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 SAW Oct 24. 2019

사소해서 대단한 핸드메이드 놀이터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시리미자연놀이체험장, 예크생물원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딸아이가 세 살이 되던 무렵 주방놀이 장난감을 사주었다. 조그만 원목 싱크대에 냉장고까지 제법 그럴듯해 아이보다 내가 더 신이 나 몇 날 며칠을 골라 산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일 뿐. 싱크대를 사니 냄비에 그릇, 가짜 음식까지 갖춰야 할 목록은 더 늘어났고 온 집이 아이 장난감으로 가득 차는 건 시간문제였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집엔 장난감이 별로 없었다. 아이가 사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는 부모님의 육아 방침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시절 우리 대부분은 돌멩이 하나 주워 땅바닥에 금 하나만 그으면 어떤 놀이든 시작할 수 있는 놀이 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시대와 세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마냥 ‘엄마 어렸을 적엔’ 타령을 할 순 없지만 번듯한 장난감을 온 집에 두르고 있으면서도 심심하다 놀아 달라 투정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좀 더 나은 놀이에 대한 갈증을 느끼곤 했다. 막대기와 돌멩이, 나뭇잎 따위를 모아 소꿉놀이를 하던 솜씨나, 고무줄 하나로 온 골목을 주름잡던 맹랑함을 내 아이들에게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놀이를 위한 아이디어와 솜씨가 빛나는 놀이터다. 일일이 손으로 만든 탓에 조금은 어수룩하지만 직접 놀아보면 번쩍번쩍한 장난감과 놀이기구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아이들도 한껏 빠져드는 곳이다. 진짜 놀이는 그럴듯한 시설이나 도구가 아닌 놀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소해서 더 대단한 놀이터 두 곳을 소개한다. 



진짜 놀이는 그럴듯한 시설이나 도구가 아닌, 놀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무심한 듯 놀이를 부르는, 시리미자연놀이체험장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시리미자연놀이체험장.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곳의 놀이공간과 놀잇감들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지형과 공간의 크기 등을 고려하여 하나하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 낸 수제 놀이공간과 정성 들여 심고 가꾼 꽃나무가 어우러져 시골집에라도 놀러 온 듯 정겨운 곳이다. 나무, 플라스틱 파이프, 호스, 비닐 등등 놀이터의 재료는 시골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얼핏 보면 허름한 듯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듯한 귀여운 간판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누가 막 놀고 가기라도 한 듯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놀잇감을 보면 마음껏 놀아도 좋다는 신호를 받는다.


구석구석 깔끔하게 관리, 단장되어 있는 것은 기본, 아이들이 놀기 좋게 해의 기울기까지 고려하여 적당하게 쳐놓은 그늘막, 바가지에 구멍을 뚫고 막대기를 달아 미꾸라지가 다치지 않으면서 쉽게 잡히도록 만든 도구, 나무판에 바퀴를 달아 만든 기차, 여럿이 올라타도 끄떡없는 뗏목, 상어와 고래가 가득한 연못 낚시터, 경사진 곳에 만들어 아이 혼자서도 발을 굴러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짚라인 그네 등등등 놀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어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대단한 사소함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구멍이 송송 뚫린 바가지를 가지고 미꾸라지와 함께 놀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푸르른 나무 사이를 수제 기차(?!)를 타고 건너는 재미란! 
혼자 타도 좋고 여럿이 타도 좋은 뗏목
단순해 보이지만 제법 속도가 빠른 4바퀴 썰매 


대부분의 놀이 공간이 야외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놀이도 변경된다. 여름엔 미꾸라지를 잡다가 겨울엔 얼음썰매를 타는 식.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놀이터라 더욱 좋다.



시리미자연놀이체험장

주소: 인천 강화군 선원면 시리미로277번길 23

운영시간: (예약 필수) 오전 체험: 오전 10시 ~ 오후 1시 50분, 오후 체험: 2시 10분 ~ 6시

* 11월 ~ 3월 동절기는 오전 10시 ~ 오후 5시

입장료: 18개월 ~ 13세 이하 10,000원, 13세 이상 5000원

공식 홈페이지: http://sirimi0.webnode.kr/

리틀홈의 생생한 후기



나연 님이 추천하는 <시리미자연놀이체험장 나들이 꿀팁> 

흙과 물을 오가며 놀아야 제대로 놀 수 있는 곳이므로 물에 젖어도 괜찮고 신고 벗기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여벌 옷과 수건도 챙기면 아이들이 어떻게 놀아도 괜찮으니 마음이 아주 편하다.  

