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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Mar 13. 2019

트윈세대가 편하게 들락날락하는 도서관을 꿈꾸며

[시작하기]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 -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인터뷰

[시작하기]에서는 트윈 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파트너들을 소개하고 프로젝트에 임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어떤 고민으로 프로젝트가 탄생했는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채우고 운영하기 위해 어떤 파트너들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맞이하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배경 이미지 출처: 59 offbeat schools, trend hunter.com)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공간 운영자와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트윈 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할 서동민 간사님을 만났습니다.



Part 1.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어떤 조직인가요?


Q.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하 책사회)을 소개해주세요.

책사회는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도서관 건립, 독서운동, 정책제안 사업 등을 하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예요. 2003년 MBC <느낌표>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린이 전용도서관 건립사업을 시작했고 방송이 끝난 이후로도 계속해서 기적의도서관을 짓고 있어요. 현재 순천, 제천 등 총 13개 도서관이 개관했고 앞으로 5개 도서관이 개관 예정이에요.

그리고 북스타트 운동이 있어요. 북스타트는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에요. 먼저 도서관에서 영유아들에게 북스타트 꾸러미를 선물해요. 꾸러미 안에는 그림책 2권과 양육자를 위한 안내책자가 들어있어요. 안내책자에는 책 읽어주는 방법,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적혀있어요. 집에서는 꾸러미에 들어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에 와서 더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게 돕는 거죠. 그리고 북스타트 부모 교육, 활동가 교육을 통해 아이가 책을 즐겁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공유해요.(북스타트 시행 기관 찾아보기)

이 외에도 책사회는 독서동아리 지원, 시민강좌,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책 읽기의 문화를 널리, 깊게 발전시켜서 생각하고 성찰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독서, 도서관 문화도 계속 변하고 있고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계, 출판계, 독서계, 교육계와 함께 답을 찾기 위한 논의를 계속 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청소년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있었어요.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상업 공간이고, 도서관에는 시험공부할 때만 가요. 책과도 점점 멀어지고요. 청소년들을 위한 공적 서비스, 특히 도서관에서의 청소년 서비스, 그리고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모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서문화재단 씨앗, 씨프로그램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사회의 대표 사업을 열심히 설명해주고 계신 서동민 간사님

Part 2. 트윈세대와 도서관


Q. 도서관에서는 트윈세대를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요?

도서관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트윈세대라는 개념이 낯설다고 생각해요. 미성년자라고 하면 영유아(취학 전), 어린이(초등학생), 청소년(중고등학생) 정도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죠. 우리 사회가 학령기로 구분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까 아이들의 신체적인, 사회적인 특징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사춘기에 진입하는 아이들과 그 시기를 지나온 아이들은 다르잖아요.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윈세대는 우리나라에선 낯선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그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 서비스,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있더라고요. 우리도 관행적인 학령기 중심의 세대 구분이 아니라, 성장발달에 따른 특징을 고려하여 세부적으로 도서관 공간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Q. 트윈세대에게 도서관은 어떤 공간일까요?

솔직히 도서관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공간일 것 같아요. 실제로 트윈세대 시기, 초등학교 3~4학년부터 도서관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해요. 그 시기는 더 이상 엄마가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주거나 데리러 가지 않는 시기이니까요. 자기 마음대로 동네 어디든 갈 수 있는 시기죠.

초등 저학년까지는 도서관에 엄마, 아빠하고 같이 가고 트윈세대 시기부터는 자기가 갈지 말지 선택을 할 수 있게 돼요. 그런데 도서관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공간이다 보니까 안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 안 가는 것뿐만 아니라 책과도 멀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자기 스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독후감 쓰기, 다독왕 같은 독서 교육을 받으면서 오히려 책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책 좋아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90%는 손을 든다고 해요. 그런데 6학년 때는 10%밖에 손을 안 든다고 하더라고요. 독서교육, 독후감.. 다 숙제이고 책을 억지로 읽히니까 당연히 싫어하지 않을까요? (웃음) 자발적인 독자, 평생 독자로 이어지진 않는 것 같아요. 책이 싫어지니까 도서관에 갈 일은 더더욱 없겠죠.


