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 주관: 엄마 기획자 장동선
<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는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놀이 환경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전시는 2019년을 사는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기 위해 C Program에서 후원한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를 토대로, 엄마 아빠 건축가 5팀이 만든 11곳의 놀이 장소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친구들과 뛰어놀기 좋은 동네를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제작한 소다미술관/SOAP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전시를 만들었을까요?
Q. 소다미술관과 SOAP(에스오에이피)가 궁금해요.
소다미술관은 디자인 건축 미술관이자 화성시 안녕동에 있는 사립미술관이에요. 사람들이 집, 회사, 카페 외에 힐링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 제3의 공간이기도 하죠. SOAP은 기획부터 건축, 그래픽, 예술까지 다양하게 일하는 디자인 회사예요. 건축, 패션 등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협력하여 공공 디자인, 공간 디자인, 브랜딩까지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디자인 작업을 해요. 다양한 분야가 협력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 안 하던 것을 만들어내다 보니 디자인 냄비(DESIGN POT)라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하는 일의 영역을 정해놓기보다는 이번 전시처럼 기획, 공간 설치, 경험 디자인까지 필요한 것은 직접 다 하는 조직이에요.
>> 50초로 만나보는 소다미술관: https://www.youtube.com/watch?v=NDVfLbvZ_O0
Q. 관장님의 지난 인터뷰들을 보다 보니 "신도시가 들어서면 아파트, 학원, 마트가 가장 먼저 생긴다. 그 다음이 키즈 카페다..(중략).. 새로운 경험에 돈을 쓰기 위해 비싼 돈 들여 여행도 가는데 가장 싼 돈으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그 의미를 자세히 듣고 싶어요.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예요. 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아이랑 갈 곳이 별로 없었어요. 주택에 살았었는데 아파트 단지처럼 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미국에서 자주 가던 미술관, 공원도 별로 없더라고요. 그 때는 특히 키즈카페 붐이 불어서 돈이 많이 들었어요.
대부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간다고 대답하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선 여행이 일상이 아니라 보상인 것 같아요. 사실 미술관도 집과 굉장히 다르게 생겼고,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바뀌는 공간이고 환경이거든요. 새로운 공간,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좋은 데다가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미술관도 있고, 찾아보면 입장료가 정말 싼 곳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이 아이와 함께 여행간다고 생각하면서 집 근처 미술관을 계절마다 순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입장료도 저렴하고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으니까 굉장히 효율적인 여행이 아닐까요? 미술관이 특별한 날 가는 곳이 아니라 '주말이니까 한번 가볼까?' 하는 일상적인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관도 집과 굉장히 다르게 생겼고,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바뀌는 공간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아이와 함께 여행간다고 생각하면서 집 근처 미술관을 계절마다 순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입장료도 저렴하고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으니까 굉장히 효율적인 여행이 아닐까요?
Q. 좋은 놀이 공간으로서 소다미술관을 운영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미술관은 너무 어렵다, 재미 없다, 가면 다리가 아프다, 앉을데가 없다.. 이런 이야기들 정말 공감해요. 그래서 훌륭한 아트가 말이 필요 없는 것처럼 전시 수준은 높지만, 최대한 쉽게 풀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디자인건축 미술관으로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많이 해요. 누구나 어디를 가든 건축을 만난다는 점에서 디자인건축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예술이지만, 현실적으로 건축을 감상하고 즐길 기회가 많지는 않거든요. 본인이 돈을 들이지 않고 건축가가 만든 공간에 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박물관, 미술관이라고 생각해요. 소다미술관도 재생공간이라 늘 보던 박스 형태의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작품과 만나고 건축과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개념적인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스케일을 다르게 보여주거나,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입장료도 한번 내면 전시가 끝날 때까지 무한대로 올 수 있어요. 여러 번 오다 보면 공간 안에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찾을 수 있고 그러면 새롭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게 되거든요. 3개월 내 3번만 와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Q. 이번 전시의 기반이 된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8세인 제 아이에게 지금 사는 동네가 맞는 동네 일지, 앞으로 아이가 커가면서 어떤 동네가 맞는 동네 일지 궁금했는데 저 혼자 막연히 생각하던 것들을 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알게 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지금 지인이가 안 가는 놀이터가 있는데 왜 안 가는지 이유를 알게 되고, 지금은 8세인데 9, 10세가 되면 이렇겠구나, 이런 게 필요해지겠구나를 예측할 수 있어서 불안감이 적어졌어요. 그리고 미술관 일을 하면서 다른 지자체, 의사결정자에게 매번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항상 해왔는데 왜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 필요한 공간인지를 보여주는 체계적인 연구가 나왔으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축가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를 다양하게 구현해나갔으면 좋겠어요.
Q. 이번 <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 기획 의도가 궁금해요.
전시가 연구 기반이다 보니 시각적인 소스가 적고 내용이 딱딱해서 어떻게 하면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저희 팀원들, 그리고 엄마 아빠 건축가들과 연구 결과 중 하나인 놀세권 체크리스트 워크숍을 하면서 동네 지도 위에 아이의 집, 학교, 자주 가는 곳 등을 표시하고 아이의 일상 동선을 그려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워크숍을 하면서 아이들의 동선이 표시된 지도를 보다 보니 별자리처럼 보였어요. 위계가 다른 작은, 중간, 큰 놀이터는 마치 행성처럼 보였고요. 아이들이 A에서 B로 갈 때는 각자 “내가 여길 왜 가냐면”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이쪽 골목에서는 환풍기에서 나쁜 공기가 나오니까 저쪽 골목으로 간다거나, 아이들 나름의 지도를 그리고 있어요. 이처럼 아이들 개개인의 특별한 별자리가 담고 있는 스토리, 놀자리를 전시에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매일 변화하고,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계속 변화하는 우리 아이의 놀자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전시를 보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어요.
