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 파도를 만든다

평일을 정돈하니, 주말이 길어졌다

by 서해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주말을 비우기 위해 평일이 더 바빠졌다.

주말을 위한 평일이라니

조금 우스울지 모르지만 요즘 나는 정말 그렇게

산다.


예전엔 주말마다 밀린 집안일에 치여

놀기도 전에 지쳐버리곤 했다.

출근과 퇴근 사이, 일과 육아 사이—

모든 사이를 나는 더 쪼개고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집안일과 바다 갈 준비를 과감히 평일로 당겼다.

아이 빨래, 수건 빨래, 부부 빨래.

매일 저녁 세탁기를 돌리고

정리된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작은 변화였지만 집안 공기는 확 달라졌다.


답답한 회사생활에 자격증을 기웃거리며

새벽마다 강의를 들은 적도 있었다.

6개월을 버텼지만 머릿속엔 남은 게 없었다.

남은 건 피곤함과 허무함뿐.


그 모든 일정을 지워버렸다.

내 일정표에서.


이제는 단순하다.

빨래하고, 밥 준비하고, 아이 챙기고,

그리고 바다 가기.

그 단순한 루틴만 남겼다.


주말집 근처엔 마트도, 식당도 없어

식단 계획은 필수였다.

출근 전 반찬 몇 가지 만들고,

남은 재료로 주말 밀키트를 챙긴다.

과일과 간식도 소분해 통에 담아둔다.


그 작은 준비들이 모여

삶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었다.


평일엔 정돈하고,

주말엔 바다로 향하는 리듬.

요즘 나의 일상이다.


서쪽 끝 무의도 언덕에 서 있으면

도심 속에 있던 내가 잠시 낯설어진다.

마치 책 뒷장의 별책부록이 펼쳐진 듯,

삶이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이다.


주말의 비움이 좋아

서울로 돌아와서도

그 정돈을 오래 붙잡고 싶다.


그러다 문득 묻는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답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보면 충분했다.




주방의 세탁기가 돌고,

칼끝에서 채소가 다져지고,

투명한 통에 과일이 차곡차곡 담긴다.


작은 파동들이 모여

주말의 큰 파도를 밀어 올린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평일을 정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