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ro Oct 30. 2020

짝이 없는 아이

친구의 남편은 실 없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다. 한 두번은 웃어주기 힘들지 않지만 내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좀 성가시기도 하다. 친구와 심각한 얘기 중일 때도 그는 자주 끼어들어 눈치 없고 맥락 없는 농담을 던진다. 친구는 그럴 때 세상에서 가장 냉담한 표정이 된다. 나는 차가운 친구의 얼굴과 천진한 그의 남편을 번갈아 보다  할 수 없이 어설픈 농담에 맞장구를 친다. 그럴 때 속으로 한번씩 생각한다. 나는 정말 같이 못 살겠다.


오래된 지인은 잘 하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일도 취미도 살림도 육아도 요리도, 안팎 할 것 없이 모든 일을 잘 해낸다.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 없어서 인지, 새로운 일의 시작을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을 진짜로 잘 모르거나 가끔은 약간 한심해 한다. 그는 이해 할 수 없는 주저함일 것이다. 나는 또 생각한다. 나는 진짜 같이 못 살겠다.


친구의 7년 된 남자친구는 소위 ' 대형견 애인' 이라서 친구의 손이 자주 필요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반드시 무언가를 쏟거나 넘어뜨린다. 들고 나는  자리가 너무 분명한 사람이다. 그가 앞에 있으면 이상하게 눈이 가고 챙겨줄 것들이 보인다. 그저 오래된 지인일 뿐이지만 그에게는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나온다. 천천히 먹어~, 문 살살 닫아줘~. 나는 어김없이 또 생각한다. 죽어도 같이는 못 살겠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좋은 짝이 있고, 그 짝이랑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 살고 있다.


엄마는 나더러 세상 누가 와도 비위를 못 맞출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보다 쓸쓸한 말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혼자만 짝이 없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다가와 네 짝은 앞으로도 쭉 없을 것 같구나,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처럼 그 생각만 하면 겁이 난다. 거대한 외로움이 강풍처럼 밀려 든다.

지인들을 두고 이리저리 상상해 보아도 어떤 사람 하고도 잘 어울려 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또 다시 엄마 말이 맞았구나 싶다.

찬바람이 휭휭 불어 들어온다.

작가의 이전글 멀어서 서로를 할퀼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