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 작가: 엄마 건축가 홍경숙
<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는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놀이 환경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전시는 2019년을 사는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기 위해 C Program에서 후원한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를 토대로, 엄마 아빠 건축가 5팀이 만든 11곳의 놀이 장소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친구들과 뛰어놀기 좋은 동네를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브릭 Brick으로 놀이 장소 작품을 만든 엄마 아빠 건축가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전시에 참여했을까요?
Q. 건축가님, 그리고 건축교육이 궁금해요.
건축교육가는 건축 디자인을 베이스로 건축을 의뢰하는 사람과 의뢰를 받아서 만드는 사람, 모두를 어린이로 보는 거예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 때는 어린이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대부분은 자본을 가진 사람이 건축 설계를 의뢰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 묻기 위해 '교육'의 형태를 띄는거에요. 처음에는 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미술관, 박물관, 동네 책방, 문화센터 등에서 어린이들을 만나오다가 최근엔 학교까지 반경이 넓어졌어요.
Q. 건축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흔히들 건축 교육이라고 하면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건축을 알리는, 혹은 건축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아니라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건축 교육을 통해 만나는 거예요.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누구랑 언제 어디서 어떻게 노는지를 듣고 싶어서요.
전혀 모르는 사람하고 만나면 말을 터놓기 어려운데, 건축 교육의 자리를 통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그림책 등을 활용해서 그들의 문화에 들어가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에 있어서 학교는 정말 좋은 공간이에요. 학교 공간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제로 공간을 바꿔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최근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옹호센터의 ‘어디든 놀이터’ 사업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3차례 워크숍을 통해 만났어요. (‘우리 학교 놀이공간 찾기’,‘우리 학교 놀이공간 상상하기’, ‘우리 학교 놀이공간 구성하기’) 워크숍 결과를 기반으로 디자인 협의를 거쳐서 학교 중앙 현관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Q. 건축교육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건축가가 아니고 건축교육가라고 다가가는 이유는 건축가라는 전문성의 탈을 쓰고 '무언가 해주는 사람', '너희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관점보다는 ‘너희와 동등하게 이야기하러 왔어. 너의 이야기를 하는지 들려줘’라는 자세로 다가가기 위해서예요. 그러기 위해선 선생님이라는 직함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건축 교육가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무언가 해주는 사람', '너희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관점보다는 ‘너희와 동등하게 이야기하러 왔어. 너의 이야기를 하는지 들려줘’라는 자세로 다가가기 위해서예요.
Q. 동네에 대해서도 어린이 건축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본 적 있나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소통하는 영역은 학교 안일 수도 있지만 학교 밖 삶의 전반이기도 해요. 망원동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만나 일상 지도를 따라가면서 놀이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지도 못한 제3의 공간을 발견했어요. 동네가 10년이 지나도 건물 높이가 크게 변하지 않아서, 동네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도 유지되고 있고, 신축 건물 1층은 필로티로 지어지는 건물이 많아요. 그런데 필로티 안 공간이 아침이나 낮시간에 비어있다 보니 아이들이 놀이 공간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에 필로티 기둥 공간을 활용한 놀이 공간을 만들어봤어요. 아이들이 상상했던 것처럼요!
Q, '엄마’ 건축가가 된 이후에 지역, 장소, 동네, 건축 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엔 건물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어떻게 보여질까, 쉐잎(shape)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안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특히 일반적인 사람보다 더 작은 스케일의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시선이 낮아졌지만 더 면밀하게 다가가려는 자세가 생겼습니다.
Q. "놀이공간은 놀과 곳, 놀이 이야기가 뒤섞인 가상의 경계"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보았는데 이런 생각을 느끼셨던 계기가 있으신가요?
준서가 생후 6개월 때부터 7살까지, 어린이집에 꽤 오래 다녔어요. 어린이집이 멀리 있어서 마을버스를 타고 망원역까지 가야 했거든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던 루트에는 차가 다니는 길도 있고, 인도도 있고, 나무가 있고, 유수지 때문에 시야가 넓게 확보된 길도 있고, 이렇게 다양한 루트 속에서 준서하고 항상 그 길을 다녔어요.
