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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Mar 13. 2019

예술 곁에서 노는 아이들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가나아트파크+장욱진미술관+장흥조각공원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 나연 님의 글을 읽고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리 아이들의 첫나들이 장소는 미술관이었다. 


그저 덜컥 초보 엄마가 된 미술 전공자가 떠올릴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란 이유에서였다. 콧바람이나 쐬자고 나선 걸음이었고, 감상은 사치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낯설고 기이한 예술작품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신기한 장면이나 신상 장난감이라도 대한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때 알았다. 미술관이 어렵다는 것은 작가의 이름을 외우고,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애쓰는 어른들만의 편견임을.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와 시도로 가득한 세련된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하지만 아이와의 미술관 나들이는 쉽지 않다. 아이와 함께라는 이유로 우리는 잠재적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작품에 손을 대거나, 큰소리로 떠들고, 관내를 뛰어다니지 않을 것을 거듭 확인받고서도 뒤통수를 쫓는 눈총을 견뎌야 한다. 관람예절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다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편하지 않으니 즐겁지 않다. 도심을 벗어난 한적함에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무엇보다 아이를 환영하는 공간은 없을까? 


아이들과 예술 곁에서 자유롭게 놀며 보낼 수 있는 하루를 기대하며 찾고 찾아갔던 곳,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두 곳을 소개한다.



예술가의 놀이터

시작, 가나아트파크.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고 싶은 가나아트파크의 야외놀이터


가나아트파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시관과 공원이 어우러진 곳으로 예술가들이 아이들을 위해 설계하고 제작한 여러 놀이공간이 있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랭크 스탤라, 데미안 허스트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 미술관 벽은 군데군데 얼룩져있고, 계단 난간은 아이들의 손길에 동글동글 닳았다. 미술관 한가운데 놓인 미끄럼틀을 타고 볼풀에 몸을 던지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이 값비싼 작품들보다 더 빛나게 공간을 채운다. 


한가운데 미끄럼틀이 있는 미술관?!
볼풀까지 있는 미술관!


이 곳에선 말과 위압적인 눈빛으로 아이들을 지레 제지하지 않는다. 전시관 한편에 놓인 작은 안내문 만으로도 스스로를 다독이기에 충분하다고 믿어주는 듯하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보라고 억지로 들이밀지도 않는다. 작품 옆에서, 또는 그 안에 들어가 더 잘 놀기를 권할 뿐이다. 김진송 작가의 목마 놀이터 옆에 놓인 넓은 야외 세면대가 내겐 마음껏 흙투성이가 되어도 괜찮다는 격려처럼 여겨지는 것은 아이들을 향해 열린 마음이 느껴져서 일거다. 


트로이의 목마가 생각나는 김진송 작가의 목마 놀이터


모든 공간이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섬유예술가 토시코 호리우치 맥아담이 만든 텍스타일 놀이터 에어포켓이다. 지금은 꽤 여러 곳에서 이런 놀이터를 볼 수 있지만 몇 년 전 처음 이 공간을 마주했을 때 한참을 바라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일일이 손으로 실을 엮어 색과 공간이 중첩되게 만든 비정형의 놀이터라니! 보자마자 뛰어들고, 매달리고, 기어오르는 아이들 덕에 이 공간은 매 순간 새롭게 완성된다. 신나게 놀며 아이들은 분명히 알게 된다. 예술은 이렇게 아름답고 재미있는 것이란 걸.


아트인지 놀이터인지, 텍스타일 놀이터 에어포켓
대롱대롱 매달리기만 해도 재밌는 텍스타일 놀이터



가나아트파크 찾아가기

주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8

운영 시간: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나연 님이 추천하는 <가나아트센터 나들이 꿀팁>

우리 집 남매가 이곳에 처음 방문했던 나이는 6살, 4살이었고 10살, 8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갈 때마다 신나는 곳이다. 4세 이상이면 볼풀과 미끄럼틀을 이용하기에 무리가 없지만, 텍스타일 놀이터의 경우 타고 오르는 힘이 필요하므로 5-13세 아이들에게 적당하다. 아이의 연령과 체력을 고려하여 놀이공간을 옮겨 다니며 놀 수 있도록 하자. 

기어오르거나 매달리기에 편한 옷을 입자. 특히 텍스타일 놀이터의 경우 피부가 쓸릴 수 있으니 긴바지를 입고 가는 것이 좋다.  

