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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덕후 Mar 15. 2019

슬라임 같은 세대, 블랙박스 같은 프로젝트

[공간 채우기] 트윈세대 참여 콘텐츠 개발 로드맵 by 진저티프로젝트

[공간 채우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진저티프로젝트가 아이들이 공간에서 만날 경험을 상상하고,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와 자원을 채워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은 트윈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는 진저티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슬라임 같은 세대, 블랙박스 같은 프로젝트


2017년, ‘청소년들이 원하는 건 뭘까요?’라는 질문을 C Program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청소년이 원하는 것은 청소년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청소년 주도 연구 프로젝트 <고등학자>가 시작되었죠. 고등학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진저티프로젝트(이후 진저티)의 첫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자 이후 밀레니얼 초등교사 연구 프로젝트와 고양시 혁신교육지구 교육공동체 욕구조사 등을 거쳐 올해 진저티는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고, 트윈세대와 함께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앞선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트윈세대’라는 개념과 대상은 저희에게도 아직 많이 낯섭니다. 문서마다 연구마다 정의하는 연령은 다르지만 트윈세대는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인 세대를 지칭하는데요. 트윈세대를 일상에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기에 이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직접 만나봐야겠죠?




트윈세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트윈세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세심해야 하죠. 마른땅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하듯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끌어낼 수 있는 환경과 질문을 만들고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등학자> 프로젝트를 하며 '청소년'과 함께 프로젝트를 세워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이 친구들에게 뭔가 잘못 말하거나 행동하면 어쩌지? 나의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닫히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고요. 트윈세대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대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과 마음가짐은 중요합니다. 그러던 중 한 책에 소개된 스웨덴의 트윈세대 도서관 티오트레톤Tio Tretton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관점을 발견하였습니다. 


티오트레톤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대형 문화센터 쿨투르후세트의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다른 도서관들처럼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트윈세대 전용 도서관이라는 아이디어는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의 전 관장 카티 호플린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녀는 이 세대 아이들이 기존에 도서관에 흥미를 잃고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호플린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바꿔 도서관에 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신 아예 도서관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트윈세대 아이들이 바라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호플린은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스톡홀름의 트윈세대 125명을 대상으로,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으며 그들이 바라는 꿈의 공간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독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만의 공간'이었다. 트윈세대 아이들의 모든 것은 대개 어른에 의해 결정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고 무엇은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리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지쳐있었다. 이들이 원한 어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주는, 부모나 성인이 아닌 성인이었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p.105~106


티오트레톤 도서관 전경 (출처:Flicker)

티오트레톤의 사서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저티도 부모나 성인이 아닌 '제3의 어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트윈세대에게 모든 것을 정해주고 지시하는 대신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과 그 경험을 위한 환경이 무엇인지 기꺼이 들어줄 준비가 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만나야겠다는 마음가짐 말입니다. 




리서치를 통해 그려본 밑그림 


그렇다면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디로 달려가야 할까요? 콘텐츠 부분은 대상도 뚜렷하지 않고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블랙박스'같았기에 이 프로젝트 끝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저티의 Tea Knowledge Facilitator (A.K.A. 리서치 봇) 주은님의 리서치 덕분에 조금이나마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는 트윈세대 공간에 관한 자료가 부족했기에 외국의 사례를 위주로 소개해드립니다. 다양한 외국의 자료를 선행 자료로 참고하고 한국 트윈세대의 특성을 발견해가며 그에 맞게 적용할 예정이에요. 



1. 책 Books

1)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조금주, (2017)

도곡정보문화도서관 조금주 관장님이 쓰신 책으로, 특히 ‘트윈 세대 전용 공간' 파트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스웨덴 스톡홀름의 <티오트레톤>과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발라간>, 노르웨이의 <비블로 퇴위엔>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발라간 프로젝트 보고서

“발라간! 매혹적인 것들로 가득 찬 멀고 먼 공간. 여기, 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실을 뒤로하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 체험관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이제 어린이 한 무리가 말뫼 시립도서관의 안에 있는 문을 통해 이 장소를 발견했도다. 그들은 이 장소를 발라간이라 명명했고, 다 함께 이야기의 나라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말뫼 시립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에 대한 관점을 타파하는 혁신적이고 재밌는 모임의 장소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이 문서는 말뫼 시립도서관과 협력하여 9세에서 12세를 위한 도서관 공간 콘셉트를 도출한 과정을 담은 보고서입니다. 스웨덴어로 번역되어 있어 한 줄 한 줄 영어로 번역하는 수고를 거쳐야 했지만, ‘스토리’에 방점을 둔 만큼 연구 초록(abstract)의 첫 부분이 마치 동화 같은 흥미로운 보고서입니다. 


