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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Dec 09. 2020

제3의 어른을 만나는 스토리스튜디오의 방법

롤모델, 어른 친구도 아닌 레퍼런스가 되는 어른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Story Studio)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누구든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만들어 세상에 알릴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요....


올해 6월 문을 연 이후부터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 ('스스')에서는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꾸준하게 스스러들과 제3의 어른을 연결하는 기회를 만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제3의 어른이란 스스와 같은 제3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어른을 의미합니다. 제1의 공간인 '집'에서 만나는 부모님(제1의 어른), 제2의 공간인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제2의 어른)보다는 느슨하게, 적당히 거리를 지키며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어른들입니다.


스스의 첫 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신 14명의 제3의 어른들은 대부분 평소엔 일과 관련하여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던 분들입니다. 이야기,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나 기획자들이기에 이번 스스러와의 만남이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들과 만나는 '첫 번째 경험'이었던 거죠.


그래서 기존에 만들어둔 자료도 참고할 자료도 없는터라, 자료 준비부터 진행 셋팅까지 스스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과감히 맞춰주셨습니다. 스스러들이 남긴 질문을 100% 해소해주고 싶다는 바램으로, 또는 스스러들이 해보고 싶어하던 작업을 '미숙한 학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업자'로서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고 기획했습니다. 현업이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어 스스러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이야기를 선뜻 나눠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곁에서 함께 준비하며 목격한 스스러들과 제3의 어른과의 만남은 이런 풍경이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장밋빛 미래를 심어주는 게 아니라, '미래의 동료'란 생각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어린 시절부터 구불구불 밟아온 발자취를 있는 그대로 순간순간마다 했던 고민과 함께 솔직하게 공유하는 시간. 서로가 '작업자 대 작업자'로 만나 좋아하는 작업을 함께 해보는 시간. 한쪽이 한쪽을 가르치기보단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던 시간. 스스러들과 제3의 어른이 함께 만들었던 다양한 풍경을 소개합니다.


올 한 해, 스스러들은 이렇게 제3의 어른을 만나왔습니다.


기획 PD와는 '팔리는 콘텐츠, 기획'에 대해, 웹툰 글작가와는 '작품,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에 대해 대화하고
게임 개발자와 '게임은 어떻게 만드는지' 수다 떨고, 사진 작가와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테너와 함께 라보엠을 보며 오페라 수다를 떨고, 브랜드 디자이너와 함께 나만의 '부캐 브랜딩' 작업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독립서점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책으로 표현해보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내 인생 첫 책을 독립출판물로 만들어보고
책 만드는 편집자 아미와 '아미 대 아미'로 만나 BTS를 향한 마음을 글쓰기로 표현해보고 함께 콘서트 싱어롱도 하고
한예종 졸업작품 '유월'의 BEFF 감독과 첫 작품 이야기도 나누고 감독을 꿈꾸는 영화과 대학생과 입시, 진로, 고민 상담도 하고
영화 마케터,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를 만나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실시간으로 묻고 나눴습니다.   


제3의 어른을 만났던 스스러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질문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감동이었습니다"
"관심사가 맞는 친구들과 만나 서로의 질문을 통해 배우고 소통하는 게 좋았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울컥!)


스스에서 생각하는 제3의 어른이란


올해 6월부터 약 6개월간 스스러들과 제3의 어른들을 연결하며 느낀 점은 12~19세의 스스러들이 원하는 건 친해지고 싶은 어른 친구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은 롤모델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스러들은 각자 저마다의 관심사를 키워가면서 자기 작업에 맞게 스스로 원하는 만큼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로서의 어른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관심 있던 영역에서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제3의 어른을 만났을 때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 힘, 용기, 자신감이 생긴다는 답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러들이 제3의 어른을 통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을 했는지보다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해 깊이 공감했을 때, 손을 뻗으면 닿을법한 매력적인 미래를 발견했을 때, 함께 작업하며 '해낼 수 있는 나의 모습'을 마주쳤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며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만드는 힘은 다른 듯 보입니다. 어떤 스스러에겐 그 힘이 자신감이기도 하고, 또 다른 스스러에겐 그 힘이 호기심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힘이 스스러들에게 지금의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스스는 제3의 어른들이 스스러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재료와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실험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3의 어른에게 스스러와의 만남은 어떤 의미였을까?


다행히(?!) 제3의 어른들에게도 만족스러웠던 스스러와의 시간
"초심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1회성이든 다회성이든 스스러들과 제3의 어른이 관심사를 기반으로 연결될 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스스러들이 이런 것도 궁금해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제3의 어른에게 본인의 일, 작업, 인생을 돌이켜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일반적인 어른과 청소년의 관계가 아니라, 좋아하는 작업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신나게 나누었던 이야기가 서로에게 구체적인 영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 게임을 할거냐는 한 스스러의 질문에 20년째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게임 개발자가 앞으로 죽을 때까지 게임을 계속 하고 싶다고 대답했고 이 대답이 서로에게 가장 통하는 순간을 선사한 것처럼 말이죠. 한쪽이 다른 한쪽을 가르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의외의 발견이 되고 새로운 영감이 되는 모습을 스스에서 앞으로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스스러들을 만났던 경험이 제3의 어른에게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2021년에도 스스와 제3의 어른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스스러들이 저마다의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탐색 단계부터 작업 단계까지 다양한 단계별로 스스러들이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제3의 어른들을 스스러들의 작업에 맞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연결하는 실험을 계속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줄 수 있는, 정답을 주기보단 답을 잃지 않는 동력을 주는,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적당한 거리를 존중해줄 수 있는, 스스러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작업자가 되길 바라는, 스스러들의 호기심, 작업을 위해서라면 자료든 셋팅이든 원점에서부터 고민을 함께 시작해줄 제3의 어른을 찾습니다.


가르칠 학생,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아니라 미래의 동료를 찾는 마음으로 스스러들의 '레퍼런스'가 되어줄 제3의 어른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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