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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May 16. 2019

아이들이 말하는 '나는 이렇게 놀아요'

[C Program X 어린이과학동아] 독자 247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난 5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의 '어린이날 기념, 놀이 보고서'에 C Program이 소개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기 좋은 동네는 어떤 동네인지 진단하는 일명 '놀세권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는데요. 연구 내용에 앞서,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놀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직접 알아보고자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과연 2019년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놀고 있을까요?


어린이과학동아 어린이날 기념 '놀이 보고서' (2019.5.1)



8세~13세 독자들이 응답한 '나는 이렇게 놀아요'

지난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어린이과학동아에서 독자 247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응답자의 연령대를 보면 10살 (22.7%), 11살 (22.7%), 12살 (21.5%)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성별로는 남자 어린이 56%, 여자 어린이 44% 였으며 사는 동네 측면에서는 경기도가 40.5%, 서울이 34%, 그 외 지역이 25.5%로 나타났습니다. 그 외 지역의 경우 거제, 부산, 대전, 광주, 아산 등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평소에 무엇을 하며 노는지에 대한 설문 결과, 의외로 컴퓨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응답보다 술래잡기, 지옥탈출처럼 맨바닥에서 규칙을 만들며 논다는 응답이 더 높았습니다. 이 외에도 킥보드 등 탈 것과 함께 놀거나 공놀이, 놀이터의 놀이시설을 가지고 논다는 응답도 꽤 높았지요. 아마도 아이들이 즐겁게 놀았다고 기억하는, 잔상이 남는 놀이 활동에 바깥 놀이 활동이 많아서 인 듯 보였습니다.  


나와 친구들은 무엇을 하면서 노나요? 
바깥 놀이 활동이 많았던 의외의 결과 (출처: 어린이과학동아 설문 결과, 복수 선택 가능)



놀이 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데 막상 집 밖에서 얼마나 놀았는지 '놀이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체감하는 시간이 현저히 짧았습니다. 평소에 하는 놀이 유형에 대한 질문에는 바깥 놀이에 관한 응답이 높았지만, 하루 평균 전체 놀이 시간 대비 바깥 놀이 시간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죠.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을 논다는 응답은 64.8% 였지만, 집 밖에서 1시간 이상 놀았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인 34.4% 로 낮았습니다. 또한 집 밖에서 10분도 못 놀았다는 응답이 16%나 되는 것으로 보았을 때,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지만 뛰어놀고 싶은 마음 대비 제대로 논다고 생각하는 '유효 놀이 시간'이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내가 집 밖에서 놀지 못하게 가장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겨우 사수한 놀이 시간 동안에도 같이 놀 사람과 공간이 없는 아이들 (출처: 어린이과학동아 설문 결과, 복수 선택 가능)


'유효 놀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상은 놀이를 방해하는 요소에 대한 응답 결과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같이 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응답이 굉장히 높게 나왔죠. 이는 부족한 시간을 짜내어 놀더라도,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제대로 놀기 어렵다는 의미로, 최이명 박사님께서 어린이과학동아 놀이 보고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이 있어도 아이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게 밖에서 못 노는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놀이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만큼이나 기존의 놀이 시간을 제대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마주치고 학교, 학원을 오가는 길에 다양한 놀이 장소를 만난다면, 제대로 놀았다고 생각하는 '유효 놀이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강풀 '얼음 땡!' 5-6p



시간을 모으는 장소, 동네 놀이 환경

그래서 동네 놀이 환경이 중요합니다. 집 앞 놀이터부터 근린공원까지 다양한 규모의 놀이 장소가 있어서 할 수 있는 활동의 종류가 다양하고, 놀이 장소가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있어서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도 일상에서 놀이의 기회를 자주 마주치게 만드는 동네, 즉 아이들의 시간을 모아주는 동네가 놀기 좋은 동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린이 독자들은 본인의 동네가 얼마나 놀기 좋은 동네라고 인식하고 있을지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연구의 체크리스트 를 기반으로 질문해보았습니다. 응답 결과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영역은 실내 놀이 장소,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장소, 그리고 놀이에 대한 동네 어른들의 호의적인, 허용적인 태도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놀이를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서 '미세먼지'라는 응답이 꽤 높았던 만큼 실내 놀이 장소에 대한 니즈가 높게 나왔습니다.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생생히 느껴지는 주관식 답변들



