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는 삶이다.
글 쓸 여유도,
읽을 여유도 없다.
뭐든 해야만
다음을 메운다.
다음이 메워야
마음도 메워지는
삶이다.
틈이 허락되지 않는다.
빈자린 더더욱 안 된다.
멈추려면
굳은 다짐과 억센 고집이
필요하다.
시간은 쪼개 채우고,
뭐든 놓치면
애써 돌아가 메웠다.
덕분에 많은 것들이
채워졌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다.
나는 오늘도,
하나하나 놓친 건 없나
하나하나 잃은 건 없나
따지고, 찾아보고,
비교하고, 또 비교하면서
내 자릴 채우고,
내 몫을 메운다.
덕분에 틈이 없는 삶은
틈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고,
틈이 없어진 세상에서 우린
틈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틈을 찾기 위해 우린 틈을 만들고,
틈을 메우기 위해 우린 또
틈을 만든다.
틈을 허락치 않던 우리의 삶이
틈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 버렸다.
틈이 채워지면
여유가 생기리.
라는 나의 생각에
엄마는 말한다.
아들, 편하게 살아.
흘러가는대로 살아.
안돼도 괜찮고
잘못돼도 괜찮아.
편하게. 흘러가는대로.
나이 사십 넘어서도
엄마 품이 그리운 건
엄마 한테만 허락되는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닌지.
수십번 수백번 넘어져도
빈틈쟁이, 거짓말쟁이 아들을
엄마는 허락해 줘서가 아닌지.
오늘도 뉴스창이 들끓는다.
틈과 틈을 채우려는 우리의 노력들이
시뻘겋게 가득 차있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여유를 부리고 싶어도
여유를 부리면 안 되는 삶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팔기 위해,
글을 읽는 이유는
나의 미래를 위해이다.
우린 평생 동경하면서
동경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
어쩌면 원래 삶은
여유를 허락치 않았을지 모른다.
우린 여유가 없다.
어린 시절 엄마의 품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여유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평생의 희망사항일지도 모르겠다.
p.s>이 글이 여유없는 나를 위한 핑계글 같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