동네 길엔 나무도 있고, 나무에 새도 있고 곤충도 있고, 길바닥에 개똥도 있고, 에피소드도 생기고 지나가는 시간, 계절마다 다른 풍경들, 곳곳에 숨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특별해요. 아이는 놀이라고 느끼지 못하겠지만, 준서가 커서 생각해봤을 때 엄마랑 이야기를 나눴던 그 시간과 순간이 소중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엔 준서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어린이집 갈 때랑 집에 올 때뿐이었기 때문에 그 길이 최고의 놀이 장소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가상의 경계, '길'이 놀이 공간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준서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어린이집 갈 때랑 집에 올 때뿐이었기 때문에 그 길이 최고의 놀이 장소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가상의 경계, '길'이 놀이 공간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전시를 준비하면서 접근성, 놀이 장소에 대한 접근성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생각, 혹은 더 크게 공감하게 된 생각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제3의 공간'이라는 게 많이 공감돼요. 놀이가 일어나는 곳이 놀이 장소여야 하는데 놀기 위해 놀이터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다른 놀이터를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공감대를 통해 제3의 공간을 우리의 놀이공간으로 바꿔가는, 놀이의 기억으로 바꿔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길도 놀이 장소가 될 수 있고, 필로티도 놀이 장소가 될 수 있잖아요. 생각해보면 엄청 많아요. 10년째 사니까 곳곳이 추억이고 이야기거든요. 겨울이 되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고 아, 봄이 왔구나 하며 계절을 느끼기도 하고, 하얀 꽃이 무성해졌으니까 곧 여름이 오겠구나 느끼기도 하거든요. 이런 작은 발견 자체가 놀이가 아닐까요?
놀이가 일어나는 곳이 놀이 장소여야 하는데 놀기 위해 놀이터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다른 놀이터를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공감대를 통해 제3의 공간을 우리의 놀이공간으로 바꿔가는, 놀이의 기억으로 바꿔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놀이 시설 중심인 놀이터와 놀이 시설보다는 자연 그 자체가 시설이 되는 공원을 작품으로 만드실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두 작품 모두 놀이 '도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놀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놀이’도’ 가능한 땅, 놀이’도’ 가능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선형 공원 작품의 경우엔 놀이 '지형'을 만들었다고 하고 싶어요. 매달리기 놀이터는 작품명이 '놀이바람'인데 자연 요소의 '바람'일 수도 있고 각자 다른 놀이에 대한 니즈를 가지고 누구나 그곳을 '놀이 플랫폼'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 있었거든요.
두 작품 모두 놀이 '도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놀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놀이’도’ 가능한 땅, 놀이’도’ 가능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Q. 작품 곳곳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 모습을 상상하셨는지 궁금해요.
매달리기 놀이터 '놀이 오름'의 경우, 망원동 유수지 체육공원이 장마철이 아니고서는 주차 공간이자 놀이 공간이자 체육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물에 잠기지 않을 때는 놀이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기둥에 사선을 만들어서 매달리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망원동 지형의 특징이 지대가 낮다는 거예요. 어른들 말로는 '물 잠기는 동네'라는 인식이 있죠. 그래서 유수지처럼 물을 빼는 공간이 생겼고 상암동 같은 윗동네보다 낮은 동네로서 '옹벽의 높이'는 망원동의 특징을 잘 나타내 줘요. 옹벽의 높이와 건물 측벽을 활용해서 제3의 공간과 같은 놀이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옹벽은 직각인데 언덕처럼 올라갈 수도 있고 미끄러질 수도 있고, 건물 측벽과 연결되기도 하는 놀이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놀이 바람의 경우, 땅과 하나가 되어 그곳에 원래 있던 유기체인 것처럼, 사람들과 관계 맺기 자연스러운 그런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동네 아이들이 놀이 지형을 통해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 수 있는, 놀이 자리를 만들어주는 그런 공원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상상했죠.