아트파크 안에 있는 카페는 핫도그, 토스트 등의 간식과 음료만 판매하므로 제대로 놀고 싶다면 식사 후 방문하거나 도시락을 챙기자. 실내로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야외에 소풍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에어포켓을 비롯 (30분 이용, 3000원) 만들기 등 몇몇 체험은 추가 요금이 있다.

여름에는 한시적으로 물놀이장을 함께 운영한다.    


미술관 볼풀에서 하염없이 놀아본 아이가 생각하는 미술관은 어떤 공간일까?



여벌 옷을 챙겨가는 미술관

이어서,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과 장흥조각공원까지.


가나아트파크에서 차로 1분, 고작 800m 떨어진 곳에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이 있다. 


작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작은 집의 모습을 본떠 지은 하얀 집은 푸른 잔디밭과 파란 하늘이 어울릴 때면 참으로 그림 같다. 미술관 자체도 아름답지만, 장욱진 화백의 그림은 천진난만한 표현으로 처음 본 우리 아이가 제 또래가 그린 것으로 오해했을 정도로 친숙한 덕에 아이와 그림을 보며 함께 이야기 나누기에도 참 좋다. 


하얀 집과 푸른 잔디밭, 온 세상이 푸릇푸릇하다.
아이가 또래 친구가 그린 걸로 오해했던 친근한 그림


그러나 이곳이 아이들과 놀러 오기 좋은 진짜 이유는 미술관이 위치해 있는 장흥조각공원과, 그 사이를 흐르는 개울물 때문이다. 아무리 그림이 좋다 한들 아이들의 발길을 하염없이 미술관에 묶어둘 수 없으나 너른 잔디밭을 뛰거나, 물놀이를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계절이 좀 이르지만 날이 더워지면 미술관 앞 개울은 물장구치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여기에 더해 너른 바닥분수까지 있어 놀 줄 아는 아이라면 그냥 지나칠 도리가 없다. 이 무렵엔 공원의 모든 조각상들이 젖은 옷을 말리는 임시 빨랫대가 될 정도니 이쯤 되면 조각공원이 아니라 물놀이장이다. 그래서 더운 날 장욱진미술관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여벌 옷을 챙겨야 한다. 


미술관 옆 조각공원, 조각공원 옆 개울물.
개울물이 지겨울 땐 바닥분수로 뛰어가는 아이들


어느 날엔 정겨운 그림을 보러, 

어느 날엔 푸른 잔디를 마음껏 뛰러, 

어느 날엔 시원한 물놀이 하러 그렇게 미술관에 놀러 가면 된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찾아가기

주소: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운영시간: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1000원


나연 님이 추천하는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 장흥조각공원 나들이 꿀팁>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은 비정기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 공지를 참고하여 사전 예약 후 방문하면 더 알찬 나들이를 할 수 있다.

미술관 1층에 작은 카페가 있긴 하지만 놀이를 하며 오래 머물 생각이라면 먹을거리와 돗자리를 챙겨 오는 것이 좋다. 개울은 깊이가 조금 있어서 물놀이 시에는, 튜브 등 물놀이 용품을 구비해 가는 것이 좋다. 개울 바닥이 미끄러우니 아쿠아슈즈도 필수다. 



함께 가보면 좋을 곳


l 송암스페이스센터 l

우주와 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와 함께라면 송암스페이스센터를 함께 들러봄직하다. 도심의 불빛을 벗어난 곳이라 날이 좋을 때면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l 미술관 옆 캠핑장 l 

양주에 온 김에 하루 묵어가고 싶다면 오토캠핑과 카라반 캠핑이 모두 가능한 미술관 옆 캠핑장을 추천한다. 워낙 인기 있는 곳인 데다, 카라반의 경우 자리가 많지 않아 성수기엔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사실 미술관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곳이다. 본인도 즐기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전시공간을 찾는 분들도 꽤 많다. 


나는 아이들이 ‘미술관 가자’는 말에 손사래 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미술관에 가서 미끄럼틀 한번 타고 핫초코 한잔 마시고 오면 되었다. 그렇게 놀러 가듯 오가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미술이 즐겨볼 만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언제고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미술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예술을 가깝고 편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들이 만들어 갈 세상은 꽤나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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