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

서울에서 인천까지, 우리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by 서해

여느 맞벌이 부부들이 그러하듯

우리 부부도 일상에서는 대화다운 대화를 하기 어려웠다.


출근 전쟁통에 이야기를 꺼내기엔 숨이 가빴고,

퇴근 후에는 몸과 마음이 이미 녹초였다.


남편의 말 뒤로

널브러진 집이 먼저 보였다.


싱크대에 밀린 설거지,

쌓인 빨랫감들.


그것들이 내 눈과 귀를 막았다.


남편이 회사에서 힘들었다고 말하면

내 대답은 늘 같았다.


"난 더 힘들어."


그리고 아침 등원 전쟁이 얼마나 고됐는지를

내 차례처럼 늘어놓았다.

대화는 늘 이렇게 끝났다.

"일단 저거부터 치우고 얘기하자."


남편은 그때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기가 돈을 더 벌지 못해서

나를 전업주부로 만들어 주지 못해서

내가 이렇게 변한 건 아닐까.


그래도 사람이 변해도

너무 변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체념도 푸념도, 서러움도

아무것도 들을 여유가 없었다.


나에게는

그날 해결해야 할 미션들만 있었다.


그러다

서울 집에서 손을 떼고

일단 짐을 싸서 차에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그 차 안에서

우리는 전처럼 대화를 했다.


운전하는 남편이 종알거리고

뒷자리에서 서하는 잠이 들고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도 말했다.


내가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으며

같은 결론에 다다랐다.


"사는 데 정답은 없지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

이건 정말 아닌 거 같아."


인천을 오가는 차 안에서

그리고 인천의 길들을 달리면서

우리는 계속 미래를 이야기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대화는

서울 집에서는

끝내 시작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서울 집에서는

오늘을 버티는 이야기만 했다.


차 안에서는

내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천에 도착하면

그다음의 삶을 상상했다.


그다음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답답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다음의 나와 가족을 그릴 수 있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