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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ro Oct 30. 2020

모조리 깜깜한 것 같아도

멀리 떠나온 지금은 모조리 깜깜한 것 같아도, 반짝이는 시간들이 분명 거기에 별처럼 박혀 있다. 

일이 잘 되지 않아 절망과 두려움에 아이처럼 엉엉 우는 그를 가슴에 안고 같은 소리로 울었던 밤이 있었다.

그가 건넨 좋아하는 작가의 새 소설을 받고서 기뻐했던 아침이 있었다.

나의 부모님께 아들보다 살갑게 굴면 뿌듯하게 가슴 펴지던 나였다.

고생 시켜 미안하다는 뜬금없는 말로 차곡히 모은 불만과 미움을 단번에 쓸어내던 그이기도 했다.

아이와 셋 이서 밤 바닷가의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우주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았던 날이 있었다.

삐뚤빼뚤한 아이의 첫 그림을 벽에 걸며 가장 어여쁜 것을 가진 사람들처럼 행복했던 날도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앞에 망설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가 안쓰럽고 그는 나를 아끼던,  그런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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