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서 나, 그리고 아이로 이어지는 바다
“우리는 떠나간 것들로 살아간다.”
삼목항에 도착했을 땐 해무가 자욱했지만
배는 예정대로 떠났다.
차를 싣고 나도 배에 올랐다.
출항하자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마음이 깨어났다.
섬이 가까워질 즈음, 안개는 스르르 걷혔다.
마치 오늘의 바다를 맞으라는 신호처럼.
어릴 적 내게 바다는
언제나 아빠와 함께 가는 곳이었다.
속초에서 자란 아빠는 명절이면 동해로,
여름이면 서해 갯벌로 우리를 데려갔다.
빨갛게 익은 팔다리,
모래 묻은 얼굴,
파라솔 아래 수박 한 조각.
그 모든 풍경은
아빠의 웃음과 목소리,
그리고 넓은 등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열두 살 되던 해, 아빠는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바다에 가는 발걸음은 뜸해졌지만
바다 앞에 서면 마음은 늘 차분했다.
부르지 않아도
이미 그가 먼저 와 있는 듯했다.
서하는 파도가 무섭다며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물이 빠진 하나개에서는 마음껏
뛰어다녔다.
소라게를 쫓고, 모래를 파고,
그러다 낮은 물결 앞에 몸을 눕히는 작은 아이.
바다와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에
내 마음이 울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파도 앞에 선다.
아이의 길을 먼저 확인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그때의 아빠와 닮았다.
아빠와 함께했던 바다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바다로.
갯벌 위에 찍히는 아이의 작은 발자국 속에서
오래전 내 발자국을 본다.
바다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지만
아빠의 바다에서 시작된 길이
나를 거쳐 지금의 아이에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 나는 바다에서 오래 전의 아빠를 만났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도 이 바다에서
다시 나를 만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