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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Apr 02. 2020

[월간 스토리] 다섯 번째. 유체이탈 여행

몸은 집에 있어도 뇌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방법이 있다?!

가끔 소설을 읽다가 영화가 떠오르고, 게임을 하다가 만화가 떠오르는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월간 스토리]는 손보다 발이 바쁜 이지유 작가님이 1달에 1번, 하나의 주제를 기반으로 함께 즐기면 좋을 그림책, 단/장편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다큐멘터리 등을 모두 모아 하나의 글로 소개합니다. 월간 스토리를 통해 소설, 그림책,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넘나드는 재미, 장르에 따라 살짝살짝 변주하는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을 만나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포스터



우와, 2020년 4월이 왔습니다.


아니, 뭘 했다고 벌써 4월인 거죠? 밖에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이번 봄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봄을 느낄 여유도 없어요. 정말 억울해요. 게다가 4월이 다 되도록 초중고생들이 학교에 가질 않으니 아이들은 답답하고, 부모님은 걱정이 산더미 같아요. 사람 많은 곳에는 못 가니, 영화를 볼 수가 있나, 학원에 갈 수가 있나,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못 나가서 정말 답답할 거예요.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국내 여행도 쉽지 않아요.


이럴 때 보면 좋은 책은 바로 지도책이에요. 아틀라스라고도 불리는 책이죠.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나라를 만나는 AMERICA ATLAS (출처: 그림책 박물관)


집에 가만히 앉아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어요. 거기에 여행하는 영화까지 보면 금상첨화!


자, 그럼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나볼까요.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나라를 만나는’ AMERICA ATLAS (알레한드라 베가, 나탈리에 게라 글, 솔 운두라가, 무헤르 갈리나 그림, 이선영 옮김, 그린북, 2018)는 판형이 아주 큰 책이에요. 지도가 매우 큼직하고 지도 안팎을 채우는 그림이 매우 훌륭하답니다. 이런 책은 거실 바닥에 좍 펴놓고 배를 깔고 엎드려서 발을 위아래로 흔들며 보는 것이 제격이죠.


'작가의 말' (출처: 그림책 박물관)


아, 여기서 유의사항 하나. 여기에는 반드시 가이드라인이 적혀 있어요. 그러니까 책을 보는 법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에는 다양한 문화를 지닌 원주민과 다른 대륙에서 온 다문화 이주민이 함께 살고 있으므로 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담으려 했다는 작가들의 의도가 아주 친절하게 적혀있답니다. 쓰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어요. 읽어 주자고요!


이 책을 봤으면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는 영화를 하나 보는 건 어때요?


‘와일드’(2014)'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셰릴 스트레이드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예요. 셰릴은 자신의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해 모하비 사막을 거쳐 캐나다 국경까지 4,000킬로미터에 이르는 Pacific Crest Trail을 따라 세 달 넘게 오로지 걸어서 여행을 해요. 사막을 걷다 보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어요. 발에 물집이 잡히는 건 기본이고요, 전갈이나 뱀도 나와요. 먹을 것도 변변치 않고 물을 구하는 것도 힘들어요.



아, 그런데 왜 갔냐고요? 그건 말이죠, 평범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면 커다란 짐을 지고 사막을 걷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 셰릴은 이혼, 가정폭력, 실직 등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뒤로하고 사막에 뛰어든 거예요.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제목의 자서전을 썼는데, 그게 대박이 났지 뭐예요. 결국 이렇게 영화로도 나오고 말이죠.



가장 극적인 스토리는 인간이 자연을 대면했을 때 나온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려주는 영화예요.  

   

아메리카 대륙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고요?


암 그렇고 말고요. 다른 나라도 가야죠. 이참에 아주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을 어때요? 그렇다면 ‘세계의 지리, 문화, 특산물, 음식, 유적, 인물을 지도로 한 번에 만나는’ <MAPS> (알렉산드라 미지에린스카, 다니엘 미지엘린스키 글 그림, 이지원 옮김, 그린북, 2017)을 보도록 하죠.


아, 이 책은 말이에요, 각 나라의 현대적인 특징을 어찌나 잘 찾아서 그렸는지 박수가 저절로 나온답니다. 자, 어서 우리나라가 있는 페이지를 펼쳐 보세요. 제가 세종시에 사는데요, 세종시는 최근 조성되었으며 행정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계획도시예요. 세종시를 상징하는 게 뭔지 아세요? 아파트예요, 아파트! 아, 그런데 이 책에 아파트가 딱 나와 있지 뭐예요. 이 작가들이 정말 세종시에 와 본 것일까요? 정말 물어보고 싶다니까요.      