Q. 트윈세대에게 도서관이 매력적이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엄숙하고 조용한, 정숙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독서실처럼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죠.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하기 어려워요.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그런 인식이 깨지지 않고 있어요. 도서관은 엄숙하고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 쉽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돼야 해요.

요새 공공도서관 중에서 열람실을 없애는 도서관들이 생기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시민들의 반발이 작지 않아요.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고요. 우리나라가 도서관을 여전히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고, 운영자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아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도서관 문화를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열람실의 풍경

Part 3. 도서관과 운영자


Q. 가장 기본적인 질문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도서관에서 운영자들은 왜 중요할까요?

도서관의 3요소는 공간, 자료(콘텐츠), 사람(운영자)이에요. 3요소에 운영자가 들어가는 이유는 도서관은 공간이나 자료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있어야 자료와 이용자를 연결해줄 수 있어요. 자료를 이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수집, 정리해서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죠.


Q. 여기서 운영자란 누구를 의미하나요?

일반적으로 사서를 의미하지만 더 넓게 보면 관장을 포함한 도서관 직원 모두죠. 도서관도 공공 기관이다 보니 관장님이 사서가 아닌 경우도 많고 행정직 분들, 비 사서직분들이 사서보다 많은 경우도 있고 다양해요.


Q. 책사회에서 준비하시는 운영자 살롱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나요?

관장님을 포함해서 전주시립도서관의 직원들 모두예요. 트윈세대 전용공간을 직접 운영할 담당자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에 계신 모든 직원분들이 잠재적인 운영자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1차로는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운영할 운영자가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고요. 운영자 살롱을 통해 트윈세대 전용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함께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다른 도서관에서도 트윈세대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하고 시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Q. 운영자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의 생각, 문화, 요구를 잘 이해하고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사회 활동 중에 청소년 북스타트 사업이 있어요. 청소년들이 책을 자발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인데, 핵심은 독서동아리예요. 보통 학생들이 독서동아리를 한다고 하면 선생님들은 무언가 관여를 하려고 하세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책을 읽을지, 얼마나 자주 모일지 아이들이 직접 계획할 수 있게 해 주면 돼요. 그래야 활동이 더 길게 지속되고 아이들의 반응도 좋더라고요. 트윈세대 공간에서도 운영자는 아이들이 공간과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Part 4. 프로젝트를 대하는 책사회의 마음가짐


열기가 뜨거웠던 첫 번째 운영자 살롱의 모습


Q. 운영자 살롱의 계획이 궁금해요!

개관 전까지 월 1회씩 잡고 있지만 개관 후에도 전주시와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운영자 살롱을 통해 크게 3가지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주시립도서관 전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트윈세대 전용 공간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이걸 통해 도서관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대상, 지도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트윈세대와 관련한 여러 기관들이 서로 협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트윈세대 전용 공간이 잘 운영되려면 전주시립도서관 담당자의 노력만으로 되지는 않거든요. 학교, 청소년시설 등 관련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전주시에 트윈세대 전용 공간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도서관의 모델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영자 살롱의 첫 시간은 그 취지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이후에는 트윈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다른 기관들의 사례도 살펴볼 예정이에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위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운영자 살롱 중에서 가장 기대하시는 세션은요?

첫 번째 시간이에요. 첫 시작이 제일 중요하기도 하고 우리가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하는가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주시립도서관 안에도 사서직, 행정직 등 다양한 그룹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잘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취지에 맞는 지속적인 운영을 담보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트윈세대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첫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면 가장 뿌듯할까요?    

공간에 오는 아이들이 "이 공간이 내 공간이다"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정말 가고 싶은 공간,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전주의 도서관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도서관을 도시의 서재로, 다른 하나는 도서관을 도시의 거실로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서재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곳이고, 그런 목적이 있을 때 가는 공간입니다. 반면 거실은 가족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곳이면서 쉬는 곳, 경우에 따라서는 일을 하는 곳이고,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통 가옥의 마당 같은 공간이죠. 저는 도서관이 도시의 거실이 되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양한 경험과 만남이 있는 곳,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지 않나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이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쉴 수도 있고 놀아도 되는 공간. 아이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실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책사회 서동민 간사님.


우리 집 거실처럼 따뜻하게 아이들을 환대해줄 운영자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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