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기다림의 끝에서 너를 만났다

by 서해

나는 두 줄짜리 임신 테스트기와

세 글자의 유산 판정 진단서 사이에서,

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단단해졌다.


결혼 후 아이를 천천히 갖기로 했을 때만 해도

이 기다림이 이렇게 길고, 낯설고, 아플 줄은 몰랐다.

몸과 마음은 매번 시험대에 올랐고,

그때마다 흔들리며 넘어졌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기다림은 나를 자라게 했다.

주사를 맞으며, 진료실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때로는 불안에 짓눌리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좌절이었고,

어떤 날은 작은 희망이 반짝였다.

기다림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았지만

그 끝에는 분명히 ‘너’가 있었다.


이 기록은, 그 시간을 살아낸 나의 흔적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다림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알았고,

기다림의 끝에서 너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