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애쉬포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정말 어렵다. 흔희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전략에서 필수적인 덕목이다.
조직에서 관리 감독하는 일을 오래 했거나, 지적 우위에서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거나, 숫한 어려움을 헤치고 성공한 위치에 있거나,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대부분의 사람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좋은 뜻으로 개성과 자의식이 강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생각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란 뜻이다.
자기 중심주의는 이기적인 인간 본성에 뿌리가 있다. 길게 보면 이 본성 때문에 자연에서 선택받아 생존 했지만, 짧게 보면 이 때문에 조직과 사회에서 점차 뒤로 쳐진다. 사회에서 힘이 있을 때 잘 나갔던 일과 삶에서 고립의 길로 간다.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과 삶의 방식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각자 일을 통한 경험에서 만들어진 삶의 방식은 대부분 평생 유지된다. 이것은 여간해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없다. 어쩌다 기회가 주어져도 누군가 대놓고 말해주지 않으면 알아 듣지 못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편한 인간관계로 엮인 상황 또는 우위에 있는 위치에서는 특히 안변하는 편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과 가치를 확신하고, 주장하고, 고집한다. 듣기 보다는 말하려 한다. 사적인 모임에서 말하는 시간이 서로 1/N이 되면 이상적이다. 말하는 시간을 많이 차지하려는 사람은 함께 있는 사람의 시간을 빼앗았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은 함께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하여 말을 주도하면서 노력한 거라고 생각한다. 듣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이것이 자기 중심적 생각이고, 변화라는 덕목과는 친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부부를 포함한 가족, 형제와 친척, 사회 조직에서 상위 지위, 경험이 많은 연장자, 자신이 주거나 베풀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우, 상대에 비하여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생각을 강하게 펼친다. 나를 포함한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의 틀이 심해지면 단단하게 굳었다고 말한다. 꽉 막혔다고도 한다.
이 책은 단단하게 굳어진 생각(머리)을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Soft Skill: 대인관계, 인적자원관리, 팀 구축, 설득력 있는 의사 소통 기술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유연함(Flexing)이 힘(Power)이고 효율적인 자아 실현으로 성장하는 삶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무이한 자기개발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사회 조직에서 일을 수행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방법론을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알려주는 자기개발서 이다.
1장의 제목이 ‘경험은 가장 휼륭한 스승’으로 시작한다. ‘유연한 사람만이 경험에서 배운다.’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조직에서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과업을 맡게 된 리더가 갖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격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사람과 조직이 성장(변화)하는 것과 편안함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과 조직만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도 당연하고 교과서적이라서 감동이 없다. 처음 부터 유연한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을 동기에 따라 예방 지향형(Prevention Focus, 현 상태에서 더 나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안전 지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유형)과 향상 지향형(Promotion Focus, 무언가를 개선하려는 관점에서 모든 일을 바라보는 유형)으로 나눈다. 저자는 후자를 유연함이라고 한다.
저자는 유연하지 못한 태도로 성과증명 마인드셋(Performance-Prove Mindset)을 예로 든다. 이러한 사람은 본인의 능력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까지 증명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행동한다. 대부분의 비지니스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태도이지만 외부(남)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자신이 문제이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저자는 학습 마인드셋(Learning Mindset)을 갖추는 것이 유연해지기 위한 필수적인 태도라고 한다. 새로게 주어진 직무와 경험을 '학습의 기회'라고 프레이밍하고, 어려운 경험을 배우고 성장하는 지름길로 여기고, 안전지대를 벗어나 도전적인 상황을 받아들인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배운 것은 교훈으로 습득한다.
저자는 학습 마인드셋의 핵심은 자기 연민(Self-Compassion)에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Self-Respect) 보다는 자신에 대한 동정심(Compassion)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완벽주의의 옷을 벗고 주변에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자신에게 관대해 진다. 자신의 결점 또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곱씹으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가까운 주변으로 부터 피드백을 구한다. 자신을 심판하거나 비난하기보다 연민하며 자신을 격려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생각을 포기하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유연함 기술의 기본이다.
사람은 웬만한 사회 경험으로는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세상에는 죽고 싶은 만큼의 모진 경험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 저자의 주장으로는 유연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때로는 경험으로도 얻을 수 없는 유연함이 없기 때문에 바뀔 수 없다니! 그래서 이 책이 좀 답답하다. 이 책은 온갖 어려운 경험을 겪다가 어느 순간 유능한 리더로 변화 되었다는 사례가 지루하게 가득 차있다. 한 사람의 긴 변화 여정을 짧은 사례로 요약하다 보니 드라마틱한 비약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힘든 경험이 사람을 유연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조직의 리더는 일에 필요한 변화의 기술을 이 책에서 공부하여 배우고 실전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의 변화가 삶의 변화로 연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삶의 변화는 공부하는 기술(Skill) 보다는 깨닫는 예술(Art)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