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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Dec 10. 2020

형편없어도 멈추지 못하는 작업의 즐거움

[스스러와 제3의 어른의 만남] 웹툰 '정년이', 서이레 작가님과의 대화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Story Studio, '스스')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스스러와 제3의 어른의 만남]에서는 스스에 찾아오는 10대 창작자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어른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동료처럼 함께 작업하는 시간에 대해 전합니다.


웹툰 '정년이'를 아시나요?


공주부터 왕자까지 여자가 모든 배역을 다 맡는 여성 국극의 이야기, 웹툰 '정년이'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지만, 소리 하나만큼은 타고난 목포 소녀 정년! 정년의 꿈은 여성 국극단에 들어가 부자가 되는 것인데… 배워야 할 것은 많고, 주연 배우 자리는 멀기만 하다. 과연 정년은 대 스타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출처: 네이버 웹툰)


덕업일치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스스러들과 함께 읽고 싶어 스토리스튜디오('스스')의 셀렉션 리스트에도 고이 넣어두었던 웹툰 '정년이'의 글작가, 서이레 작가님을 스스에 초대했습니다. 네이버 웹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작가님 섭외를 문의 드릴 때만 해도 간절히 원하면서도 가능할지 반신반의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초대에 응해주셨습니다. 소중한 기회인 만큼 팬심을 가득 담아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스스러들 역시 평소보다 많은 질문을 남기며 작가님과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작가님, 작품, 작업에 대해 60여 개가 넘는 질문을 남겨준 스스러들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하는 스스러들의 인상 깊었던 코멘트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었지만 추첨을 통해 5명의 현장직관러와 함께 했어요. (그중 한 명은 행사 전날 포항에서 올라왔다는..!)


스스러들이 남겨준 질문 100%로 진행되었던 서이레 작가님과의 대화를 (일부) 소개합니다.



Part 1. 웹툰 정년이 ‘작품’에 대하여


Q. 웹툰 ‘정년이’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영감을 어디서 얻으셨는지 정년이의 ‘시작’에 대한 질문이 정말 많았는데요. 어떻게 정년이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서이레 작가님: 첫 시작은 친구가 주었던 여성 국극에 대한 논문이었습니다. 친구는 문학사 책에 실린 여성국극이 궁금해 찾아보았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보면 ‘정년이’는 단 한 줄의 글귀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여성국극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단숨에 매료되었습니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창극단이 있었고, 아주 인기가 많았고, 채 백 년도 지나지 않아 모두의 기억 속에 잊혀졌다는 사실까지요. 마침 그때 저는 두 번째 웹툰 작품을 쓰고 있었어요. 여성국극으로 웹툰을 만들면 무조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성들만 있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여성들이 극을 올리면서 서로 경쟁하는 모습 등이요. 여러 여성 인물을 그릴 수도 있고요. 여성국극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Q. 이어서 여성국극을 어떻게 ‘공부’하셨는지를 많이 물어보셨는데요. 국극단 관련 일을 종사하신 적이 있으셨는지 묻는 스스러도 있었어요. 여성국극에 대해 어떻게 조사하고 공부하셨나요?

서이레 작가님: 일단은 웹과 도서로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았습니다. RISS라는 논문 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가 있어요. 여기서 여성국극, 국극, 창극 등의 키워드를 넣어서 논문들을 살펴보았고요. 도서관과 인터넷 서점에도 같은 검색어를 넣어서 구할 수 있는 책들을 구했어요. 국립중앙도서관에는 보기 힘든 장서도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다음엔 앞서 작품을 만든 분들의 작품들을 보았어요. 한승희 작가님의 만화 ‘춘앵전’이라든지 정은영 작가님의 미술작품들, 다큐멘터리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을 보았습니다. 이후로는 인터뷰를 했는데요. 직접 국극 배우분들을 만나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긴 어려워서 녹취록을 바탕으로 정보를 찾았고, ‘왕자가 된 소녀들’을 만든 피디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1950년대 신문 기사를 찾아보며 꼼꼼히 취재했던 흔적
구체적인 영감을 주었던 작품들


