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기억으로

알베르 카뮈, 《티파자에 돌아오다》

by 서해
한 번 강렬한 사랑을 경험해보고 나면
남은 인생은 그 격정과 빛을 다시 찾으려다가
다 지나간다.
— 알베르 카뮈, 《티파자에 돌아오다》


철조망을 지나는 듯한,

마음이 옥죄는 하루들이 있다.


그럼에도 오늘 내가 무너지지 않았던 건

나를 살게 했던 빛의 기억 덕분이다.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고

길을 잃은 아이처럼 방황할 때,

내 안의 가시가 나를 향한다.

그때, 내 안의 작은 빛이 깜빡인다.

그 빛이 가시를 멈춰 세운다.


바다에 서면

끝없이 출렁이는 파도와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이

내 안의 물결을 일으킨다.

그건 카뮈가 말한 “행복의 물결”이었다.


바다를 보며 두 가지의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 갈증은 다름 아닌 사랑과 찬미였다.
왜냐하면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저 불운이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니까.
— 알베르 카뮈, 《티파자에 돌아오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나는 여전히 나를 단련한다.

스스로에게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그친다.


나는 바다에서

내 안의 빛을 다시 채우고

나를 보듬는 법을 배운다.

돌아보면, 그건 위로가 아니라 훈련이었다.

빛을 품은 채

어둠 속으로 다시 나아가는 훈련.


불의를 모면할 수 있는 대낮을 사랑해야 하고,
그 빛을 지닌 채 투쟁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 알베르 카뮈, 《티파자에 돌아오다》


카뮈는 결코 도피하지 않았다.

티파자에서 얻은 평화를

다시 세상으로 가져갔다.


나 또한 바다를 다녀온 뒤

현실로 바다에서 얻은 빛을 가져가 본다.

다시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하루를 산다.


한 번 본 빛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사랑했던 그 기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