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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Nov 06. 2019

반짝반짝 별나는 별난 공간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꾸룩새 연구소, 테라크랩팜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이미지: 우리 친구 피들스틱스 스크리너 (출처: (주)마노엔터테인먼트)


우리 집 김남매가 몇 번이나 돌려보는 영화가 있다.


<우리 친구 피들스틱스 Quatsch und die Nasenbarbande, Fiddlesticks> 제목도 참 어려운 독일 영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한번 보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볼 때마다 깔깔거리며 빠져드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아주 짧게 요약해보자면 ‘평균이 되고자 안간힘을 쓰는 어른들에 맞서는 여섯 꼬마와 긴 코 너구리 (피들스틱스)의 기상천외한 사고 대작전’ 정도가 되겠다. 스토리도, 영화의 무드도 별나기 그지없는데 아이들이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는 무얼까?


이미지 : 우리 친구 피들스틱스 스크리너 (출처: (주)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아이들은 ‘평균’이 되고자 하는 어른들의 태도를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세상 하나뿐인 특별한 어떤 것을 만들어 마을을 평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데 마음을 모은다. 아이들은 하늘을 나는 기차, 욕조 잠수함, 수도만 틀면 나오는 딸기 쉐이크 배급 시스템 등을 만들며 시종일관 대형사고를 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것을 가능케하는 기술력과 행동력이 별처럼 반짝여 보는 내내 초조함보다는 만족감이 가슴을 채운다. 영화에서는 평균과 별남이 대립하며, 번번이 평균을 좇는 어른들이 우스꽝스럽게 당하지만 현실에 견주어 보자면 이것은 판타지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별남을 옳다고 손들어줄 수 있는 곳일까?

이미지 : 우리 친구 피들스틱스 스크리너 (출처: (주)마노엔터테인먼트)


별나게 살아남은 몇 명의 어른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 아이가 평균의 범주를 벗어난 어떤 것에 지나친 관심을 쏟을 때면 대부분의 부모는 불안함을 느낀다. 오늘의 공간은 별난 아이보다, 아이의 별난 관심을 지지해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 느끼는 고민 많은 부모님들에게 꼭 찾아가 보시라 권하고 싶은 곳들이다.


별남이 반짝이는 두 곳을 소개한다.



첫번째 별난 공간.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친절한 표지판을 따라가 보면
소담한 꾸룩새 연구소가 나타난다.
연구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새


꾸룩새 연구소는 최연소 조류 연구자로 유명한 정다미 소장님과, 그녀의 어머니 임봉희 부소장님이 함께 운영하는 민간연구소다. 뒷산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살 정도로 자연과 가까운 마을에서 자란 정다미 어린이는 새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날마다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고 관찰 일기를 썼다. 집 마당에 새들이 찾아올 수 있는 작은 연못을 만들고, 수리부엉이가 소화시키지 못해 뱉어낸 먹이 찌꺼기인 펠릿을 분해하며 부엉이의 식습관과 생태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제비의 꼬리 깃이 몇 개인지 직접 세어보고, 죽은 새를 용기 내어 해부해보기도 했다. 이쯤 되면 (죽은 새를 주워 와 거실에서 배를 가른다면!) 아이의 별난 관심과 취미에 화를 낼 만도 하건만, 이 가족은 아이를 지지하며 함께했다. 특히 엄마는 아이의 관심사를 함께 좇다 딸 못지않은 새 박사, 자연 박사가 되었다.

      

꾸룩새 연구소 정다미 소장님과 어머니 임봉희 부소장님의 모습
제비깃을 일일히 세고 붙이며 연구해서 만든 '정다미 깃털도감'
날개깃과 날개덮깃의 차이를 처음 발견했다.
정다미 소장님의 그림으로 만나보는 다양한 새들의 특징


꾸룩새 연구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정다미 소장님의 자발적 연구 기록이 빼곡한 작은 방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라는 임봉희 부소장님의 단단한 목소리가 마음에 남았다.


어렸을 적 정다미 소장님의 조류도감 노트을 모아둔 소중한 선반
언제부터 읽었는지,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조류' 책
연구소 곳곳에서 느껴지는 새를 향한 사랑
어느 곳에 시선이 머물든 새를 만나게 되는 신기한 곳



나연 님이 추천하는 <꾸룩새 연구소 방문 팁>


꾸룩새 연구소는 반드시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꾸룩새 연구소 블로그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새들의 이동에 맞춰 계절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제비 환영회, 수리부엉이 환영회 같은 특별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다면 광속 클릭은 필수! 조류학자처럼 진지하게 탐구할 준비가 되어있는 어린이라면 펠릿 분해 체험을 꼭 한번 해보시길 추천한다. 자연 사랑의 마음으로 연구소를 방문할 때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텀블러를 챙기자.