Q. 국극을 표현하는 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자연스러운지도 궁금해했어요. 물론 그림의 힘도 크지만, 글작가로서 국극을 어떻게 텍스트로 표현하고 풀어가실 수 있는지, 특별히 신경 쓰시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서이레 작가님: 최대한 자세하게 상상하고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극 중 나오는 국극들은 무대 세트를 직접 그려보기도 했고요. 각 장면에 필요한 배경과 의상, 배우들의 동선 등등 최대한 자세하게 상상하고 시작합니다. 직접 본 뮤지컬과 연극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꼼꼼한 취재와 리서치가 인상 깊었던 서이레 작가님


Q. 또 하나의 특징이 웹툰 정년이에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는 점인데요. 혹시 작가님께서 전라도 쪽이신지 궁금해하는 스스러도 있었어요. 사투리가 되게 쉽게 읽히고 진짜 토박이가 말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전라도 사람이 아니면서도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인가요?

서이레 작가님: 일단 저는 충남 사람이에요(웃음). 충남 중에서도 한 시간에 버스가 한 대 오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그래도 충청도 사투리는 한 마디도 못합니다. 전라도 사투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공부를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포기하고 광주에서 대학을 다닌 친구에게 부탁해 전라도 토박이 분을 찾았습니다. 50년대의 말투를 구현해야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까지 전라도에 사신 분을 원했고, 운 좋게 그런 분이 계셨어요. 그분께 감수를 맡겼습니다. 아주 감사하게도 훌륭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전라도는 예인의 고장이에요. 옛날부터 소리꾼, 춤꾼이 많던 동네거든요. 특히 소리꾼이 많아서 실제로 국극을 하시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전라도 출신이십니다. 임춘앵 선생님도 그랬고요. 정년이가 소리에 자신이 있으려면 당연히 소리를 잘 접하고 배울 기회가 있는 전라도여야 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웹툰 정년이의 캐릭터별 키워드가 궁금하다는 질문도 있었어요.

서이레 작가님: 인물이 많다 보니 캐릭터 시트를 만들어서 갖고 있고, 그 시트에 키워드들을 정리해두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모두 말해드리긴 어려워요. 말할 수 있는 정도만 말씀드리자면 정년이는 수전노, 영서는 인정 욕구, 도앵이는 자기혐오예요. 너무 다들 부정적인 키워드들이라 주란이도 말해봅니다. 주란이는 사랑이에요.  



Q. 남겨주셨던 사전 질문을 살펴보며, 작품에 대한 파트를 마무리하는 질문으로 이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웹툰 ‘정년이’의 TMI를 듣고 싶다고 하신 스스러가 있었어요. 스토리 상 나오지 않은 설정이라든가 초기에 이야기를 짜면서 혹은 끌고 가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나 공유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서이레 작가님: (웃음) TMI들은 정말 많아요. 심심할 때마다 생각해보는 것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숙영이는 50인분 밥은 기가 막히게 잘 짓지만 반찬과 국 같은 간 보는 음식은 꽝일 거라든지, 영서는 독방을 쓰고 분명히 벽장에 몰래 사탕을 숨겨두었다 라든지. 가끔 이런 아이디어들을 단행본 4컷 만화로 싣고 있어요. 요새 궁금한 건 국극단에 나타날 길고양이를 누가 제일 애정 어리게 돌봐줄까입니다.



