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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Mar 10. 2023

가진 돈은 몽땅 써라

호리에 다카후미

일본 후쿠오카에서 1972년에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교 재학생이던 23살에 600만엔을 빚내어 정보통신(IT) 분야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에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닷컴 열풍 시기를 전후로 큰 돈을 번 사업가이다.

일본을 좀 경험해 본 사람은 잘 알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일본 사람은 심하게 표현하면 ‘결정 장애’를 가진 국민이다. 조직이 작으면 그나마 덜 한데 큰 조직에서는 이것을 미덕으로 아는지 조직적으로 결정을 상대방에게 넘긴다.

어릴 적부터 학교 교육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된다.”고 배운 사회 생활은 기본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은 예의가 참 바르다. 개인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표준 메뉴얼의 지침에 따라서 해야 한다. 메뉴얼에 없는 상황에 처해서는  어찌할지 잘 모르고 극히 효율이 떨어진다. 급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비교적 쉽게 해 내는 융통성있는 방법은 알려 주어도 못 부린다.

어떠한 모임이든지 남 보다 튀어나게 주장해서 눈에 띄는 행동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앞장서서 주장하기 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여러 사람의 의견이 맞추어 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일을 꽤 안부리고 개미처럼 성실하게 수행한다. 월급을 타거나 어쩌다 돈이 생기면 미래를 위하여 최대한 많이 저축한다. 어떻게든 행동지침이 정해지면 그야말로 일사분란하게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따라간다.

이러한 것들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로 일본을 제조업 경제대국으로 만든 덕목이었다면 2000년 이후로 인터넷 세상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일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 버렸다.

일본인 저자는 평균적인 일본 사람들과는 전혀 반대로 살아 온 사람이다. 어린 학생시절부터 그러했다고 한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가 재미있다 싶은 것은 누가 무어라 해도 몰두해서 하고야 만다. 저축은 절대 안하고 가지고 있는 돈은 재미있는 경험과 맛있는 술과 음식을 먹는데 최대한 쓴다. 그러다보니 결혼한지 2년 만에 이혼했고, 굳이 재혼 보다는 가족이라는 의무로 부터 속박받지 않는 자유로운 연예를 권다. 돈 보다도 시간이 훨씬 아까운 저자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쓰면서 사업에 열정을 쏱는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하여 자신이 사업에 성공했고 인생도 너무 재미있게 살고 있으니 일본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철학을 따라서 살아야만 지금보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다고 자신있게 제시한다.

저자의 이러한 삶의 방식과 실천 능력을 받혀주는 두 가지가 이 책에서 읽힌다.

첫째, 일본에서 2006년에 터진 라이브도어 사건으로 이 회사의 오너이던 저자는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2011년에 도쿄구치소에 잠시 수감되었다. 이 기간 중에 저자는 약 1천권의 책을 읽었고 이것은 이후의 사업과 여러 책을 펴내는데 큰 지적인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일반 사람을 뛰어 넘는 수준의 강한 체력이다. 저자는 해외에서 열리는 아이언맨 월드챔피언쉽 대회에도 수 차례 출전했다. 수영 3.8킬로미터, 사이클 180.2킬로미터, 마라톤 42.195킬로미터의 연속 코스를 14시간 만에 완주해 낸다. 내가 50세 이후로 시작한 마라톤에서 죽을 힘으로 풀코스를 세번 완주한 경험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해낸 후에 오는 자신감이 주는 가치를 아는 나는 왜 저자가 이런 혹독한 대회에 출전하여 사서 고생하는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간다.

저자는 절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삶과 사업을 살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 책을 2019년에 일본 사람들을 향하여 썼다. 그런데 이 책을 우리나라 출판사가 2021년 6월에 번역 출간하였고 올해 1월에 14쇄째 발행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 사람과는 다르게 개성이 강하다 못해 이기적이기도 하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침과 규정이 없는 문제 상황에서는 융통성을 부려서 너끈히 잘 해낸다, ‘모’아니면 ‘도’의 승부 근성도 부릴 줄 안다.

나는 저자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각자의 윤리적 또는 사회적 통념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과 성향이 매우 다른 한국 사람에게도 저자의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개미처럼 사는 성실함을 미덕으로 배워서 몸에 배인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 또는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이 책에서 건질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다. 각자 어떻게 처신할지의 선택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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