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 SAW Aug 05. 2020

작업실이 아이들에게 주는 의미가 모야?

작업실 임팩트 리서치를 소개합니다.


작업이 뭐예요? 작업실이 뭐예요?
작업실이 왜 좋아요?
작업실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예요?



2017년 리마크프레스와 함께 이문초등학교 바로 앞에 '이문238'이란 작업실을 만들고 2년간 투자를 하면서, 그리고 2020년이 된 지금까지도 어린이도서관에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질문을 받으면 그런 기분이 듭니다. 할 말은 많은데, 분명히 답을 아는 것 같은데 무엇부터 말해얄지 모르겠는 느낌 말이죠.


분명 작업실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장면들은 작업의 경험이, 작업실이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좋다는 것을 쩌렁쩌렁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 장면을 실제로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작업 그리고 작업실이 어떻게 왜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언어로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글도 써보고 사진도 찍고 영상도 만들어봤지만 경험을 언어화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작업을 지지하는 작업실의 효용을 언어화하는 리서치를 결심했습니다. 제천 기적의도서관에 첫 번째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열면서 동시에 '작업실 임팩트 리서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리서치가 필요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어린이작업실을 통해 일상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경험이 어떤 의미인지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 전국 곳곳의 도서관에 작업실을 늘려가는데 필요한 첫 단추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리서치로 인해 더 많은 도서관이 작업실에 관심을 가지길, 도서관 속 작업실을 만들고 싶어지길 바랍니다.


리서치를 기획하면서 맨 처음 만들었던 문서의 표지



무엇을 리서치할까?


1. '작업실에 자주 오는' 아이들의 경험


작업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경험은 유형과 양상이 정말 다양합니다. 오늘 처음 왔는지 이미 여러 번 와봤는지에 따라, 집이든 학교든 이전에 작업을 해봤는지 아닌지에 따라, 작업실에 혼자 왔는지 친구와 함께 왔는지에 따라, 그 외에도 여러 변수에 의해 경험이 달라집니다. 작업이라는 이름 하에 저마다의 속도에 맞게 탐색과 모험을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어른들의 관점에서 작업실 경험을 관찰하다 보면 아이가 작업을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그 아이의 작업실 경험을 대변한다고 착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작품을 많이 만들면,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하면, 작업의 스펙트럼이 넓으면 그 아이에게 작업실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거죠. 혹은 작업실에서의 경험이 작업을 '잘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는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세심하게 고려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작업의 진정한 의미는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작업할지 스스로 구상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지점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잘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스스로 작업하는 자유를 통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파트너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서치에서는 작업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작업실에 자주 오는 아이들에게 작업, 작업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규명하고 작업실을 자주 찾으면서 아이들의 경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오픈한 지 1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10번이 넘게 방문한 단골들이 꽤 생겨서 리서치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10번 이상 모야를 다녀간 찐-단골 작업자 초코와 다크초코


2. (조심스레 가설로 잡아본) 3가지 변화: 창작하는 자신감, 연결과 협업, 공감과 관계 맺기


본격적으로 관찰을 시작하기 전에 작업, 작업실의 경험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미국 익스플로라토리움 등 국내/외 기관의 문헌을 조사하고 이문238의 기록을 심도 있게 분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축적되는 작업, 작업실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이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만들어보았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이기 때문에 관찰 결과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향성으로 참고는 하되, 관찰 결과를 가설에 끼워 맞추지 않으려고 리서치팀과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창작하는 자신감: 시도하는 자신감이자 스스로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서 자기 주도적인 태도, 목표 의식, 재료나 도구에 대한 열린 마음 등을 포함합니다.

- 연결과 협업: 작업 과정 속에서 본인의 작업을 타인, 일상,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태도로서 다른 사람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거나 영향을 주고받는, 때로는 합작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공감과 관계 맺기: 작업의 목적, 목표 측면에서 운영자 등 타인을 돕거나 타인과 관계 맺기 위해, 혹은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작업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리서치할까?