아이들은 보통 움직임으로 공간을 표현해요. 그래서 언제, 어디서 노는지 '놀이 움직임'을 관찰했더니 움직임을 통해 놀이가 이어지고 공간이 이어지더라고요. 준서와 준서 친구들에게 주제를 정해주지 않고 놀이 공간을 만들라는 미션을 주었더니 무언가 흐름을 말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공간이 탄생했죠.
처음에는 브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이들이 브릭을 쌓고 붙이고 잇고 놀이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떤 취향과 이야기의 흐름대로 만들었는지,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걸 가지고 다시 디자인했어요.
Q. 놀이 움직임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놀이는 아이들의 문화이니까 관찰하거나 같이 놀아보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공간을 활용해서 노는지,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며 노는지 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상상은 잠시 누그러뜨리고 실제로 어떻게 놀았는지를 물어보는 거죠.
왜 여기에 미끄럼틀이 있어야 하는지 같은 '형태 자체'에만 집착하면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상상하는 놀이 상상을 더 풀어서 얘기해보자고 유도해요. 미끄럼틀을 원한다면 미끄럼틀을 타려면 올라갸아하고 미끄러져서 내려와야 하고, 이렇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치환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해요. 그래야 디자인 소스를 다양하게 취합할 수 있고 합의 지점에 이르기가 더 쉽거든요. 그래서 움직임으로 치환해서 이야기해보는 게 중요해요.
Q. 준서와 어떤 과정으로 작품을 제작하셨나요?
저 같은 경우엔 "놀이공간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고 형태를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준서는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손이 가는 대로 만들다 보니 놀이가 시작한 거죠. 저는 작품 안에서 놀려고 했는데 준서는 만드는 행위 자체를 또 다른 놀이로 인식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말로 표현하기보다 몸이 먼저 가잖아요. 그래서인지 움직임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 같아요. 엄마들은 마음이 급해서 위험하까 봐 움직임을 제지하는데 어쩌면 아이들이 제일 잘하는 걸 제지하는 것 같기도 해요.
Q.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 혹은 그 이후에 여운을 이어가도록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작품의 '배경'에 집중해주셨으면 해요. 옹벽, 필로티 같은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 풍경이잖아요. 동네 풍경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어쩌면 배경이 우리 동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놀이터나 놀이 시설이 아니라 움직임에 집중했다는 것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흔히들 놀이터를 만든다고 하면, 미끄럼틀이나 그네, 짚라인을 설치하거든요. 그게 아니라 놀이 움직임,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지를 잘 살펴보고 그걸 통해서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놀이터나 놀이 시설이 아니라 움직임에 집중했다는 것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흔히들 놀이터를 만든다고 하면, 미끄럼틀이나 그네, 짚라인을 설치하거든요. 그게 아니라 놀이 움직임,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싶어하는지를 잘 살펴보고 그걸 통해서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Q. 어떤 움직임이 있는 동네가 놀기 좋은 동네일까요?
장애물이 없는 동네가 놀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물건이 많으면 이것도 저것도 다 만져야 하고 모든 걸 경험하고 싶어 하죠. 움직임에 능한 아이들이지만 오히려 자기 움직임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놀이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장애물이 없어야 하고, 놀이 지형 같이 '지형 자체'가 움직임이고 놀이고 삶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체육 도구, 미끄럼틀과 같이 생각지도 않았던 움직임을 유도하는 도구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 가지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환경이라면 오히려 장애물이 아닌 '변수'를 적용해서 또 다른 움직임, 제2의 움직임, 제2의 놀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물이 없는 동네가 놀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물건이 많으면 이것도 저것도 다 만져야 하고 모든 걸 경험하고 싶어 하죠. 움직임에 능한 아이들이지만 오히려 자기 움직임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놀이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사진: 노기훈
전시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5X_O7p3NyA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AsvtfUvZg&t=2s
│전시 제목: 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 기간: 2019. 6. 3 (월) – 2019. 7. 14 (일)
│참여 건축가: 고기웅, 권형표, 서민우·지정우, 이승환·전보림, 홍경숙·
│전시 장소: 교보아트스페이스 (광화문 교보문고 내 F코너)
>>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bit.ly/놀세권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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