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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Oct 03. 2019

[월간 스토리] 첫번째. 공룡 앓이의 시작

쥬라기 공원의 대사, "Life finds a way!"를 기억하시나요.

가끔 소설을 읽다가 영화가 떠오르고, 게임을 하다가 만화가 떠오르는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월간 스토리]는 손보다 발이 바쁜 이지유 작가님이 1달에 1번, 하나의 주제를 기반으로 함께 즐기면 좋을 그림책, 단/장편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다큐멘터리 등을 모두 모아 하나의 글로 소개합니다. 월간 스토리를 통해 소설, 그림책,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넘나드는 재미, 장르에 따라 살짝 살짝 변주하는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을 만나길 바랍니다.



1990년 아주 재미난 소설이 하나 나왔다. 


제목은 <쥬라기 공원>! 마이클 클라이튼 원작의 이 소설은, 공룡은 아이들이나 좋아한다는 편견을 과감히 깨고, 유전공학, 고생물학, 카오스 이론, 유닉스 시스템을 비롯한 당시 최첨단 아이티 기술을 작품 속에 녹여 지구인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명한 영화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작품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원작의 판권을 사들이고 클라이튼에게 시나리오 작가를 붙여 영화 각본을 쓰게 한 뒤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 1993년 개봉했다. 영화를 만들 때 전문가의 고증을 철저히 받아 수각류의 꼬리를 수평으로 둔다거나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대사를 넣었고,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 제작은 물론이고 걸음마 수준이던 CG에 전격 투자해 실사 수준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영화는 대박이 났으며 “Life finds a way!”라는 대사를 유행시켰다. 


오른쪽: 소설 <쥬라기 공원 > (이미지 출처: https://laurasniderstories.com/)  / 왼쪽: 영화 <쥬라기 공원>의 포스터


소설과 영화로 전 세계가 공룡 앓이를 하고 있을 때, 1993년 크로아티아에서 <The night at the museum>라는 어린이용 그림책이 나왔다. 밤이 되면 자연사 박물관에 있던 화석들이 깨어나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는 깜찍한 내용의 그림책이었다. 자, 느낌이 슬슬 오지 않는가?


그렇다. 이 책이 바로 2006년 개봉한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원작이다


그림책에서 시작해 영화 제작으로 이어진 이 책은 같은 해인 2006년 같은 제목을 가진 청소년 소설로도 출판이 되었다. 원작 그림책의 세계관 설정이 워낙 간단하면서도 완벽해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기에 2009년에는 <스미소니안의 전투>, 2014년에는 <무덤의 비밀>로 이어지는 영화 후속 편이 제작되었다. 


왼쪽: <박물관은 살아있다> 영화 포스터 (출처: Amazon.com) / 오른쪽: <The night at the museum> 그림책 (출처: aiga.org)


한편 소설과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마이클 클라이튼은 2편 <잃어버린 세계>를 1995년 출판했고 당연히 같은 제목의 영화도 뒤따라 나왔다. 소설,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의 성공은 학문의 세계에 양의 되먹임으로 작동해 고생물학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에 발맞춰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명성이 높은 BBC는 1999년 <Walking with Dinosaurs>라는 다큐를 시리즈로 만들어 방영했고 2001년에는 독립 에피소드 <빅 앨의 대모험 The Ballad of Big Al>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


디즈니도 빠질 수 없었다. 


2000년 개봉한 <다이너소어>는 디즈니가 제작한 첫 번째 3D 애니메이션으로, 다른 작품들이 티라노사우르스 같은 거대 수각류 공룡을 주인공으로 다룰 때, 인간이 처음으로 알아낸 공룡 이구아노돈을 주인공으로 삼아 시나리오를 썼다. 스토리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Amazon.com)


소설 한 편이 영화, 다큐멘터리, 학계에 이어 애니메이션까지 영향을 준 마당에 게임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게임 <쥬라기 공원>건 Gun 슈팅 게임의 형태로 출시되었다. 사람들이 쥬라기 공원으로 몰려가 탈출하는 공룡을 총으로 쏘아 맞추는 게임으로 소설과 영화에서 소재만 가져왔을 뿐 공룡에 대한 애착심을 키우기엔 부족함이 많은 게임이었다. 공룡을 쏘아 죽이다니, 공룡 애호가들에게 도리어 총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2001년 동물원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초Zoo Tycoon이 발매되었다. 동물의 생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사바나의 동물들이 주로 등장했는데, 게임 개발자들은 여기에 공룡 확장팩을 붙여 이듬해에 출시했다. 도입부 줄거리는 쥬라기 공원처럼 과학자들이 공룡알을 애지중지 돌봐 부화를 시켜 공원으로 보내면, 게임 유저들이 만들어 놓은 공원 환경에 따라 스스로 살 길을 찾는다. 이 게임 어디에도 쥬라기 공원이라는 말은 없지만 그 소설과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금은 2019년에 발매된 Planet Zoo를 만나볼 수 있다.   


오른쪽: 슈팅 게임 <쥬라기 공원>  /  왼쪽: 시뮬레이션 게임 <Zoo Tycoon>


이런저런 머리 아픈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말고 귀여운 공룡이 나오는 게임은 없을까?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온라인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다. 바로 구글 공룡 게임! 8비트 티라노사우르스가 사구아로 선인장을 피해 뛰어가는 귀여운 게임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탭 하라. 그러면 공룡이 알아서 길을 찾는다. 





연극, 무용, 소설, 게임, 영화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예술 하위 장르의 공통점은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구전으로 필사본으로 인쇄본으로 매체를 달리할 때마다 새로운 꾸밈으로 살짝살짝 변모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장르를 달리할 때마다 그에 맞는 변주를 한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으니 이런 다양한 변주가 무척 반갑다. 작가 또는 작가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더욱 반갑다. 같은 소재와 스토리를 자신이 가진 재능에 따라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 장르가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남이 해 놓은 다양한 작품을 보고 즐기는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것을 찾으면 그와 비슷한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따라가자. 그 궤적이 곧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Life finds a way!


가장 재미있는 것을 찾으면 그와 비슷한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따라가자. 그 궤적이 곧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Life finds a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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