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서 눈을 떼도 괜찮았던 하루
주말집에서 인천대교가 가까웠다.
인천대교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뚫렸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렇게 어렵다가도
또 그렇게 쉽게 풀리기도 한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틈틈이 솟아난 바위들,
망망대해 위 꼬불거리며 이어지는 긴 다리.
그 위를 달리는 재미가 좋았다.
남편은
"왕복 톨비는 알고 있지? 비싼 드라이브 좋아하네"
하며 비아냥댔지만, 그래도 좋았다.
처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아이와 갯벌 체험하기 좋은 곳으로 찾아갔다.
마시안 해변.
영종도 마시안 해변은
인천대교를 건너 멀지 않았고, 갯벌 체험에 특화된 곳이었다. 아니, 이곳은 갯벌 체험을 위해 존재하는 곳 같았다.
일반 관광객보다는
갯벌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도 얼떨결에 그 무리에 섞여 입장 티켓을 사고
아이의 장화를 빌렸다.
서하는 갯벌이 뭔지는 몰라도
모래 놀이라면 마다할 리 없었다.
갯벌에 들어가기도 전에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놀기 시작했다.
갯벌 체험은 무슨 갯벌 체험인가.
아직 어린 서하는 물론이고,
나 역시 모래 해변이면 충분했다.
그다음 주엔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마시안이 나쁘진 않았지만,
마음에 꼭 들지는 않았다.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주변 정비가 한창이라 주차는 쉽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후문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바다로 들어서자
복잡했던 주차장과 달리
해변은 한적했다.
하나개 해수욕장은 아이와 놀기에 평온했다.
무엇보다 물이 맑았고,
모래가 부드러웠으며,
해변을 둘러싼 바위산 덕분에
아늑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남해에서만 보던 풍경 아니던가.
서해에도 이런 바다가 있다니.
감탄이 이어졌다.
바닷물은 반짝였고 모래는 유난히 고왔다.
'모래가 곱다'는 표현을
글이 아니라 피부로 이해했다.
나도, 바다도 살아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은 후
내가 아이에게서 눈을 떼본 적이 있었던가.
누군가에게 맡긴 것도 아니고,
단둘이 있는 순간에서 말이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아이가 아니라 바다를 보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안도했다.
육아도 회사도, 집안일도
보이지 않은 곳.
나의 바다 탐험은
싱겁게도 하나개에서 끝이 났다.
이보다 더 이상적인 바다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 이후
제부도 방아머리, 실미도도 가봤지만
사람이 더 많고 모래는 거칠었다.
하나개에서 느꼈던
그 부드럽고 고요한 감동은 없었다.
그 고운 바다 바닥의 모래 덕분에
나는 하나개 바다를
내 바다로 정했다.
아이에게서 눈을 떼도 괜찮았던,
처음으로 나를 안심시켜 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