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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Mar 23. 2023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김난도,최지혜/이수진/이향은

이 책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어느날 여의도에 새로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후 더현대라고 함)’ 백화점의 성공 스토리이다. 부연 설명하자면, 상식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입지의 상권, 소매 유통의 몰락을 뜻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로 표현되는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 분위기,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위주로 소매 시장이 재편되는 특수한 상황 등 도무지 백화점이 입점하여 성공할 수 없는 조건에서 오픈한 오프라인 백화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한 사례를 분석한 일종의 비지니스 리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백화점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층별 구분 방식과 상품의 구성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그런데 저자는 "더현대는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더현대는 백화점의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철저히 MZ세대에 타케팅하여 MZ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기획했다고 한다.

MZ세대는 1981~1996년생을 의미하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Z세대를 아울러서 부르는 말이다. 약 30년의 긴 세월이지만, 이들은 이전 세대인 X세대(1965~1980년생)나 베이비붐 세대(1964~1955년생)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가치관과 소비 특성을 보인다.​


MZ세대는 지극히 개인화된 매체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 틱톡, 트위터 등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멀티 페르소나’, 즉 다양한 매체로 자기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MZ세대는 다수의 대중이 좋다고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 보다는 가장 ‘나답다’라고 느끼는 것을 찾아 움직이고 팬덤(Fandom)을 형성한다.

저자는 더현대가 ’페르소나(Persona) 공간‘ 개념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사례로 제시한다. 이 책의 부제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의 비밀"로 좀 어려운 표현이라 궁금증을 자아낸다.

더현대에는 고급 백화점으로 인정 받기 위하여 입점시키려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파는 속칭 ‘에루샤’ 명품 가방 매장이 하나도 없다. MZ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되는 핵심 지하 2층에는 더현대의 ‘임원이 모르는 브랜드’의 상품으로만 채웠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새 제품만을 판매하는 백화점에 전례없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BGZT)’의 오프라인 매장을 입점시켰다.

백화점 매장 전체를 꾸미는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Visual Merchandising)은 화려하고 강하게 연출하기 보다는 단순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매장을 꾸미기 위해 무엇을 하려기 보다는 하지 않으려는데 더 힘을 쏟았다. 마치 애플의 강렬한 심플 철학처럼 단순함 자체를 마케팅 원칙으로 삼았다고 보인다.

이러한 장소에 여의도 인근 지역의 주민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MZ세대가 캐리어를 끌고 몰려 왔다.​


백화점 건물 안팎에 연중행사처럼 걸려있는 각종 할인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없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의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로 불특정 다수에게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ATL(Above The Line) 마케팅은 여간해서 하지 않는다.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 이미지는 대놓고 백화점 이름을 노출하지 않고 감각적인 힙(hip)한 내용으로 채운다. 모든 상품과 할인 정보는 디지털로 제공한다. 전용 홈페이지와 앱,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의 온라인 마이크로 채널로 상대방과 대화하듯, 궁금증을 유발하고 일상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화법으로 MZ세대와 커뮤니케이션한다.

홍보 모델로 전형적인 미남, 미녀와 유명 연예인은 철저히 배제한다. 백화점 공간을 대중적인 주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집하는 힙스터(hipster)들이 모이는 장소로 어필했다.

더현대의 대표적인 홍보 이미지에 보트를 도입해서 ‘플로팅(floating) 세대’로 표현되는 MZ세대와 연결시킨 것은 정말 감각 있다. 올해 1월에 출시한 메타버스 SNS 플랫폼 본디(Bondee)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 본디 가상 세계에서 혼자 보트 타고 바다를 플로팅(Floating) 하면서 친구를 찾는 방식은 MZ세대에게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한 권의 책은 더현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또 하나의 매체이다. 대중을 향한 직접적인 브랜드 홍보 대신에 자신의 브랜드 전략을 소개한 책이라는 매체로 또 다른(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더현대의 BI(Brand Identity) 전략과도 잘 맞다고 보인다. 그래서 저자의 의도가 어떠하든지 간에 나는 이 책 자체도 더현대가 만들어 가는 브랜드의 훌륭한 일부라고 본다. 이 책의 출판사와 더현대는 저자와 함께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마케팅을 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의견과 분석은 현대백화점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하며 ‘전적으로 저자들의 학술적인 견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인터뷰와 자료제공 외에는 현대백화점 측으로 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았다.”라고 강조 한다. 그러나 서문의 '이 책의 출간을 허락하고 배려해주신' 현대백화점그룹의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한 반듯한 감사 인사와 함께 본론에 더현대의 MZ세대 마케팅의 성공 스토리가 쓰여 있는 이 책을 더현대가 임직원들의 교육용 필독서로 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책은 초판 발행 후 1주일 만에 5쇄를 발행하였다.

이 책은 내가 더현대를 새롭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MZ세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


[ APPENDIX ]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그것에 배우의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을 새겨넣었다. 이후 라틴어로 섞이며 사람(Person)/인격,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고, 심리학 용어가 되었다. Persona는 스페인어로 '사람' 이란 단어이다.

SNS에서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이나 어떤 인물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특정 고유 이미지 같은 것 역시 페르소나로 설명하기도 한다. 영화계에서는 영화감독의 분신으로 특정한 상징을 표하거나, 감독의 영화 제작에 있어서 늘상 함께 해온 '분신 같은' 배우를 지칭하기도 한다.

마케팅에서 페르소나란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목표 인구 집단 안에 있는 다양한 사용자 유형들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을 말하며 브랜드 이미지 설정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페르소나는 어떤 제품이나 혹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하여 시장과 환경 그리고 사용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된다. 어떤 특정한 상황과 환경속에서 어떤 전형적인 인물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 모델로서 실제 사용자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의 개성을 부여하여 만들어 진다.

페르소나는 어릴 때부터 가정 교육, 학교와 사회 교육 등의 경험으로 형성되고 강화된다. 모든 세대는 자신의 페르소나가 있다. 그러나 이전 세대에 비하여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정체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굳이 페르소나 모델 추출이라는 마케팅 도구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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