자, 그럼 세계 여행에 딱 맞춤한 영화를 한 편 볼까요.
이미지 출처: Wikipedia & INTOFILM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가 완전 딱이네요! ‘라이프’지 기자인 월터는 폐간 예정인 잡지의 마지막 호를 준비하다 가장 중요한 25번 사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어요. 사진을 다시 찾을 방법은 오직 하나, 그 사진을 찍은 사진사를 찾는 일이죠. 그래서 월터는 계획에도 없던 여행을 시작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그린랜드, 아이슬란드를 거쳐 히말라야까지 간답니다.



아, 그런데 말이에요, 이 장면들이 압권이에요. 영화에 나오는 아이슬란드의 장면 하나하나가 어찌나 멋진지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아이스랜드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슬란드 여행 붐이 일었고 말이에요. 도대체 얼마나 좋은 장면이길래 사람들이 난리인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죠?


아마, 부모님들 가운데는 지도책을 본 김에 지리나 지구과학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놀라지 마세요. 그런 책이 여기 있어요. <지구를 통째로 배우는 세계지도 책> (사이먼 애덤스 지음, 리자 스웰링, 랠프 래저 그림, 박기연 옮김, 넥서스주니어, 2008)은 자연과 문화를 담은 지도와 지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번갈아 배치해서, 지도책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려고 애썼답니다.



각 장은 마주 보기로 한 번 접혀 있고 양쪽으로 펼칠 수 있어 정말이지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고 있어요. 지표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지표 아래 지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인문학과 과학,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나 할까요. 어때요 원하는 책이 바로 이런 거죠?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글’(2017)을 관람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이스라엘의 탐험가 ‘요시 긴즈버그’가 볼리비아의 정글에 갔다가 한 달 동안 빠져나오지 못해 고생한 실화를 영화로 만든 거예요. 볼리비아의 정글이라니 어디인지 잘 모르겠죠? 여기가 어디냐 하면요, 바로 아마존강 상류예요. 그러니까 긴즈버그와 동료들은 아마존 정글에서 길을 잃고 사투를 벌이다 겨우 살아 나온 거예요. 모기, 기생충, 독사 등 각종 위험한 요소들이 도처에 있었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반목질시였어요. 어딜 가나 사람이 문제라니까요. 자, 그럼 아마존 여행을 떠나 볼까요.



예술적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지도책도 있어요. 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책이 있답니다. 지리학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책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짜잔! <세계 도시 과거와 현재>(알베르토 보르고 디자인, 이레나 트레비산 지음, 김지연 옮김, 엠베스코, 2017)는 디자인의 힘을 빌어 지구를 대표하는 거대한 도시들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요.


도시를 그린 선의 색에 그 답이 있어요.


눈을 아주 크게 뜨고 보세요. 모든 도시는 세 가지 색의 선으로만 겹쳐 그린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붉은색 선은 과거의 집과 빌딩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초록색 선은 현재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파란색 선으로는 지도를 그렸어요. 오로지 빨강, 초록, 파랑 이렇게 이 세 가지 선을 리소그래프로 인쇄해 세계 주요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거예요. 정말 기발하지요? 저는 이 책이 정말 좋아요. 다양한 미디어가 있더라도 물성이 있는 책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거든요. 책이여 영원하라~~~!


    

자, 마지막으로 같이 볼 영화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예요. 소설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죠.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보는 것도 좋아요. 아무래도 책으로 보는 것과 영화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줄거리는 이래요. 아주 성실한 학교 선생님이었던 주인공은 우연히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해주고 책과 책 사이에 끼어 있는 리스본행 야간열차표를 얻게 되었어요. 여성은 사라지고 선생님은 책과 표를 든 채 학교를 뛰쳐나와 홀린 듯 열차에 오르죠. 그리고 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더라는 내용이에요. 우와, 그 긴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하니 정말 간단하네요. 너무 다 알려주면 영화 보는 재미가 없잖아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길어지면서 모두 힘들어해요.


왜 힘들까요? 친구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이 세상을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요.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아무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백신을 만들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죠. 좀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잠시 참는 거예요. 이왕 참을 거 확실히 참는 것이 좋겠죠? 위에 소개한 책과 영화를 보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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