Part 2. 서이레 작가님의 ‘작업’ 이야기


Q. 작가님께서도 혹시 이야기를 막히실 때가 있나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서이레 작가님: 저는 작품을 만드는 건 영감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영감을 받아서 쓸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영감'만' 가지고는 절대 작품을 끝까지 만들 수 없거든요. 작품을 쓰다가 막히는 이유는 일단 작가가 스토리 전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요. 전체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내 손에 들고 있지 못하니까,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니까 다음 이야기가 생각이 안 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기승전결의 흐름을 계속해서 생각하시면서 작업하셔야 해요. 그래서 저는 막힐 때는 전체 트리트먼트, 전체 스토리를 숙지해보거나 58화에서 쓰는 게 막히면 55화, 56화, 57화까지 다시 한번 읽어본다거나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인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막혀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이 인물이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모르겠는 거죠. 그 이유는 캐릭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작가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에요. 작가는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만 캐릭터들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어요. 캐릭터가 지금 원하는 게 뭔지, 어떤 상황이고 무슨 기분인지 정리해서 써보고 이 인물이 어떻게 행동할까, 혹은 스토리에 맞춰나가려면 어떻게 행동해야만 할까를 한번 적어보고 그 중간에 공백을 메꿔가는 형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감'만' 가지고는 작품을 끝까지 만들 수 없어요.


Q. 마치 조물주가 된 것처럼 내가 만든 세상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장악하고 이야기 전체도 장악하고 결국 '장악력'이 중요한 거군요.

서이레 작가님: 맞아요! 실제로 한 세계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작품의 이야기는 나만 다 알고 있거든요. 근데 작품을 보는 사람은 남이잖아요 우리가 작품을 쓰는 이유는 내 이야기를 남에게 읽히고 남한테 이해시키기 위해서인데 나만 이해하고 있으니까, 결국 그걸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Q. 웹툰 정년이하면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말이 정말 많잖아요. 서사를 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이신지 궁금해요.

서이레 작가님: 저는 등장인물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생각해요.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이 인물이 처음과 끝에서 달라져야만 하거든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해요. 예를 들어 흥부놀부전이면 놀부가 악한 사람이었는데 참회하게 바뀌어야 사람들이 재밌는 이야기라고 느끼거든요. 정년이의 경우엔 부자가 되는 것만이 욕심이었는데 국극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진심이 되어가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렇게 캐릭터가 어떤 욕망을 가진 사람이고 이 욕망을 통해 어떻게 바뀌는지를 고민하셔야 해요.

제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일단 시놉시스를 씁니다. 시놉시스를 쓰는데 처음에는 손이 가는 대로 마구 써보시는 걸 추천해요. 그렇게 마구 써본 이야기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에 맞춰서 한 문장씩으로 정리해요. 예를 들면 발단에 '정년이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집을 나온다.'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한 문장씩 써보는 게 중요하고요. 이렇게 정리를 한 후에 1~3쪽 이내로 핵심 에피소드를 시놉시스로 전개해보시길 추천해요.

인물의 경우 캐릭터 시트를 만드는데요. 어떤 인물인지 간단하게 인물을 설정하는 시트예요. 예를 들면 정년이의 경우, "윤정년, 16세,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극단에 입단한 소녀, 고집이 세고 다부진 성격, 사랑에 서툴지만 솔직하다"가 초기 설정이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은 웹툰이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를 가지는지가 중요해서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캐릭터 시트에는 이름, 성별, 나이, 생일, 외모 묘사, 성격 등 내용이 있고 컨셉 한 줄 요약도 있어요. 이렇게 상세한 프로필을 적어놓는 게 좋고요. 이 안에서 인물의 결핍과 욕망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통해 이 인물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인물이 이렇게 변한다.'를 3줄로 정리해보시면 좋아요.  

인물까지 정리하면 트리트먼트라는 걸 쓰게 돼요. 모든 장면, 대사 같은 것들을 시놉시스를 가지고 발전시켜 좀 더 자세하게 쓴 것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소설처럼 쓰긴 하지만, 감정 묘사나 대사가 많이 들어가진 않고 결정적인 대사 정도와 어떤 공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세하게 쓴 텍스트라고 보시면 돼요. 트리트먼트는 10쪽 이내로 작성을 하고 에피소드별로 넘버링을 해서 묶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 에피소드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있도록 구성을 하는 거예요. 결국 이야기는 기승전결이라는 하나의 탭이 계속 모여서 또 하나의 커다란 기승전결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등장인물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생각해요.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이 인물이 처음과 끝에서 달라져야만 하거든요. 캐릭터가 어떤 욕망을 가진 사람이고 이 욕망을 통해 어떻게 바뀌는지를 고민하시면 좋겠어요.