어린이작업실 모야에서는 작업의 모든 것을 작업자가 정합니다. 어떤 재료로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작업의 의도부터 작업의 시작과 끝을 모두 작업자가 결정합니다. 물론 몇몇 작업자들은 작업하면서 혼잣말로, 글로, 그림으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본인의 의도와 생각을 무언의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번 리서치에선 '아이들의 (무언의) 작업 경험을 어떻게 제대로 관찰할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고민 지점이었습니다. 게다가 도서관 속 작업실로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공공 공간이다 보니 언제 어떤 친구들이 작업하러 올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관찰을 '통째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른의 관점에서 선례에 기반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결정하기보다는,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리서치팀이 어린이작업실 모야에 들어가 함께 작업을 하며 직접 관찰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8월부터는 비디오를 설치해 간접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병행하려고 합니다. 또한 '작업실 오픈 데이'를 열어서 자주 오는 작업자들과 부모님을 초대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인터뷰하면서 행동 관찰로는 풀리지 않았던 이야기의 실마리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리서치팀이 발견할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누구와 리서치할까?


(이렇게 어려운) 여정을 함께 하는 든든한 리서치팀을 소개합니다. 이번 작업실 리서치의 경우, 관찰 리서치에 전문성을 가진 분들('연구팀')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작업, 작업실이 어떤 의미인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현장 실무가('실무팀')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연구 사례를 참고하여 Jointly negotiated research team을 구축했습니다. 'Jointly negotiated research'란 연구팀이 최종 결정권을 소유하면서 실무팀의 의견을 듣기만 하는 구조가 아니라, 실무팀과 연구팀이 동등한 결정권을 가지고 상호 학습하면서 리서치를 진행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의 작업, 작업실을 향한 호기심과 애정, 열정은 공유하되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한 몸처럼 긴밀하게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팀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수소문해서 운명처럼 만나게 된 멋진 파트너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연구팀은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임팩트 투자 기관 MYSC의 디자인 솔루션 1랩입니다. C Program과 함께 놀이터 리서치를 했던 인연이 있는 송영일 디렉터님께서 계신 팀인데요. 송영일 디렉터님은 놀이터 리서치를 하는 6개월 동안 100시간 이상 여러 곳의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직접 관찰하시고, 학부모와 아이들을 1시간 반씩 10회 넘게 인터뷰하셨던 터라 '관찰! 또 관찰! 또또 관찰! 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번 리서치를 함께 하기에 너무나 딱 맞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무팀은 C Program에서 투자했던 이문238을 직접 운영했던 두 분의 운영자, 서가은님과 김다은 님입니다. 초기부터 이문238의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서가은님과 아이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면서 가까이에서 현장을 경험했던 김다은님께서 '작업, 작업실'의 관점으로 의견을 더해주시는 덕분에 리서치가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같은 장면을 관찰하고도 어쩜 이리 서로 발견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해석하는 렌즈가 다른지, 넉넉히 1시간 30분을 잡아두는 미팅이 항상 3시간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마무리되는 이유는 그 때문일까요? 회의 때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의견을 더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너무 빠르게 흘러갑니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7월, 리서치가 시작한 이래로 점점 한 몸처럼 긴밀하게 협업하기 시작하는 두 팀을 볼 때마다 "결국은 어떻게든 잘될 것이다"라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든든함이 몰려옵니다. 냉철한 전문성과 따뜻한 애정으로 아이들의 작업실 경험을 파헤칠 두 팀을 응원해주세요.


화제의 '서랍이론'이 탄생하던 그 순간!




이번 리서치 한 번으로 작업실의 모든 것이 규명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작업이, 작업실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믿는 여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애정과 열정을 담아 경험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해본다는 것에 리서치의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실'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을 만들어갈 리서치팀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리서치를 기획하면서 만들었던 문서의 맨 마지막 장. 진심으로 이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