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코앞에서 우리는 왜 쫓겨났을까?

by 김선경

“뿅뿅아, 파리에서 제일 기대되는 작품이 뭐야?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

여행을 떠나기 전, 첫째 딸에게 물었다.

“응, 나는 모나리자를 볼 거고, 아르침볼도의 과일 얼굴들을 보고 싶어.”


둘 다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에 간다고 하니, 선생님들이 모나리자를 꼭 보고 오라고 했단다. 내가 여러 가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선생님들의 한 마디가 더 강력하군. 파리로 떠나기 전 비행기표를 사고 나서 나는 매주 도서관에 들렀다. 어린이가 읽을 만한 파리의 예술작품에 대해 나온 책을 2-3권씩 뿅뿅이에게 빌려다 주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읽고, 지나가다가 발에 차여서라도 볼 수 있도록 거실 바닥이나 식탁 위에 작품집을 펼쳐 두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녀는 대부분의 책에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오르세미술관에 있는 인상주의 작품에 대한 책은 종류라도 많았지만 루브르에 있는 작품들을 설명해 주는 책은 드물었다. 그래, 루브르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모나리자>만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들어가자. 아이에게 모나리자를 꼭 보고 오라고 말해준 선생님들이 고마웠다. 그 이야기를 들었기에 첫째는 파리여행에 기대감을 품었다. 솔직히 나는 모나리자가 궁금하지 않았다. 20년 전에 배낭여행을 가서 방탄유리로 덮여있는 모나리자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크기도 작았고, 방탄유리에 덮여있어 작품이 조명에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자리 경쟁이 치열할까? 그 정도가 궁금했다.


루브르박물관은 크게 드농관, 리슐리외관, 쉴리관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모나리자는 드농관 1층에 있다. 지하로비에서 세 관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고, 입장권을 미리 인터넷으로 구입했다면 들어가고 싶은 입구로 올라가면 된다. 드농관에는 루브르에서 유명한 작품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이곳 입구가 가장 붐빈다. 우리는 사람이 적은 쉴리관 입구로 들어갔다. 길을 잘 몰라도 모나리자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나리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입간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표지판이 없어도 사람들의 흐름이 모두 모나리자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모나리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


모나리자는 가로길이가 53cm 세로길이가 77cm인 작은 작품인데 이 작품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한 벽면을 혼자 쓰고 있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아주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한 벽면을 혼자 차지하는 작품이 이 작품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이 한 벽면을 차지하는 이유는 엄청나게 큰 크기이기 때문이지 이렇게 작은 작품에 한 벽면을 내어주는 것은 특이하다. <모나리자>라는 작품이 처음부터 이렇게 인기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전시되기 전의 모나리자가 걸려있던 사진을 보면 다른 작품들과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1911년 도난당하고 나서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 작품을 훔쳐간 걸까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었고, 작품이 돌아온 2년 뒤 모나리자는 한 벽면을 혼자 다 쓰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작품이 루브르에서 도난당했던 당시, 이틀 동안이나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하니 모나리자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쉴리관으로 들어와 미의 여신 비너스를 보고 승리의 여신 니케도 보며 어느 방에 도착했다. 거기엔 <모나리자>가 있는 방이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관람객 군단이 있었다. 눈짐작으로 300명 정도 서 있는 것 같았다. 300명의 몸의 방향이 향하고 있는 곳은 한 작품, 모나리자였다. 다 같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제일 앞줄에 도착하면 잠깐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나는 '이 대열에 끼어서 모나리자를 꼭 봐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모나리자를 보는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계속 조금씩 앞으로 가다 보면 모나리자를 볼 수 있는 거겠지?' 그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제일 앞줄이 15명이라면 뒷줄로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 있다는 것이다. 제일 뒷줄은 30명 정도가 되는데 앞으로 갈수록 인원수가 적어지다 보니 차선이 줄어드는 도로처럼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한 명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몸싸움에서 밀리면 나보다 뒤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 치고 들어와 내 옆으로 왔다가 결국 내 앞으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쯤 둘째는 지쳤는지 잠투정이 시작되었다. 둘째 아이와 남편은 모나리자 보기를 포기했다. 남편은 둘째를 유모차에서 재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른 전시실 쪽으로 갔다. 첫째 뿅뿅이와 나는 자주 새치기를 당하면서 작품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람객들은 흡사 출근길 지하철을 함께 탄 사람들 같았다. 그렇게 다양한 외국인들과 그토록 친밀하게 붙어있었던 적은 여행 중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하철과 다른 점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신이 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었다. "어디에서 왔어요?" "저는 캐나다에서 왔어요." "오, 저는 호주에서 왔어요." "캐나다 어디에서 왔나요?" "파리에는 얼마나 머무나요?" 등등 스몰토크가 곳곳에서 들렸다. 처음 만난 그들은 팔을 높이 들고 공중샷을 서로 찍어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모나리자 앞에서 친구를 사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나름 낭만적인 것 같기도 하고...


