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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an 17. 2019

아빠가 제일 즐거운, 제주도 넥슨컴퓨터박물관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덕후가 되어보는 경험

[Plac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가) 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미팅, 출장으로 가보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주말에 슬쩍 찾아갔거나,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한 줄 미리 보기

가족 모두가 컴퓨터 덕후와 게임 덕후가 되어보는, 아빠가 제일 즐거운 박물관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가면 어디 가서 노나요?


은근히 제주도에 아이와 갈만한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주도엔 관광지와 자연경관이 그득하고 핫플레이스 카페와 서점도 많은데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마침 제주도에 출장 갈 기회가 생겨 아이와 가볼만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컴퓨터박물관을 발견했습니다. 제주도와 컴퓨터박물관이라니?! 오히려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여서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갔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뮤지엄샵에서 파는 포스트잇


밖에는 오프라인 놀이터, 실내는 온라인 놀이터

택시를 타고 넥슨컴퓨터박물관 앞에 내려 정문을 찾다 보니 바람숲이 나타났습니다. 시원하게 뻗어 있는 나무와 함께 작은 모래놀이터와 수돗가가 마련되어 있고 공간 사이사이 벤치와 테이블도 있어서 박물관에 가기 전 혹은 후에 뛰어 놀기 좋아 보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서는 컴퓨터와 게임에 흠뻑 빠져 놀고, 바람숲에서는 마음껏 뛰어놀며 서로 대화도 하며 균형 잡힌 놀이 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컴퓨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는 4개 Stage

바람숲을 지나 들어서자마자 키보드 모양의 사물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방과 옷을 집어넣고 가벼워진 두 손으로 공간을 본격적으로 탐험할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지하 1층, Special Stage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추억을 소환하는 Special Stage  

지하 1층 Special Stage은 특별전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Crazy Arcade 전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지만 1980년대만 해도 아케이드 게임기가 게임의 전부였죠.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게임기들을 보니 게임과 함께 했던 즐거운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40여 년 만에 게임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했는지를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보다도 아빠들이 더 흠뻑 빠져있는 모습이었는데요. 그 대열에 껴서 저도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좋아하던 팩맨 게임을 즐겼습니다.


테트리스, 버블버블, 스트리트파이터 등 옛 추억 소환하는 다양한 아케이드 게임기들로 모두가 정신 없이 전시 체험하는 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도슨트 시간(매일 11~17시 정각)에 맞추어 1층 Welcome stage로 올라갔습니다.  Computers as theatre라는 주제의 1층 공간은 "만약 내가 컴퓨터에 흐르는 데이터라면?"의 상상으로 관람객이 비트(Bit)가 되어 컴퓨터의 메인 구조를 체험해보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다양한 회로의 모습을 따라 원하는 동선으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다.


컴퓨터 덕후의 컬렉션, 1층 Welcome Stage

마치 TV쇼 진품명품을 보는 것처럼 믿을 수 없는 전시물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최초의 마우스(프로토타입), 최초의 랩탑 컴퓨터, 최초의 애플 맥킨토시 컴퓨터까지. 컴퓨터 역사에 중요한 획을 긋는 전시물들이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자기에서 워드프로세서로 어떻게 진화했는지, 최초의 저장 장치 '천공 카드'부터 블루 레이 디스크까지 메모리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흑백의 그래픽 카드부터 지금의 실감 나는 그래픽 카드까지 변천사도 보고, 단조로운 비프음이 다채로운 배경음악이 되기까지의 사운드 변화도 살펴볼 수 있는 정말 풍성한 공간이었습니다. 모든 파트마다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빼곡해서 박물관에서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애정을 가지고 수집해온 전시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초의 마우스 > 최초의 랩탑 컴퓨터 > 최초의 맥킨토시 순
타자기부터 워드프로세스까지 > 저장 장치의 변천사  > 게임음악 엿듣기 체험전시물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을 복원해서 아빠와 아이가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


게임 덕후의 아지트, 2층 Open stage

2층은 또 온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마치 오락실에 온듯한 기시감이 들었는데요. 모두가 서서 빠른 손놀림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종류도 다양하고 콘솔도 정말 다양해서 게임 덕후가 아닌 저조차도 하나씩 모두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2층 관람객 중에 누구보다도 아빠들이 가장 행복해 보였는데요. 추억 돋는 게임을 실컷 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흠뻑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어렸을 때 게임하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이 정말 신나보였습니다.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욱 신나는 2층 Open Stage
전시를 골라가며 체험하느라 손과 눈이 바쁜 관람객들의 모습

2층엔 "세상의 모든 게임과 관련 서적"을 컨셉으로 NCM 라이브러리도 있었는데요. 1세대 콘솔 게임기부터 97년 피파 축구 게임팩에 1998년 PC CHAMP 잡지까지. 게임을 좋아한다면 24시간 시간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컬렉션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게임광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늘 함께였던 바람돌이 소닉 게임팩을 보니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아빠가 어렸을 땐 말야, 이런 게임을 했었어..."의 대화가 시작되는 곳


오픈 수장고가 매력적인 3층 Hidden stage

3층 역시 컴퓨터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를 활용한 핑크빈과 함께하는 스토리 코딩 전시처럼 코딩을 전 연령대가 쉽게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워크숍 공간도 있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았던 공간은 박물관 안쪽에 숨겨져 있는 수장고의 일부를 관람객이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공개한 '오픈 수장고'였습니다. 매주 다른 소장품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직접 구동시켜볼 수 있는 스닉 프리뷰(Sneak Preview)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컴퓨터와 최신 기술에 한뼘 가까워질 수 있도록 고려한 세심한 기획에 감동했습니다. (매일 오후 2시에 진행) 컴퓨터를 향한 근본적인 관심과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컬렉션 때문일까요? 박물관 전체에 풍기는 컴퓨터, 게임에 대한 달달한 애정 덕분에 저 또한 박물관에 있는 순간만큼은 함께 덕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잠시 쉬고 싶을 때는 여기로

전시를 보다가 혹은 (게임) 체험을 너무 열심히 해서 잠시 쉬고 싶다면 지하에 마련된 추억의 만화방과 키보드 와플 & 마우스빵 맛집, 인트(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쓰이는 정수형(integer) 의미) 카페에 가보는건 어떨까요?  





가족 모두 덕후가 되어 보는 시간

개인적으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지 않고 잘 몰라서 컴퓨터박물관이 어떨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4개의 Stage를 꼼꼼히 살펴보고 나니 어렸을 때 컴퓨터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옛 애정이 새로 샘솟는 느낌이었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소장품부터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전시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체험 요소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아이뿐 아니라 부모가, 특히 아빠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여행 중에 가족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무언가에 흠뻑 빠져보고 싶다면, 

넉넉히 시간을 내서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뮤지엄샵에서 만난 공감 가는 문구들. This is GEEK ZONE!


+ 넥슨컴퓨터박물관 찾아가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3198-8 (노형동 제주고등학교 맞은편)



<빠가 더 즐거운, 제주도 넥슨컴퓨터박물관> 글 어떠셨나요?


이 뿐만 아니라 2018 LEGO Play Well 리포트 이야기,  제대로 놀고 싶은 가족들을 위한 10가지 원칙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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