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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Dec 03. 2019

제대로 놀아야 제주도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오름, 곶자왈, 그리고 진짜 놀이터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엄마, 우리 제주도 갈 때 되지 않았어?”


일 년에 한두 번, 우리 가족은 습관처럼 제주도로 향한다. 거리도 거리지만 항공권에 숙소, 렌터카 등등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 많은 여행지라는 생각에 쉽게 오가기 어렵지만, 잘 알고 잘 논다면 제주도만큼 쉽고 재미있고 다양한 놀이터가 없다. 섬 전체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거창한 명분을 들이대지 않고서라도 제주도 곳곳을 누비다 보면 절로 우리에게 이렇게 멋진 놀이터가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감격이 밀려온다. 자연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어가며 놀이의 방법을 발견하는 경험. 제대로 놀수록 제대로 발견하게 되는 제주도의 참 매력을 소개한다.



첫 번째 놀이터 

오름


여행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나에게 제주는 동글 동글 솟아오른 오름의 풍경이다.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이고, 자연스레 자라난 초목과 숲, 방목된 소와 말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제주에 올 때마다 빠짐없이 들르게 된다. 낮고 완만한 오름을 고른다면 아이들 걸음으로도 정상까지 왕복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작은 산 하나를 아이의 힘으로 오를 수 있다는 성취감의 마법을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오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라 별도의 입장료도, 운영시간도 없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1. 용눈이오름


아이들 걸음으로도 15-20분 정도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오름으로, 정상부에 오르면 분화구를 빙 둘러 걸을 수 있다. 시야에 막힘이 없어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좋으면 주변의 여러 오름들, 멀리 바다까지 가슴 뭉클한 제주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28


저 멀리, 오름 위 말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2. 백약이오름


오르는 길목에 늘 방목된 소 떼가 반겨주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오름이다. 정상부까지 거의 계단으로 되어있지만 몸이 가벼운 아이들은 쏜살같이 오를 수 있다. 소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일부러 괴롭히지 않는 이상 절대 위험하지 않으니 겁낼 필요 없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1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의 향연. 뭔가 신비롭다.


3. 아부오름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이 가장 짧은 오름으로 굉장히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대신 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부오름의 참 멋은 정상에서 시작되는 2km에 달하는 분화구 둘레길. 분화구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지만 평지에 가까운 길이라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슬슬 걸으면 한 바퀴도 금방이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64-1


쭉 뻗은 오름의 길에선 왠지 전력질주로 뛰고 싶다.

나연님이 추천하는 김남매의 '오름' 놀이 팁  


오름은 오르는 길이 단순하여 길을 잃을 위험이 거의 없고, 정상부까지 거리도 얼마 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먼저 달려 올라가도 괜찮다. 아무리 낮은 오름이라도 아이들에겐 힘들 수 있다. 정상까지 꼭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오름의 멋과 여유를 즐기자.


함께 가면 좋을 곳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제주도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주는 전시관으로 실물 같은 모형과 영상 등 아이들도 보기 쉬운 전시물이 많아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오름, 곶자왈, 화산, 동굴 등 제주도를 잘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김영갑갤러리

루게릭병에 걸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제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던 김영갑 작가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폐교를 작가가 직접 고쳐서 만든 공간이라 더욱 인상적이다. 오름을 특히 사랑했던 작가의 시선을 통해 오름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놀이터 

곶자왈


이름도 생소한 곶자왈은 제주도 고유의 숲을 일컫는다. 화산지형이라는 한계가 나무와 암석,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강인하고, 독특한 숲을 형성하게 했다. 곶자왈은 어느 계절에 가도 푸르고 생명력이 넘친다. 곶자왈을 갈 때면 우리는 ‘탐험’이라는 표현을 쓴다. 발에 채이는 돌부리, 나무뿌리를 타 넘으며 빛도 잘 들지 않는 컴컴한 숲길을 헤매는 게 진짜 재미이기 때문이다. 잘 다듬어진 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곶자왈 산책은 쉽지 않지만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무분별한 계발로 곶자왈의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이 환상적이고 모험적인 숲을 사랑하고 가꾸어야 할 책임에 관한 이야기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곶자왈을 갈 때면 우리는 ‘탐험’이라는 표현을 쓴다. 발에 채이는 돌부리, 나무뿌리를 타 넘으며 빛도 잘 들지 않는 컴컴한 숲길을 헤매는 게 진짜 재미이기 때문이다.