아이들이 A에서 B로 갈 때는 각자 “내가 여길 왜 가냐면”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거든요..(중략)..아이들 개개인의 특별한 별자리가 담고 있는 스토리, 놀자리를 전시에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매일 변화하고, 아이 성향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는 우리 아이의 놀자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전시를 보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어요.
Q. 전시벽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벽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동네 놀이 환경 지도 벽이에요. 결국엔 전시를 보신 분들이 자기 자신과 전시와의 연결고리를 하나라도 만들고 가시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지도 벽을 보시면서 본인 동네를 떠올리고 연결고리를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Q. 엄마 아빠 건축가를 섭외하시게 된 배경이 있다면요?
저도 엄마가 되면서 지인이의 시선, 니즈를 고려해 공간을 구성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시선으로 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 아빠인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어요.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어서 엄마, 아빠, 부부 건축가처럼 구성도 다양하게, 아이들 나이도 다양하게, 아이들 성별도 다양하게 반영하고자 노력했어요. 그리고 기존에 어린이 공간을 만들어보신 경험이 있는 건축가들을 초대했어요. 작품을 통해 ‘이 놀이터가 맞아’ 혹은 ‘모래 놀이터라면 A타입, 미끄럼틀 놀이터는 B타입’ 식의 정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엄마 아빠 건축가들이 놀이 공간을 만든다면 이렇게 다양한 작품, 다양한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품을 통해 ‘이 놀이터가 맞아’ 혹은 ‘모래 놀이터라면 A타입, 미끄럼틀 놀이터는 B타입’ 식의 정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엄마 아빠 건축가들이 놀이 공간을 만든다면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전시 구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혹은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디테일이 있나요?
전시를 총괄하는 관점에서 저희는 항상 전체를 어떻게 보여줄지, 전시 디자인과 작품의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디테일이 아름다운 전시예요. 작품 곳곳에 놓인 아이 모형의 움직임, 연구 결과인 놀이 장소 위계에 맞는 작품의 스케일, 벽 곳곳에 있는 별자리 등 디테일을 봐주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는 저희가 연구 기반의 개념 전시를 얼마나 쉽게,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풀었는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시 디자인의 역할은 사람들이 전시 주제, 즉 놀세권에 관심을 가지고 전시장에 오게 하고, 전시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전시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이번 전시에서도 그 부분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
Q. 전시 기획자로서 느낀 브릭의 가능성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건축가들과 브릭 Brick 전시를 해보고 싶었어요. 일단 브릭은 굉장히 단순하잖아요. 합체, 분리, 연결, 해체가 쉬운 재료죠. 보통은 다 완성하고 만드는데 브릭은 생각하면서 만들고 만들면서 생각할 수 있는 재료라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또한 5살부터 80살까지 재밌게 놀 수 있는, 연령대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재로서 어린아이와 같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참여하기 쉬운 매력적인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Q. 특별히 꼭 와서 전시를 즐겼으면 하는 대상이 있다면요?
원래는 부모가 주요 타겟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마을 하나가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행복한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엄마 아빠로는 부족한 세상이에요. 아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슈퍼마켓 아주머니도 문방구 아저씨도 너무나 중요하죠. 이건 저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아이들이 다니면서 어른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동네라면 어른이 내어주는 모든 공간이 놀이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어른들이 누군가의 이웃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시를 보면서 우리 동네는 어떤지 떠올려보고 ‘이건 내 일이 아니야.’ 혹은 ‘이게 되겠어?’라는 마음보다는 ‘이런 것도 있구나. 어렵지 않은데?’라고 느끼며 동네와 나와의 관계를 만들고 ‘우리 동네가 이러면 좋겠다’라는 여지를 열어두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동네 환경을 만드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이번 전시가 새로운 시선으로 공간, 환경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어떤 공간과 환경을 제공하면 좋을지 참고하기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다니면서 어른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동네라면 어른이 내어주는 모든 공간이 놀이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어른들이 누군가의 이웃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관람객에게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꿀팁을 주신다면요?
작품부터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시장 중앙에 작품들이 하얀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데 그걸 보면서 ‘이게 뭘까?’ 흥미를 가지면서 뛰어놀기 좋은 동네 환경의 개념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11개 작품을 모두 주목할 수 있도록, 11개 작품이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높낮이를 다르게 해서 전시장 한가운데 배치했거든요. 하나씩 디테일을 보도록 배치도 신경 썼으니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각 건축가마다 접근하는 방법이나 아이들과 협업하는 방법이 전부 달랐어요. 그런 다양성이 작품에도 나타나지만 결국 가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다양성을 발견하는 재미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사진: 노기훈
│전시 제목: 놀세권: 플레이넷 PLAYNET
│전시 기간: 2019. 6. 3 (월) – 2019. 7. 14 (일)
│참여 건축가: 고기웅, 권형표, 서민우·지정우, 이승환·전보림, 홍경숙·
│전시 장소: 교보아트스페이스 (광화문 교보문고 내 F코너)
>>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http://www.kyobobook.co.kr/culture/cultureClassicDetail.laf?serviceGb=KAS&serviceCd=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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