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예천활체험센터, 예천 초간정, 안동 만휴정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대개는 오락적 요소가 있거나, 안락한 시설이 있는, 그래서 어린이가 많이 방문하는 곳을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하려는 경상북도 북부 지역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지로선 낯설기 그지없다. 그나마 유명한 안동도 여행지로 권할 때면 오래된 한옥과 초가집이 즐비한 (그래서 잠자리도 불편한), 꼬장꼬장한 선비들의 아우라가 드리운 옛 동네 (그래서 지루한)라서 아이와 방문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답을 듣곤 했다.
하지만 나는 되려 느리고, 고집스럽고, 고요한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꼭 방문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우리가 빠르게 나아가느라, 더 쉽고 효과적인 것을 좇느라 잊었던 귀한 것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를 여행하려면 우선 선비를 알아야 한다. 이름하여 선비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사극을 통해 숱하게 보아 온 선비라 갓 쓰고 도포 입고 어려운 서책을 줄줄 읊는 이미지가 척하면 떠오르지만 진짜 선비는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학식이 높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음악과 그림, 춤에도 일가견이 있는 예술 애호가였다. 활 쏘기와 말 타기 같은 신체활동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했고, 누구에게나 예의와 도리를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그야말로 만능 젠틀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점은 선비들이 이토록 다방면에 열심을 낸 목적이 인격의 완성을 이루기 위함이었다는 데 있다.
문경, 예천, 영주, 안동… 발길 닿는 대로 떠났던 여행지에서 선비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크게 일렁였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던, 아이들을 좋은 어른으로 자라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선비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먼 길도 거뜬히
하늘을 나는 새도 중간에 한 번은 쉬어야 넘을 수 있는 험한 고개라는 뜻으로 ‘새재’라는 이름이 붙은 곳. 길이 넓고 편하게 다듬어진 지금도 1 관문부터 3 관문까지 도달하려면 튼튼한 어른도 제대로 마음먹고 걸어야 한다. 경상도에 살던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을 가려면 꼭 이 길을 지나야 했다는데 공부도 공부지만 빛 하나 없는 험한 숲길을 (아마 호랑이도 나왔을) 몇 날 며칠 걸었을 수고를 생각하니 새삼 대단했다.
혹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더라도, 시험장까지 오가는 길 위에서의 배움이 선비의 능력과 자랑이 되지 않았을까.
문경새재는 정말 넓어서 아이와 함께라면 제1관문까지 전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1 관문부터 2 관문까지도 거리가 꽤 되어 아이 걸음으로 한 번에 다다르기 어려울 수 있다. 꼭 어딘가에 도달하려는 생각을 내려놓고, 입구의 옛길박물관이나 자연생태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맑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도시락을 먹으며 쉬어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운영시간: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단, 오픈세트장, 옛길박물관, 자연생태전시관은 유료)
공식 홈페이지: 경북나드리 문경새재 도립공원
리틀홈의 생생한 후기:
마음을 모으는 연습
선비들은 조화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공부만큼이나 신체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활 쏘기는 선비들이 가장 좋아했던 운동 중 하나로 몸을 단련시킬 뿐 아니라 화살 끝에 정신을 집중하며 마음까지 다잡았다. 예천활체험센터를 방문하면 옛 선비처럼 활을 쏘아볼 수 있다.
온 가족이 한 곳을 바라보고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은 짜릿하다 못해 뭉클하다.
예천은 예로부터 활을 잘 만들고 잘 쏘기로 유명한 고장으로 2년에 한 번씩 세계 활 축제도 열린다. 경기나 단체 방문이 있는 경우엔 체험장을 운영하지 않으니 반드시 예약 후 방문해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주소: 경북 예천군 양궁장길 38길
운영시간: 10:00~17:00 (공휴일 변동)
입장료: 체험 프로그램마다 상이 (홈페이지 참고, 예약 필수: 054-653-2434)
공식 홈페이지: http://www.runarchery.kr/
리틀홈의 생생한 후기: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삶
정자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로 경북에는 아름다운 정자가 여럿 남아있다. 푸른 숲과 맑은 계곡을 두른 예천의 초간정과 안동의 만휴정은 정자의 멋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두 곳 모두 한적한 자연 속에 위치해 있어 정자에 들어서면 시대를 거슬러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선비들은 정자에 함께 모여 시를 짓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렸다.
요즘 교육에 열심인 부모들의 입에서 종종 예체능은 저학년 때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는데 정작 우리의 선비들은 평생을 들여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안목을 높였으니 도대체 언제부터 틀어진 교육 철학인지 아쉽기 그지없다.
선비들은 정자를 지을 때 숲을 함께 조성했다. 그 덕에 정자 주변을 잘 관찰하면 민달팽이, 두꺼비
등 작은 생물을 찾을 수 있다. 초간정과 만휴정은 계곡을 끼고 있기에 다리를 건너거나 바위를 오르는 등의 재미도 더불어 느낄 수 있다.
[예천 초간정]
홈페이지: 예천 초간정
[안동 만휴정]
주소: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공식 홈페이지: 안동 만휴정
선비처럼 진지하게 활을 쏴 보기도 하고
정자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자연에 둘러싸여 아무 생각 않고 멍 때리기도 하고
계곡에서 들리는 소리를 나만의 노랫말로 적어보기도 하는
SEE SAW의 필진, 나연 님이 김남매와 함께 직접 돌아다니며 만든 경상북도 유람기 워크북을 소개합니다. 선비의 고장, 경상북도! 그중에서도 문경, 예천, 영주, 안동을 여행하며 어린이들이 선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16곳의 장소를 선정하고, 각 장소에서 '어린이 선비'들이 해보면 좋을 활동들을 풍성하게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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