1. 환상숲 곶자왈


본래 원시 곶자왈은 덩굴식물과 암석이 뒤엉켜 발 디딜 틈 조차 없어 어른도 쉽게 탐방하기 어렵다고 한다. 환상숲 곶자왈은 개인 소유지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숲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탐방로를 만들고, 곶자왈을 더 잘 이해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 깊고 친절한 해설까지 들을 수 있어 아이들과 방문하기에 좋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2. 화순 곶자왈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규모의 곶자왈로 입장료는 없다. 아이들 걸음으로 30분 정도면 충분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순환코스가 있어 짧은 산책 삼아 곶자왈을 맛보기에 좋은 곳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2045



나연님이 추천하는 김남매의 '곶자왈' 놀이 팁  


곶자왈은 바닥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밑창이 단단한 운동화를 신어야 탐험하기 좋다. 놀이 고수라면 비가 오는 날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인해 한층 향이 깊어진 곶자왈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우산보다는 우비를 입는 것이 편하다.




세 번째 놀이터

진짜 놀이터


오름과 숲에서 제주의 자연과 노는 법을 배웠다면,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진짜 놀이터를 방문해볼 차례다. 평범한 놀이터도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여행지의 여유와 만나면 마법의 공간이 되곤 한다.



1. 놀놀플레이그라운드


이곳은 카페 겸 레스토랑이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멋진 놀이공간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카페를 이용하거나 식사를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놀 수 있는데 제주도답게 자연스러우면서도 모험심과 움직임을 자극하는 설계가 인상적이다. 얼기설기 쓰러진 고목을 타고, 넘고, 오르고, 줄 그네와 해먹을 흔들어대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놀이를 주고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2228 놀놀 플레이그라운드


김남매의 놀이 팁

이 곳이 잘 유지되기 위해선 놀이터를 이용하는 매너가 필요하다. 별다른 검사나 제재는 없지만 좋은 공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예의로 음료나 음식 주문은 필수다.  



 

2. 녹차미로공원


제주도에는 여러 개의 미로공원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곳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총 다섯 개의 미로가 있는데 첫 번째, 두 번째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 미로는 이러다 영영 갇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을 만큼 어려웠다. 사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하기 쉽지 않은데, 이 곳의 미로를 모두 통과하기 위해선 온 가족이 머리와 힘을 모아야 한다. 순간순간 서로를 격려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섯 개의 미로를 모두 통과하고 나니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


주소: 제주 서귀포시 산록남로 1246 녹차미로공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드넓은 차밭과 산방산까지 내다보이는 풍경은 덤이다.



김남매의 놀이 팁 

제주도에는 녹차미로공원 외에도 김녕미로공원, 메이즈랜드 등 여러 미로공원이 있다. 어느 곳을 가도 코스가 녹록치 않다. 여행 동선에 맞는 곳을 골라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경험해보시길 추천한다. 미로의 전 코스를 완주할 생각이라면 시간을 충분히 여유 있게 잡고 방문해야 한다.


   



제주도를 그렇게 가고도 아직도 갈 곳이 남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제주도에는 오름이 368개가 있고, 무수히 많은 숲과 계절과 시간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바다가 있다. 우리는 한라산을 겨우 한 코스 올라봤고, 그마저 백록담은 근처에도 못 가봤다. 아직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동굴도 많고, 아이들과 몇 날 며칠 올레길을 걸을 날도 고대하고 있다.


제주도엔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도 그 아름다운 놀이터를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다. 보기 좋고 몸이 편한 신상 카페와 테마파크들을 뒤로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고집스럽게 자연을 찾아가 고단하게 뒹구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이 제주의 숲과 오름과 바다와 하늘을 그리워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자연 놀이터 제주도를 지키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럴듯한 시설과 넓고 쭉 뻗은 도로가 없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놀이터로 오래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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