이야기란 결국 기승전결이라는 하나의 탭이 계속 모여서 또 하나의 커다란 기승전결을 만드는 거예요.




서이레 작가님과 함께했던 ‘물어보살’ 시간!

웹툰 정년이를 독자로서 사랑할 뿐만 아니라, 서이레 작가님처럼 매력적인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질문을 남겨준 스스러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쭤보았습니다.


1번 스스러: "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짜면 늘 중요한 사건들만 생각이 나고, 그걸 다 연결할 세부적인 일들을 쉽게 정하지 못해요. 그래서 작가님처럼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설정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서이레 작가님: 이건 저도 데뷔한 이후에도 겪었던 어려움이고 지금도 가끔 겪고 있는 어려움이에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연결하는 스토리들을 허투루 생각했었구나라고 느껴져요. 단순히 '이건 연결되는 거니까 재미없지만 어쩔 수 없이 대충 쓰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 연결되는 스토리도 가장 굵직한 이야기를 통과하는 서사와 반드시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인물이든 사건이든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해요. 장면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중요한 사건과 연결해서 써보시면 훨씬 이야기도 재미있어지고 쓰는데도 재미가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인물이든 사건이든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해요.



2번 스스러: "현재 두리뭉실하게 아이디어 북에 여러 소재가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소설)의 분위기가 있는데 글을 항상 쓰려고 노력해도 막막하기만 하네요ㅠㅠ이야기 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서이레 작가님: 저도 어렸을 때는 어떤 소재나 분위기를 원해서 글을 썼던 적이 있어요. 다들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분위기는 알겠다'라고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그때 작가가 쓴 만큼 독자가 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작가가 분위기를 원해서 썼으면 그 분위기가 드러나고 소재를 원하면 그 소재만 나타나요.

그런데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건과 등장인물이거든요. 이 인물이 무얼 하는지를 제일 궁금해해요. 이 인물이 움직이는 내용을 보아야만 '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어'가 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시도해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인물한테 무언가를 빼앗는 거예요. 부족한 걸 만들어주는 거죠. 예를 들면 딸인데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 그런데 알고 봤더니 누가 엄마를 암살했대. 그럼 복수를 하고 싶겠죠? 무언가를 빼앗으면 그 인물이 알아서 달려 나가게 되어 있어요. 엄마를 죽인 사람이 누구일까, 어떤 모험을 할까, 마지막엔 복수에 성공할까, 복수에 실패하지만 사랑을 얻을까, 복수에 실패하고 죽음에 이를까, 이런 여러 가지 결말들까지 나올 수 있어요. 여러 결말들 중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에 따라 취사선택을 하는 거죠.

이야기를 만들 땐 논리적이고 계산을 하셔야 해요. 이야기가 어떤 영감을 받아서 막 나오는 것이 아니고 계속 치밀하게 계산하고 어떻게 독자에게 노출할지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좀 계산을 많이 해보시고 작업하시길 추천해요. 물론 내가 분위기를 보고 싶고, 소재를 보고 싶어서 글을 쓰실 수 있어요. 여기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작품들을 하나하나 완성해보는 경험이에요. 작품을 시작하는 친구들, '한번 써봐야지'하며 아이디어를 쓰는 사람은 많은데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굉장히 적거든요. 완성하는 경험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스스로한테 용기도 생기고 재미있으실 거예요.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것보다 훨씬 더요!


이야기를 만들 땐 논리적이고 계산을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야기는 어떤 영감을 받아서 막 나오는 것이 아니고 계속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어떻게 독자에게 노출할지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에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작품들을 하나하나 완성해보는 경험이에요. 작품을 시작하는 친구들, '써봐야지'하며 아이디어를 쓰는 사람은 많은데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굉장히 적거든요. 완성하는 경험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스스로한테 용기도 생기고 재미있으실 거예요.


