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바다가 되었다

다음 주에 또 오면 되는 바다

by 서해

바다 나들이에 전혀 흥미가 없던 남편은 모녀의

하나개 찬가가 끊이지 않자 소외감을 느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해서 따라나섰다.


성수기에 가까워질수록

하나개 해수욕장은 주차 전쟁이 심했다.

입구부터 줄지어 늘어선 대기 차량들을 보자

남편은 바로 구시렁댔다.


"다신 안 와. 내가 여길 왜 따라왔지?"


나는 몇 번 와 봤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후문 쪽으로 가면 델 데 있어."

라며 달랬지만, 그곳도 이미 만석이었다.


남편은 주차하느라 지치고,

나는 그 눈치 보느라 더 지쳤다.

간신히 차를 세우고 해변으로 들어섰을 때는

이미 기운이 빠진 상태였다.


이쯤 되면 다음 장면은 뻔하다.

뭘 해도 시큰둥하고, 뭘 먹어도 감흥 없고,

결국엔

"다 봤지? 이제 가자."

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데 이상했다.

남편도 말없이 바다를 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서해바다 같지 않네."

툭 던진 한마디가 생각보다 진심처럼 들렸다.

그 순간, 말은 없었지만

이 바다는 합격이었다.


그렇게 하나개는

나만의 바다가 아니라

우리의 바다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남편도

주말 오전 바다 여정에 종종 동참했다.

거의 매주 오다 보니

굳이 열심히 놀 필요도 없었다.


모처럼 온 바다였다면

"여기까지 왔는데 뽕 뽑아야지."

하며 애썼을 텐데,

자주 오니 한 시간 남짓 각자 바다를 보다

집에서 싸 온 샌드위치 하나 먹고

돌아와도 미련이 없었다.


다음 주에 또 오면 되니까.


바다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도

아쉽지 않다는 것.

이건 정말 실컷 바다를 보고 사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꿈이 이루어졌다.


무의대교의 하늘, 바다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하나개,

왼쪽으로 가면 소무의도.


주말마다 무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번 주는 여기까지."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다시 주말집으로 왔다.


백미러에 비친 바다는

더 이상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바닷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시는”

자유 그 자체다.


답답했던 평일의 내가 작아지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내가 커진다.


돌아올 수 있어서 가능한 바다.

그래서 이 바다에서 매번

나는 더 커진 마음을 안고 돌아온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