돗자리를 펴고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서 도시락을 챙겨간다면 즐거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평일은 단체 위주라 개인은 주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평일 방문 시에는 사전에 전화 문의가 필요하다.) 오전, 오후로 나누어 입장하니 시간 맞춰 방문하자.  




아빠가 만든 뒷마당 어드벤처, 예크생물원 



‘아빠가 만든 뒷마당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이곳은 세 남매의 아빠인 사장님의 소신 있는 놀이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놀이터다. 한번 설치한 시설의 변경이 어려운 여타 키즈카페와 달리 예크생물원의 놀이공간은 틈만 나면 솜씨를 발휘하는 사장님 덕택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예크생물원 SNS에는 때마다 놀이터를 보수하고 창조하는 사장님의 신묘한 솜씨가 중계되는데 나날이 업그레이드되는 놀이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 때마다 새로운 놀이터, 예크생물원 (출처: 예크생물원 인스타그램)


드럼통을 이어 만든 미니기차, 물길을 만들며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 감성이 묻어나는 숲 속 나무집, 진짜 냄비와 조리도구로 꾸민 소꿉놀이 코너 등등 구석구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공간이 빼곡해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인데도 하루가 모자라다.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대신, 톱과 망치를 들어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아빠. 이 아빠의 뒷마당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노란색 드럼통 기차를 타고 생물원을 휘젓는 아이들
같은 재료, 다른 이야기가 샘솟는 머드 키친 놀이터 
신나게 놀다 보면 나무집은 어느새 우리 편 본부가 된다.
타이어가 뚝딱! 신나는 그네로 변신한다. 
자연 속 트렘폴린에서 폴짝 뛰며 놀기도 하고 
레일 위를 신나게 달리다 보면 하루가 짧다.


예크생물원

주소: 경기 여주시 흥천면 신근안터길 48

운영시간: (10~2월) 오전 10:30 ~ 오후 6시, (3~9월) 오전 10:30 ~ 오후 7시 (홈페이지 참고)

입장료 (평일 기본 3시간 ,주말/공휴일 기본 2시간): (주중) 어린이 12,000원, 어른 7,000원, (주말) 어린이 15,000원

공식 홈페이지: https://yekeco.modoo.at/

리틀홈의 생생한 후기:



나연 님이 추천하는 <예크생물원 나들이 꿀팁>

손으로 만든 놀이터라 덩치 큰 아이들이 심하게 다루면 기구가 파손될 위험이 높다. 핸드메이드답게 조금은 투박한 시설인지라 아주 어린 연령의 아이들에게도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얼마전부터 이용 연령에 제한이 생겼다. 약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으며 스스로 뛰고 놀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24개월 이상 ~ 10세 이하, 140cm, 40kg 이하 이용가능) 

놀이기구마다 세세한 이용방법이 적혀있다. 안전과 재미를 위해 꼼꼼히 읽어보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흙투성이가 될 각오여야 이곳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물길을 마음껏 만들며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를 특히 좋아하는데 옷과 신발이 가벼워야 원없이 놀 수 있다. 여유로운 마음과 여벌옷을 넉넉히 챙겨가자. 

외부음식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볶음밥과 핫도그, 소떡소떡, 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으니 두손 가볍게 방문하자. 





어린 내 기억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장난감은 집 주방 공사를 하고 떼어낸 낡은 싱크대였다. 어차피 내다버릴 것 가지고 놀라며 개수대 부분만 떼어 마당 구석에 놓아주셨는데 그게 어찌나 좋았던지 물과 흙을 개어 별별 요리를 다 만들고, 꽃과 나뭇잎을 뜯어 상을 차리던 순간의 희열이 아직도 어렴풋이 느껴질 정도다. 딸과 주방놀이를 하며 소위 말하는 고퀄에 흥분하긴 하였지만, 흙탕물 범벅에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 없던 나의 싱크대가 데려다주었던 놀이의 지경이 문득문득 그리웠다. 부지런한 금손 아빠들이 만들어 준 따뜻하고 단단한 놀이터에서라면 아이보다 더 신난 나를 만날 수 있다. 




<사소해서 대단한 핸드메이드 놀이터> 글 어떠셨나요?

아이들과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제3의 공간들을 소개하는 뉴스레터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 뉴스레터 구독하기

>> 지난 뉴스레터 읽어보기

>> 이 글의 필자, 나연 님이 함께 하는 리틀홈이 궁금하다면?

>> 다른 놀이터가 궁금하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놀이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