 그냥 반가웠어.

네가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하게 마음 한쪽에서 묵직한 기분이 올라왔어.

질투라고 부르기엔 좀 유치한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기에는 꽤 선명한 감정.

나는 네 옆에 서 있는 그 사람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

네가 이야기로만 들려준 이름들,

같이 과제를 하는 친구들, 밥을 나눠 먹는 룸메이트,

라이브러리에서 밤늦게까지 같이 버틴다는 그 동기들.


사진을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지금 네가 웃고 있는 이유들 중에,

나는 얼마나 차지하고 있을까.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네가 잘 지내는 모습이 기분 좋으면서도 동시에 좀 서운해.

내가 옆에 없는데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그러면서도, 거기에 끼어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애매한 질투가 스멀스멀 올라와.


내가 모르는 농담을 나누고, 내가 모르는 표정을 훨씬 가까이에서 보고 있겠지 하는 상상들.

한편으로는 네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도 질투가 나.


너의 영어 실력, 너의 용기, 혼자 먼 도시로 떠나서 그 낯선 커리큘럼을 버티고 있는 힘.

나는 여전히 서울에서 비슷한 골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쓰는 대본이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너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와 시간대 속에서

다른 종류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잖아.


이런 마음을 적다 보니,

질투라는 게 꼭 “너를 의심해서” 생기는 감정만은 아닌 것 같더라.

거의 대부분은, 너를 의심해서라기보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올라오는 감정에 가까운 것 같아.

내가 너에게 충분한 사람인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언젠가 네 곁에 서 있을 자격이 되는지,

너 없는 시간 동안 내가 해온 선택들이 부끄럽지 않은지.


이런 질문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

나는 네 주변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질투하게 돼.

그러다 문득, 오늘 아침에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어.


사랑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라고.


질투는 아마,

너와 내가 함께 보는 방향을 잠시 잊어버렸을 때 더 커지는 감정이 아닐까 싶어.

네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네가 그 사람과 얼마나 웃고 있는지에만 매달리면

우리는 서로만 마주 보느라,

정작 우리 앞에 놓인 길을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네 주변 사람들을 전부 좋아해 줄 자신은 없어.


그건 좀 위선 같고,

아마 앞으로도 사진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누구지?” 하는 마음이 한 번쯤은 들 거야.

그래도 최소한,

그 사람들을 전부 내 적으로 만들진 않으려고 해.


언젠가 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때,

나는 네가 어떤 얼굴로 그 이름들을 부르는지 더 궁금해할 거야.

네가 그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지금의 너를 어떻게 만들어줬는지,

어떤 순간에 네 옆을 지켜줬는지.


그걸 듣다 보면,

아마 그 사람들을 향한 내 질투도 조금은 모양이 바뀌겠지.

어쩌면 사랑한다는 건,

상대가 나만 바라보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곳을 보던 두 사람이

조금씩 같은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는 과정일지도 몰라.

그 과정에서 질투가 생기기도 하고,

불안이 고개를 들기도 하고,

무의미한 비교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순간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내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을 수 있는지,

그걸 확인해 보려는 마음.

아마 그게 내가 지금까지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이유인 것 같아.

그래서 오늘은,

나한테 생긴 질투를 네게 숨기고 싶지 않았어.


대신 그 질투를 네게 쥐여주고

“이건 네가 잘못해서 생긴 감정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어.

네가 누굴 만나든, 어떤 풍경 속에 서 있든,

나는 여전히 이 서울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

질투는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이고 찾아올 거야.


네 사진 한 장,

네가 무심코 꺼낸 이름 하나,

나보다 먼저 네 일상을 알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그래도 그때마다 생각해 보려고 해.


이 감정이 우리 둘 사이에 칼을 들이대는 질투가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한 나로 서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질투인지.

네 옆에서 같은 방향을 오래 바라보고 싶어서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인지.


오늘은 그걸 확인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맞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마음을 핑계 삼아 너를 의심하지 않기 위해서.

언젠가 네가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아마 그날의 사진도, 그때 내 기분도 잊어버렸을 거야.


다만, 어느 서울의 밤에

너의 사진 한 장을 보고 질투를 느끼면서도,

끝내 우리 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싶어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 사실만은 어렴풋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서울의 늦은 밤,



질투를 조금 내려놓고 있는 C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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