별 생각을 다하고, 이 상황을 잊고자 딸과 함께 별 이야기를 해봐도 이 넓디넓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서 봐야 하나. 이런 나의 심정과는 다르게 딸은 "제일 앞줄에 서면 사진을 많이 찍을 거야. 엄마, 엄마가 나를 모나리자랑 같이 찍어줘. 알겠지?"라며 쫑알쫑알 떠들었다. 약 30분의 시간 동안 나는 약간의 폐소공포증을 느꼈고, 딸은 작품을 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나는 ‘실제로 보면 진짜 별거 아니다. 잘 보이지도 않을 거야.’라며 실망할 딸이 걱정되어서 기대를 낮추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꽉 끼이면 "모나리자를 꼭 봐야겠어?"라고 약한 소리를 했다. 아이는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모나리자를 안 보고 갈 거야?"라며 응수했다.


시간은 흘렀고 결국 우리 차례가 왔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과 몇몇의 사람들이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아이도 있고 해서 앞에 나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줄 알았다. 아이가 있어서라기보다 줄의 제일 앞줄로 오면 라인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제일 앞줄에서 빠져나와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여기에서 당장 나가세요!"라는 직원의 무서운 말을 들어야 했다. 우리는 사진도 못 찍었는데? 아니 모나리자를 1초도 보지 못했는데 나가라고? 30분을 사람들 틈에서 기다렸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빨리 비키세요! 당장 물러서세요. 여기 서 있으면 안 됩니다!”

직원 세 명이 모두 한 목소리로 뿅뿅이와 나를 향해 무섭게 다그쳤다. 그들은 이미 많이 지쳐있었고, 화가 나 있었다.


뿅뿅이는 울상이 되었고, 나는 너무 당황해서 다리에 힘이 다 풀려버렸다. "우리는 아무것도 못 봤는데요."라고 소리쳐도 그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허무하게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 넘게 줄을 서 있다가 모나리자를 보지 못하고 쫓겨났다고. 통화를 하고 있는 중에도 뿅뿅이는 “나 다시 줄 설 거야!”라며 내 손을 잡아끈다. 다시 줄을 선다고? 왜?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행태였으나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모나리자를 보고 싶다고 우겼다. 나는 도저히 또 그 줄에 설 자신이 없었다. 나는 남편에게 뿅뿅이와 다시 줄을 서야 할 것 같다고 얼른 모나리자가 있는 방으로 오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이 첫째와 함께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또다시 300명이 넘는 군중의 맨 뒤에 자리를 잡았다. 이건 꿈일 거야.


둘째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유모차 손잡이에 몸을 맡긴 채 터덜터덜 걸어서 한가한 전시실 쪽으로 걸었다. 그 전시실엔 중간 벤치가 있었다. 벤치에 앉고 보니 그 방은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이 있는 곳이었다. 이 방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나리자가 있는 방에 비하면 아주 한가한 편이었다. 벤치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했다. 우리는 아까 왜 쫓겨났을까?