전깃줄에 앉은 새는 무슨 새일까요?!
조류학자의 마음으로, 비장하게 장갑을 끼는 아이들의 모습.
제비를 직접 만나고서 그리는 그림엔 제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헬멧을 쓰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제비의 모습
별난 연구소, 꾸룩새 연구소에서 보낸 유별난 하루



꾸룩새 연구소 찾아가기.


주소: 경기 파주시 대골길 68-1

운영시간: 매주 토요일에 체험 및 탐방을 진행한다. (방문 일주일 전 신청 필수, 블로그 확인)

입장료: 연구소 탐방 - 5000원, 수리부엉이 펠릿 분해 체험: 20,000원 (탐방비 전액 할인), 페이퍼 크래프트를 이용한 제비 어미와 새끼, 둥지 만들기: 10,000원 (탐방비 전액 할인)

공식 홈페이지: http://owl.or.kr/

리틀홈의 생생한 후기:


곧 꾸룩이 환영회가 열린다. 꾸룩새 연구소와 친해질 절호의 기회!



두번째 별난 공간.

도둑게를 아시나요? 테라크랩팜


외관은 왠지 어디선가 자주 본듯한 체험 공간처럼 생겼다.


빨간집게발게, 흔히 도둑게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토종 게에 빠져 급기야 양식장 겸 연구소 겸 체험장을 차렸다는 별난 사장님. 바다에 사는 게 아니라, 마을 가까이 살며 음식을 훔쳐먹기도 해 도둑게로 불린다는 이 곳의 주인공은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등껍질 무늬 때문에 항상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다.


테라크랩팜의 외관은 어딘지 어설프고 침침해 사실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이게 웬일,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공간이었다!


누군가의 비밀 연구소에 들어간 듯한 느낌
어느새 도둑게와 사랑에 빠진 아이들


상품으로 가치가 없고 흔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는 도둑게에 난데없이 빠져 (본업은 조각가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와 실패를 거듭하다 국내 최초로 도둑게 인공번식에 성공하셨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전하시는 사장님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렇게 많은 도둑게를 만나게 될 줄이야.
별난 사랑을 받는 도둑게는 등껍질도 반짝반짝거리는 느낌이다.


게의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 이젠 먹이인 귀뚜라미까지 번식시키신다는 열정 게박사님 덕분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게 먹이주기 체험, 게 만지기 체험, 귀한 게의 탈피 과정까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나의 추천으로 리틀홈을 구독하는 여러 어린이와 가족들이 이곳에 방문했는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대만족! 테라크랩팜 방문 이후로 우리 집 아이들은 작은 게 한 마리도 더 사랑스럽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역시 뜨겁게 빛나는 별은 언제나 온기를 전하는 법이다.


귀뚜라미까지 번식시키시는 사장님 덕분에 게 먹이주기 체험까지!



나연 님이 추천하는 <테라크랩팜 방문 팁>


매주 목요일 휴관. 방문 시 별도의 예약은 필요 없다. 다만 겨울에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게들의 움직임이 둔해진다고. 게에게 먹이를 주려면 귀뚜라미를 손으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언제나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잘한다는 건 안 비밀.



테라크랩팜 찾아가기.


주소: 강원 속초시 학사평2길 16 (노학동 1073-53)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목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

공식 홈페이지: http://terracrab.com/

리틀홈의 생생한 후기:





<우리 친구 피들스틱스>에는 또 한 부류의 어른이 존재한다.



이들은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로 평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존재로 치부되어 일제히 감금 수용되어있다. 아이디어와 용기가 넘치지만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했던 아이들은 마을 상수도에 수면제를 타는(!!) 기지를 발휘하여 노인들을 구출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놀라운 계획을 하나씩 성공시켜 나간다. 노인들은 아이들의 생각을 별나다 폄하하지 않고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게 북돋워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반짝이는 별남이 완성되어 선보인 순간, 평균을 부르짖던 이들은 황급히 몸을 숨길 수밖에!


별나다.


세 글자를 적어놓고 가만히 읽어보니 참 예쁘다. 이 말은 참 묘해서 말하는 이의 태도에 따라 누군가의 가슴을 찌르기도, 반짝이게도 할 수 있다. 나는 이왕이면 뜨뜻한 눈빛을 더해 응원하는 쪽에 서고 싶다. 저마다의 별남이 반짝이는 은하수가 되어 흐르는 마을. 그런 마을을 만들어주는 잔뜩 별난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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