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작은 북소리

가장 또렷한 생의 시작

by 서해
7월 21일 5주 0일
아기집 크기 0.79cm
아기집과 난황 확인


나의 불안은 습관처럼 따라다녔다.


7월 어느 날, 동전만 한 피가 묻어났다.

심장 소리는 다음 진료 때 듣기로 했지만

그 한 방울이 무너짐의 전조는 아닐까,

망설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상 없다, 괜찮다”

그 단순한 말이 절실했던 시간들이었다.


이번엔 평소와 다른 초음파실로 안내받았다.

다른 대기자들을 배려한 공간인 듯 보였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앞선 산모의 태아 심장 소리가 벽 너머로 들려왔다.


쿵, 쿵, 쿵—

그 소리에 내 심장도 덩달아 쿵쾅거렸다.


곧 내 차례.

눈을 꼭 감고 있자, 의사가 말했다.

"이것 좀 보세요."


화면 속 작은 점이

놀라울 만큼 빠르게 뛰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모습이에요.”


그 말에 숨이 멎었다.

다이아몬드도 저만큼 반짝일 수 있을까.

눈물이 고이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7월 27일, 임신 5주 6일
배아 크기 2.2mm


작은 불빛 하나가 내 안에 살아 있었다.


집에 돌아와 초음파 사진들을 앨범에 꽂고

예쁜 스티커를 붙이고,

아이에게 그 순간을 남기는 편지도 썼다.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벅찬 순간은 없던 거 같다.


남편에게 소식을 전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회사에 앉아 있는데 오전 내내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의 말에 웃음이 났다.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는 나를 보내고

그도 종일 불안했다.


항상 나를 먼저 걱정하고

내 감정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

그가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행복을 느끼면서도

또다시 불안을 만들려는 내게 말했다.


과거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소중한 이 순간을 흘려보내지 말자고.


기쁨을 만끽해 보자고.


그 우렁찬 내안의 북소리를 기억하며



[아이에게]

넌 이미 내 안에 있었는데
엄마는 5주 6일이 되어서야 널 실감했어.

처음 본 너의 심장이 뛰는 모습,
처음 들은 우렁찬 박동 소리.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 이후로도 초음파실에서
네 심장소리 듣는 게 참 좋았어.
그 소리가 얼마나 씩씩하던지.
"나는 잘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거든.

기억해.
엄마 아빠는 네가 2.2mm의 생명일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늘 너와 함께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