우리가 제일 앞줄로 왔을 때 더 앞으로 나가 사진을 찍으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라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라인 안쪽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동행한 보호자들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라인을 이탈했기 때문에 서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거였다. 우리는 애초에 라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다 보고 나가야 하는 통로에 어중간하게 서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로부터 통로에 서서 보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던 것이다. 그 통로는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곳인데, 거긴 모나리자를 보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다. 모나리자를 보려는 사람들은 보통 30분을 기다려서 보는데 통로에 서서 힐끔힐끔 모나리자를 본다면 훔쳐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우리가 30분 줄을 섰다가 못 보고 튕겨져 나온 사람들인지, 통로로 지나가던 사람인데 훔쳐보는 사람인지 직원들이 알리가 없었다. 앉아서 생각하니 이 상황이 이해되었다. 나는 남편에게 휴대폰으로 얼른 내가 머릿속으로 정리한 사항을 말해주었다.


"모나리자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줄을 서지 말고 왼쪽에 붙어서 줄을 서. 오른쪽에 서있다간 작품을 보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튕겨져 나가서 모나리자를 다 본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거든. 그리고 제일 앞까지 왔을 때 더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 마. 알았지?"


약 30분이 지난 뒤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모나리자를 성공적으로 보았다는 소식이었다. 남편과 아이는 나의 주의사항을 따라 왼쪽에 줄을 섰고, 제일 앞쪽으로 나오기 직전에 직원에게 혹시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물어봤단다. 대답은 역시 ‘Non!’ 그래서 차례가 왔을 때 제일 앞줄에서 허락되는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열심히 모나리자를 보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어왔다. 뿅뿅이는 뭔가 뿌듯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자기가 보고 싶은 작품을 보면 저렇게 되는 건가? 기분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정말 신기한 그림이었다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오면서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런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를 보는 과정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이어도 되는가 생각했다. 좋은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 아수라장이 된 전시장에 몸을 던져야만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서로 밀치고 미는 몸싸움과 눈치싸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쫓겨나고, 무서운 고함을 듣는 대우를 받는 관람객들. 모나리자가 있는 방에서는 소매치기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많이 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모나리자를 위한 신박한 시스템을 만들라.

결국 아르침볼도의 과일 얼굴들은 보지 못했다. 다른 전시를 위해 대여중이라고 한다. 모나리자라도 보길 잘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족사진 남기는 팁


아이들 또는 어르신들과 함께 루브르에 가면 천장화가 반짝거리는 방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해요. 전직 파리 가이드였던 '게으른 완벽주의자'님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아폴론의 방(Galleie d'Apollon)의 찾아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승리의 여신 니케상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합니다. 니케 여신상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도 황금천장을 볼 수 있어요. 여긴 조금 덜 붐비는 곳입니다. 전시작품도 없는 통로로 이용되는 곳인데요. 안느의 오스트리아의 여름 아파트(Anne of Austria's Summer Apartments)가 나옵니다.


아이들은 이곳을 단박에 알아채더라고요. 갑자기 신이 나서 방방 뛰고 점프를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왜 이러나 봤더니 천장에 화려한 금장식이 있는 천장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프란체스코 로마넬리가 그린 것인데요. 6개의 연결된 방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17세기 왕실의 아파트였대요. 루브르 박물관으로 바뀌고 나서는 고대 유물을 전시하는 방이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천장의 장식이 화려해서 천장을 보는 방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아요. 아무 작품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도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이라면 여기에서 아주 좋은 영상과 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어차피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바닥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셀카모드로 바꾼 뒤에 가족 모두가 가운데로 머리를 모르고 카메라를 보면서 사진을 찍으면 천장의 화려한 황금빛 그림이 배경이 되어 정말 멋진 사진이 됩니다. 손을 흔들면서 영상을 찍어도 좋아요. 제 기억에 루브르 박물관 전체를 구경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곳은 여기였던 것 같습니다.

(자유의 여신 니케를 보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서 모나리자를 찾아가면 만나게 됩니다. 지도상으로는 드농관 0층에 위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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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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