3번 스스러: "캐릭터가 다 입체적이라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이렇게 깊게 생각해내시는 게 굉장히 큰 장점이신 거 같아요 대사도 몰입하게 만들어줘서 읽을 때 두근거리며 보게 돼요. 이런 부분에서 연습하신 방법이나 팁을 얻고 싶습니다."
서이레 작가님: 일단은 한번 슥 지나갈 인물들, 그런 인물들이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 명 한 명 허투루 두지 않고 그 인물이 왜 거기에 있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대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의 '까닭'을 끊임 없이 고민합니다. 인물을 함부로 쓰는 것을 경계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요. 초반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요즘엔 자기 전에 잠 안 올 때 이런 상상을 해요. 국극단에 불이 났다면 누가 제일 도망 나올까? 그럼 누가 불을 끄려고 할까? 이런 생각들. 혹은 캐릭터들이 여름에 합숙을 한다면 누가 제일 모기에 많이 물릴까? 이런 상상을 심심할 때마다 많이 해요.


한번 슥 지나가는 인물일지라도 한 명 한 명 허투루 두지 않고 그 인물이 왜 거기에 있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대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의 '까닭'을 끊임 없이 고민합니다. 인물을 함부로 쓰는 것을 경계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Q. 이야기와 관련된 것만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다른 작가님께 들었는데 그 작가님은 버스를 탈 때 그 캐릭터라면 버스 안에서 어떤 자세로 있었을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어떤 자세로 건널까, 초록불이 되자마자 건널까? 이런 걸 끊임없이 상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서이레 작가님: 맞아요. 그렇게 상상을 계속하시다 보면 어느 순간 등장인물이 내 앞에 앉아있는 것처럼 상상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정말 기뻐요. 내가 하나를 만들었구나, 완성해냈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Part 3. 웹툰을 쓰는 글'작가'가 되기까지


Q. 웹툰 작가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웹툰 글 작가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웹툰 글작가의 일이란 무엇인가요?

서이레 작가님: 그림작가님이 이야기를 눈에 보이게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어주신다면, 웹툰 글작가는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등장인물부터 이야기 전체, 한 줄의 대사, 인물의 행동까지 전부 글작가가 담당해서 일을 합니다.


Q. 어떻게 웹툰 스토리 작가로 데뷔하게 되셨나요?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언제부터 희망하셨고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과정이 궁금해요.

서이레 작가님: 저는 본래 소설을 썼어요. 그런데 소설을 쓰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소설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하고 외부 강의를 들었거든요. 그때 대학생 때부터 준비했던 이야기를 들고 갔었는데 운 좋게도 그걸 좋게 봐주신 분이 계셔서 웹툰 제작 제안을 받았어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봐주셨는데요. 제가 계속 소설을 쓰던 사람이다 보니 웹툰이 대사와 행동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장르라는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소설에서는 이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묘사'하면 끝나는 일인데 웹툰에서는 이 인물의 행동이 어떠한지, 예를 들면 어떻게 앉아있고 어떤 눈빛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중요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서 서술이 아니라 대사와 행동으로 등장인물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 재미있는 대사 쓰는 방법을 공부했어요. 대사와 행동이 많은 장르, 예를 들면 드라마와 영화 대본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웹툰은 한컷 한컷이 압축적이잖아요. 여러분이 손으로 빠르게 넘기면서 보실 수 있는 이유는 한 컷당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이렇게 이야기의 흐름을 잘 정리하는 연습은 앞서 나왔던 좋은 만화나 웹툰을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제가 계속 소설을 쓰던 사람이다 보니 웹툰이 대사와 행동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장르라는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서 서술이 아니라 대사와 행동으로 등장인물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 재미있는 대사 쓰는 방법을 공부했어요. 대사와 행동이 많은 장르, 예를 들면 드라마와 영화 대본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Q.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말인지, 그림을 못 그려도 스토리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작가님은 그림을 잘 그리시나요? 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서이레 작가님: 저 진짜 그림에 꽝이에요. 최근에 그림 잘 그리는 친구에게 배워보려고 도전도 해봤지만 4주 만에 그만뒀어요. 대신 저는 만화와 웹툰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만화동아리에도 들었었는데요. 동아리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내는 회지에 무조건 참여를 해야 했습니다. 그림을 못 그려도요. 저는 못 그린 그림으로 만화를 그리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친구와 글그림을 나누어 작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친구가 간간히 제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그려주곤 했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상상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손에 그림으로 펼쳐지는 짜릿함을 알았습니다.

