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여행자처럼 인천을 걷다

by 서해

매주 이틀씩, 수개월 동안 인천에 왔으니

나는 어느새 인천의 장기 여행자와도 같아졌다.


아침에 바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종도 맛집에 들르고,

송도 아웃렛에도 가보고,

연안부두와 차이나타운, 월미도, 신포국제시장까지.


늘 새로운 곳에 닿았다.


인천은 내게 연고가 없는 도시였다.

처음엔 이름만 알던 곳들이었고,

굳이 찾아갈 이유도 없던 도시였다.

그런데 주말마다 이곳에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익숙해졌다.


송도는 가족 친화적인 도시였다.

화려한 빌딩 사이 센트럴파크에서 배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인천대 옆 솔찬공원에서는

갈매기를 쉽게 만날 수 있어

서하가 특히 좋아하던 장소가 되었다.


신도시에는 공원이 많았다.

여름이 되면 공원은 물놀이터로 바뀌었다.

아이는 자연히 도심집보다 주말집을 더 좋아했다.


나 역시 평일에는 바쁜 워킹맘이었지만

주말에는 여유 있는 신도시맘이 되었다.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가 노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는 시간.

도심에서는 좀처럼 가질 수 없던 시간이었다.


공간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을

이때 실감했다.

내가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내 생각과 호흡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행자의 시선을 갖는 것도 좋았다.

여행을 하면 괜히

한 곳이라도 더 가보고,

하나라도 더 맛보고 싶어지지 않는가.

이왕이면 새로운 것을 선택하게 되는 마음.


회사에서 만난 인천 출신 후배들과

인천 이야기를 나눠보면

의외로 나보다 맛집을 잘 알지 못했고,

바다는 오히려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가까이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미뤄두게 된다.


하지만 여행자는 다르다.

이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기에

한 곳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 애쓴다.


나는 그렇게

장기 여행자처럼 인천을 바라봤다.


언젠가는 다시 평일의 자리로 돌아갈 걸 알았기에

이 도시의 바다와 공원과 골목들을

괜히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고,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여행자에게는 늘 끝이 있다.

그래서 그 시선은 더 간절해진다.


인천에서의 시간은

나를 이 도시의 주민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풍경을 흘려보내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게

이 장기 여행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