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덕후들의 2200가지 일상 속 탐사 이야기
[Things we watch]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본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기사, 영화, 다큐멘터리나 책일 수도 있고 공연일 수도 있고 재밌게 들었던 팟캐스트, 영상 클립일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를 보고 나서 꼭꼭 씹어 소화하고 싶고 콘텐츠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18 자연덕후 사진전 - 자연에 빠지다] 한 줄 미리 보기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한다"라고 믿는 자연덕후들의 일상 탐사 이야기를 만나는 특별한 사진전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덕후들이 일상에서 수원청개구리, 나비, 제비, 개미 등 자연을 탐사하면서 발견한 순간들을 전시한 2018 자연덕후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자연"이라고 하면 차를 타고 도심을 빠져나가야 만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의 뒷동산에서도 온갖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어쩌면 주변에 항상 함께하고 있지만 너무 작아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쉽게 지나쳐버렸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진기를 들고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소중한 탐사의 대상일 수 있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 우연히 만난 생물 하나하나가 이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은 친구들이 되어버린 자연덕후들의 탐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전시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시에 참가한 자연덕후들이 초등학생부터 가족, 대학생, 전문 연구원까지 정말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린이 과학동아 지구사랑 탐사대 대원들, 일반팀, 개인, 연구원 등 총 42개 팀이 2200여 장의 자연 사진을 전시했는데요. 수원청개구리와 같이 동일한 생물종을 탐사하더라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해석, 표현이 덕후마다 달라서 다채롭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전시를 둘러보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의 탐구심, 열정, 호기심을 존중해주고 인정하고, 지지하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자연 사진전이라서 다양한 생물종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기대했지만 이토록 부스 하나하나가 다채로울지는 몰랐습니다. 누군가는 아트 갤러리처럼 자연사진을 키워드별로 큐레이션 하여 전시하고, 어떤 누군가는 부스에서 탐사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간단한 장치를 숨겨두기도 했습니다. 덕후들이 탐사를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는 그들이 직접 기획부터 제작까지 한 땀 한 땀 만든 부스만 보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탐사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오랜 기다림 끝에 원하는 순간을 포착했을 때의 뿌듯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자연을 지키고 싶은 간절함은 어떤 스토리보다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생물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한다는 말이 항상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누가 하라고 시켜서도 아닙니다. 그냥 몸이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매년 이제 그만하고 공부해야지 하지만 몸과 마음은 벌써 딴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자연탐사는 이제 우리들의 생활이 되어버렸습니다. 탐사를 하면서 자연생태계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생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생물에 대해 많이 알아야 보존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연에서 몸소 배우고 있습니다.
(엄재윤, 경신고 1학년)
전시를 보며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기록"입니다. 자연덕후 모두가 기록덕후였는데요. 저마다 탐사를 하면서 관찰한 것을 빠짐없이 정말 꼼꼼히 기록하고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렸을 때 시작했던 탐사 기록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꾸룩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다미 연구원이 꼬마 새 박사였을 때의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0년이 넘게 민물고기 탐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 성무성 연구원의 이야기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의 모습은 주변에게 왠지 모를 영감과 열정을 뿜어주는 것 같습니다.
자연덕후에는 가족이 함께 덕후로 활동 중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관심을 보여서 탐사를 시작했지만 과정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함께 빠져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아이나 부모,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위하여 시간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사진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리사이클링 전시라는 점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덕후답게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사이클링 물품들로 개성 넘치는 전시 부스들을 만들었습니다. 박스를 쌓아서 테트리스 블록처럼 입체감 있는 부스를 만든 팀도 있었고 쇼핑백이나 박스 뚜껑을 액자처럼 활용한 팀도 있었습니다. 참가한 자연덕후들이 리사이클링을 생각하면서 부스를 기획하고 재료를 직접 찾아 완성하기까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번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세심한 기획에 감동했습니다.
탐사(探査)란 알려지지 않은 사물이나 사실 따위를 샅샅이 더듬어 조사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무언가에 대해 깊게 파보는 마음은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싶은 호기심과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만의 탐사 방법으로 대상과 깊이 교감하고, 숨어 있는 새로움을 발견하고, 결과를 꾸준히 기록하며 세상에 알리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과정 전체를 즐기는 덕후의 모습, 멋지지 않나요?
<어린이 과학동아>와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팀, 국립수목원, 국립 농업과학원 등이 함께하는 무료 생태 탐사 프로그램이에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생태탐사이자, 시민이 과학자의 연구에 참여하는 대규모 시민 과학 프로젝트입니다(글 출처: 어린이 과학동아).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자세히 보기)
기간: 2018/12/17~2019/1/30, 매일 오전 10시~ 오후 4시 (일요일, 공휴일은 휴무, 1월은 토요일 휴관)
관람비: 무료
이 뿐만 아니라 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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