2) <Library Service to Tweens>, Melanie A. Lyttle 외, (2017 
<Cooking Up Library Programs Teens and ‘Tweens Will Love’>, Megan Emery Schadlich,  (2015)




미국에서 발간한 <트윈세대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 및 <트윈세대가 사랑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다룬 책. 진저티도 얼마 전 이 두 책을 주문해 받아봤는데요, 책을 읽으며 미국 트윈세대와 한국의 트윈세대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비교하고 공부해보려 합니다. 



2. 자료, 가이드라인 Articles, Guidelines 

뉴질랜드 도서관 협회에서 정리한 트윈 세대 독자를 동기부여하는 방법, 미국에서 진행된 사서 대상 트윈세대 프로그램 워크숍, 전미 도서관 협회의 청소년 공간 가이드라인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볼 자료입니다. 트윈세대 전용 도서관의 자료 분류법은 기존 듀이 십진법 대신 트윈세대에게 직관적이고 친숙한 방식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트윈세대가 환영받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어떤 곳인지 설명하는 자세한 가이드라인도 나와있는데요, 만약 한국의 트윈세대와 함께 이런 매뉴얼을 만들어 보는 워크숍을 진행한다면 아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트윈세대가 환영받고 안전함을 느끼는 공간>, National Teen Space Guideline 중에서
<트윈세대가 환영받고 안전함을 느끼는 공간> 일부 번역

5.5 (전략) 10대 전용 공간을 만들게 되면
5.5.b 10대가 10대 친화적인 환경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
5.5.c 10대가 도서관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된다.



3. 트윈 클럽, 트윈 사서 (Tween club, Tween staff)


스웨덴 티오트레톤은 트윈세대 친구들이 직접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 도서관에는 ‘공식' 트윈 클럽(Official Tween Club)이 있습니다. 온타리오 도서관에서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트윈세대가 참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해요.  쉐리(13세)의 말처럼 “10대는 10대가 가장 잘 아니까요.” 국내 최초로 생길 트윈세대 공간에 트윈세대 사서가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파일럿 프로그램과 집중 워크숍 기획, 로드맵  


티오트레톤의 사서들은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도서관에 있다.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올 때까지 대기 상태로 있는 것이다. (중략) 이처럼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즉 트윈세대 아이들은 독서와 영화, 음악 분야의 전문가가 그들을 도와주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앉아 배우려는 태도를 보일 때 아이들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p.107 

트윈세대를 대하는 관점, 그리고 밑그림까지 그렸으니 이제 트윈세대를 만나야겠지요? 하지만 저희가 만났던 청소년들이 그랬듯 트윈세대도 평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별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원하는 것을 쉽게 말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여러 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야 트윈세대가 어떤 것에 반응하고, 어떻게 말하는지 역동을 잘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만난 트윈세대가 새롭게 만들어질 공간에 자연스럽게 올 수 있을 테니까요. 직접 발로 뛰며 애써주신 전주시 사서 선생님 덕분에 전주 중화관 도서관에 인접한 근영중학교와 협력하여 6주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학교 동아리 안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전문가를 섭외하는 방안도 고려해봤지만 진저티가 모든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방식보다는 함께 배운다는 환경이 트윈세대에게는 물론 저희에게도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을 것입니다. 유튜브로 모든 정보를 검색하는 트윈세대는 저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파일럿 프로그램은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

6주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발견한 트윈세대의 욕구와 인사이트를 다음 단계인 집중 워크숍에 반영하고, 공간의 주인이 될 트윈세대의 목소리는 물론, 공간을 설계하시는 분들과 실제로 공간을 운영하실 사서 선생님들을 만나며 모든 과정을 분석하고 종합한 내용의 활용도를 테스트하는 것을 콘텐츠 개발의 큰 방향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을 정리하고 트윈세대 공간을 만드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 '모든 과정의 기록과 매뉴얼'을 남기고자 합니다.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 콘텐츠 개발 로드맵



블랙박스에 기록을 시작합니다.


한창 공사 중이던 1월의 전주시 중화관 도서관


과연 이 공간에는 무엇이 채워지게 될까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것이 채워질지 아직 명확히 보이지는 않습니다.  트윈세대를 대하는 관점, 답을 정해놓지 않고 끊임없이 반영하고 재설계하는 과정 등 진저티의 원칙을 가지고 트윈세대와 트윈세대를 둘러싼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공간을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의 주인이 될 트윈세대로부터 “저는 이 공간이 이래서 좋아요!”라는 말을 곧 듣게 될 날을 상상하며, 블랙박스에 슬라임 세대와의 여정 기록을 시작합니다.



진저티프로젝트 

CreaTeave Interpreter 
강진향 (프로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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