좋은 어른이 만드는 놀기 좋은 동네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를 얼마나 배려해주는지에 대한 질문은 놀이를 할 때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총 247명 중 89명이 응답했는데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담배'와 관련한 경험입니다. 놀이터 혹은 놀이터로 가는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도 싫지만 담배 피우는 어른들이 있어서 무서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아저씨들이 놀이터 입구에서 막 담배를 피워요. 그래서 항상 불편해요. 그 앞을 지나갈 때 하고 놀이터에서 놀 때요. (13세, 서대문구)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응답은 '시끄럽다'와 관련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시끄러우니까 그만 놀아라, 혹은 다른 곳에 가서 놀으라며 놀이를 제지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민원, 관리실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듯 답변을 적기도 했습니다. 


공원이 아파트 사이에 끼어 있는데 너무 시끄러우면 민원이 들어온데요 (11세, 분당구)


그 외엔 위험하다며 못 놀게 하거나, 청소년이나 어른이 점유해버려 놀 수 없었다는 경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태권도가 늦게 끝나서 잠깐 그네만 조용히 타려고 했는데 경비아저씨가 후레시를 얼굴에 비추며 가라고 했어요." (12세, 송파구)

"인라인을 공원에서 타면 위험하다고 사람 없는 곳에 가라고 해서 속상한 적이 있어요." (13세, 하남시)

"큰 형아들이 미리 차지하고 양보해주지 않아요."(10세, 남양주시)

"놀고 싶은 곳에서 어른들이 축구해요." (10세, 용인시)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이 놀 때 어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일까요?


"시계가 없어 시간을 여쭈었더니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어요" (12세, 하남시)
"그네를 밀어주셨어요"(12세, 의정부시)
"우리가 놀고 있으면 흐뭇하게 웃어요" (12세, 과천시)
"같이 놀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여름엔 모기약도 뿌려주세요" (11세, 서초구)


생각보다 아이들은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어른들의 따뜻한 친절과 배려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아이들의 놀이를 슬그머니 도와주고 멀리서 지켜주는 '좋은 동네 어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관심을 가지고 보면 더 많이 보이는 '놀이의 순간'들


시간 만큼이나 공간과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

마지막으로 더 즐겁게 자주 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관식으로 물었습니다. 총 247명 중 112명이 응답한 결과는 '놀이 방해 요소' 질문의 응답처럼 1) 놀 곳, 놀이 공간 2)같이 놀 친구 3) 놀 시간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놀이를 방해하는 요소로서는 '놀 시간'이 가장 많이 나왔던 것과 달리, 놀이에 필요한 요소로서는 '놀이 공간'과 '같이 놀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방해 요소를 줄여주는 것만큼이나 필요 요소를 충분히 채워주는 것, 앞으로 구체적인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더 즐겁게 자주 놀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1위: 놀 곳, 놀이 공간 (51%)
"혼자 나가더라도 안전한 곳"
"실내 체육관 – 항상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미세먼지 많은 날 공개해주세요."
"운동할 수 있는 길과 땅"
"놀이 기구보다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주세요"

2위: 같이 놀 친구 (16%)
"친구가 시간이 된다면 필요한 게 별로 없다"
"하교 후 학원을 안 가서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저는 학원을 많이 다니지 않지만 친구들이 학원을 가서 놀 시간이 없어요 학원시간을 줄였으면 좋겠어요"

3위: 놀 시간 (9%)
"엄마가 허락해주는 자유시간"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들 일부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짧은 설문조사였지만 Play fund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만들고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동네 놀이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만들어가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새로운 놀이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만큼이나 아이들이 사수한 오늘의 놀이 시간을 제대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 아이들의 놀이를 슬그머니 도와주고 따뜻한 친절과 배려를 보여주는 것.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 관련 기사 보기: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8479


+ 우리 동네 놀세권을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포스터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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