웹툰 글작가라면 자기 손만이 아니라 남의 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기뻐할 줄 알고, 그걸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협업을 싫어하시거나 글과 그림 모두 내가 하고 싶다,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본인이 글작가, 또는 그림 작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면 다른 사람과 협업해서 결과물을 내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시면 오래오래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웹툰 글작가라면 자기 손만이 아니라 남의 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기뻐할 줄 알고, 그걸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Q. 학력이나 학벌이 작품을 올릴 때 문제가 될까요?

서이레 작가님: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편집자들은 작품 기획서를 보고 작품 연재를 할지 말지, 계약할지 말지를 고르거든요. 거기에 학벌이나 학력을 기입하는 란이 없어요. 기획서 자체만 보고, 이야기를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그랬어요.


Q. 작가님께서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구성법 같은 것을 어디서 배우셨나요?

서이레 작가님: 일단 배운건 대학 진학을 한 다음에 배운 게 컸어요. 물론 대학에서 강의를 들은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관심사가 맞는 친구들이랑 계속 글 쓰는 스터디를 했다는 거예요. 한 달에 한편씩 단편 소설을 쓰고 서로 읽어보고 합평하고 의견을 나누고, 때때로 담당 교수님께 찾아가서 제 소설을 보여드리며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의견을 받았거든요. 강의를 듣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계속 써보는 것 같아요. 계속 읽고, 계속 쓰는 것.


강의를 듣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계속 써보는 것 같아요. 계속 읽고, 계속 쓰는 것.


관심사,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같이 써보고 읽어보며 의견을 나눴다는 점, 그리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어른을 찾아 작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경험을 가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은 꼭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에 오셔도 할 수 있고(웃음) 주변을 둘러보며 또래 동료를 찾고 좋은 어른들을 찾아서 의견을 보여줄 만한 기회를 만드는 것. 그걸 위해서는 계속 쓰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처럼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10대 스스러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서이레 작가님: 제 10대 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천방지축이었어요. 밤새서 기숙사에서 소설 쓰다가 아침에 학교 가서 계속 졸고. 판타지 소설을 교과서 아래에 놓고 읽다가 걸려서 혼나기도 하고. 그러면서 소설을 썼는데 결과물이 형편없었어요. 그때도 제가 잘 쓰고 있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형편없는 것을 기속 쓰고 있다는 걸 알았죠. 무슨 상을 받은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형편없는 소설을 쓰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누구에게나 형편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10대뿐인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형편없는 제 그림 실력을 참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형편없음을 못 견뎌요.

어렸을 때 형편없더라도 소설을 쓰는 게 너무 즐거워서 멈추지 못했던 제 기억처럼 아마 스스러분들 중에서도 그런 창작을 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끝까지 그런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시면 언젠가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형편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10대뿐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제는 형편없음을 못 견뎌요.


어렸을 때 형편없더라도 소설을 쓰는 게 너무 즐거워서 멈추지 못했던 제 기억처럼 아마 스스러분들 중에서도 그런 창작을 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끝까지 그런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시면 언젠가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Q. 깜짝 질문이지만, 오늘 조금 일찍 오셔서 스스를 둘러보셨잖아요(웃음). 오늘 둘러보신 스스,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이레 작가님: 너무 좋아요! 깜짝 놀랐어요. 위치도 너무 역이랑 가깝고 공간도 너무 잘 되어 있고, 구비해두신 책, 작품들이 다 하나하나 세심하고 고민 끝에 나온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여기를 찾아온 스스러들이 만든 작품들이 많아서 놀랐는데요. 많은 친구들에게 이런 공간이 정말 필요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시면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정말 좋았겠다란 생각이 들어 부러웠습니다.


언제든 또 놀러오세요! 작가님!!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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