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에 번져든 바다
“바다에 몸을 던지는 순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였다.”
— 알베르 카뮈, 『여름』
토요일 새벽,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섰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무의대교 건너엔 벌써 낚시꾼들이 줄지어 있었다.
세상엔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저 바다를 보러 나온 것뿐인데도
그 활기찬 기운에 괜히 마음이 환해졌다.
광명항에 도착해 운 좋게 차를 세우고,
소무의인도교를 건넜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도, 바다는 이미
깨어 있었다.
다리 끝에 적혀있는
‘일상이 반짝이는 섬⭐️, 소무의도’,
그 한 줄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건너온 다리와 해녀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자에 앉아 내려다본 바다는
수묵화처럼 담백했다.
새벽 공기는 촉촉하게 차가웠고,
갈매기 울음과 잔잔한 파도 소리가
내 안의 고요를 흔들어 깨웠다.
섬의 누리길은 더 이어졌지만
발길을 멈췄다.
예전 같으면 끝까지 돌아야 직성이 풀렸을 텐데,
이젠 멈추어도 충분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으니까.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
발걸음을 돌려 주말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도 가족들은 여전히 꿈속이다.
내 기척에 아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말없이 품에 안겼다.
그 순간, 내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전엔 바다를 보려면
시간을 쪼개고, 비행기를 타고,
별별 준비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하루를 조금 일찍 열면 된다.
바다는 어느새 내 일상이 되었다.
내가 찾던 건 절경도
이국적인 풍경도 아니었다.
그저 방해받지 않는 시간,
그 속에서 마주한 ‘나’였다.
나는 그 안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 일상은 바다를 닮아간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잔잔하지만 멀리 번져가듯이.
그래서
나는 바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