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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e Jun 04. 2023

중국드라마<옹정황제의 여인> 속 망한사랑대회1등 심미장

세상에 나쁜 사랑은 없다 망한 사랑만 있을뿐


내게 있어 중드의 시작을 열어준 드라마는 당나라 측천무후의 일생을 다룬 <무미랑전기>(판빙빙 주연)이다. 화려한 의상과 미술이 눈을 사로잡는 고장극에 눈을 뜬 나는 중국드라마 중에서도 레전드라 불리는 <옹정황제의 여인>(쑨리 주연)을 틀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서는 <견환전>으로 방영되어 <후궁견환전>으로 불리기도 하나, 한국 방영명은 <옹정황제의 여인>이다. 둘다 혼재하여 부르는 편이나, 오늘의 주인공은 '견환'이 아니라 '심미장'이기 때문에 <옹정황제의 여인>으로 칭하고자 한다.


2014년 作 무미랑전기
2011년 作 견환전(옹정황제의 여인) 


2011년에 방영된 <옹정황제의 여인>은 제목 그대로 청나라의 옹정제를 거쳐간 후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수녀 간택으로 궁에 들어온 견환이 어떻게 후궁의 수장, 희귀비를 거쳐 황태후가 되는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입궁 당시 순수했던 소녀가 궁중암투를 겪으며 어떻게 사랑을 믿고, 사랑을 버리고, 권력을 좇게 되는지 캐릭터의 내면 변화에 집중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는 작품이다. 


해당 글에서는 자주 이야기되어왔던 주인공 '견환' 대신, 견환의 가족과도 같은 의자매이자 내 기준 <옹정황제의 여인> 속 가장 망한 사랑을 한 '심미장'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물론 <옹정황제의 여인> 속 인물들은 거의 다 망한 사랑을 했다는 점에서 그 우위를 가리기 힘들지만, 그래도 견환-옹정제 / 견환-과군왕 / 화비-옹정제 등의 연인들은 사랑의 짝대기가 같은 곳을 향했고, 나름 정을 통하는 모습도 비춰준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심미장은 고독한 궁중생활 속에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휩쓸려 총애도 잃고 총기도 잃는 인물로서, 종국에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앓다가 죽음에 이른다는 점에서 가히 이 드라마의 망한사랑대회 1위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내세울 수 있다. 





<옹정황제의 여인> 중국 포스터



간단하게 옹정황제의 여인(견환전)에 대해 소개해보자.


옹정황제의 여인(견환전, 후궁견환전)

방영시기: 2011년

에피소드: 총 76부작 (극장판 6부작)

배경: 청 옹정제 시기 (1722년 이후)

등장인물: 옹정제, 견환, 심미장, 안릉용, 화비, 황후, 과군왕, 온실초 등

TMI: 여기 나오는 옹정제는 한국에서도 '보보경심 려: 달의 연인'로 리메이크된 적 있는 '보보경심' 속 4황자다.



등장인물 매치

총 76부작에 나오는 인물들도 많으니 간단하게 얼굴 매칭을 시켜보자.

견환: 수녀 간택으로 입궁해 희귀비를 거쳐, 황태후가 되는 작품의 주인공
옹정제: 견환의 첫사랑이자 드라마 속 모든 여자를 울리는 최고 빌런 (I hate you..)
황후: 온화하게 보이지만 사실 모든 궁중암투의 배후
화비: 대장군 연갱요의 동생이자 엄청난 권세를 바탕으로 총애를 받는 후궁, 견환 등장 전까지 옹정제의 최애
심미장: 견환, 릉용과 의자매 / 차분하고 똑똑한 성격의 소유자
안릉용: 견환, 미장과 의자매 / 보잘 것 없는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받지만, 끈질긴 생존력으로 살아남는 후궁
과군왕: 옹정제의 이복동생이자 견환의 마지막 사랑 / 짝사랑하던 견환이 궁에서 쫓겨난 후 결국 부부의 연을 맺는 순애보
온실초: 황궁의 어의 / 견환의 동네오빠이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조력자, 미장과의 망한 사랑 주인공


견환을 포함한 이 8명의 인물이 작품을 이끄는 메인 등장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조연은 넣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인물이 넘쳐난다. 


왼쪽부터 안릉용, 화비, 견환, 심미장, 황후

 

참고로 여기 있는 후궁 중 견환과 싸우지 않는 유일한 상대가 심미장이다. 견환은 1차 화비, 2차 안릉용, 3차 황후를 차례로 상대하며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는데, 기나긴 궁중암투에서 살아남는 동안 미장은 견환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날한시에 입궁한 견환과 미장의 삶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다르다. 둘 중 누가 더 비참한 삶인지, 누가 더 망한 사랑을 했는지는 역시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이정도 빌드업을 세웠으면 대체 얼마나 망한 사랑을 했는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심미장의 입궁부터 죽음까지, 무수한 스포일러와 함께 다뤄보고자 한다. 


▶  포스팅에는 <옹정황제의 여인> 속 결말까지의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견환-미장-릉용 의자매의 시작, 입궁


견환과 미장은 어릴적부터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옹정제의 수녀 간택에 맞춰 나란히 입궁한다. 그때 미천한 가문 출신의 안릉용이 곤경에 처한 것을 도와주며 견환-미장-릉용은 의자매를 맺는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중국 궁중암투물의 클리셰다.)


일반적인 주인공이라면 첫눈에 반해 가장 먼저 눈에 띌테지만, 견환은 요양을 핑계로 궁의 가장 외진 곳인 쇄옥헌에 머물게 된다. 이에 수녀로 간택된 8명 중 미장이 첫 번째로 승은을 입게 된다. 미장은 '심 귀인'이라는 봉호를 받고 가장 먼저 총애를 받는 후궁이 된다. 



늘 크고 작은 암투가 존재하는 내명부 속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미장이 마음에 들었던 황제는 미장이 좋아하는 국화를 잔뜩 선물해주고, 기거하는 궁의 이름도 존국당(存菊堂)이라 바꿔준다. 하지만 이로 인해 화비의 견제를 받게 된다. 



암투에 휩쓸려 총애를 잃다 

임신을 축하받는 미장


황제가 존국당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화비는 어두운 밤, 불도 켜주지 않고 필사를 시키거나 연못에까지 빠뜨리는 등, 틈만 나면 미장을 괴롭힌다. 화비의 권세를 이길 자는 없기에 미장은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 그때 미장에게 태기가 보이고, 황궁은 큰 경사를 맞이한다. 황제는 미장의 임신에 크게 기뻐하며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 '혜 귀인'이라는 새 봉호를 내려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화비의 계략에 의한 가짜 임신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화비에 의해 계획된 가짜 임신이었다. 화비가 심어둔 가짜 어의와 하녀로 인해, 미장이 임신을 했다고 믿게 만든 것이다. 결국 미장은 가짜 임신으로 총애를 사려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이후 미장은 답응으로 강등되어 냉궁에 갇힌다. 


미장의 수난은 끊이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도 제대로 탄을 피우지 못하고, 완벽하게 미장을 내쫓기 위한 화비가 전염병을 옮겨 생명까지 위독해진다. 추후 황제의 총애를 받게 된 견환이 미장의 억울함을 밝혀내 지위를 회복하지만, 미장은 이제 황제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고 사랑을 믿지 않게 된다. 


미장은 황제의 총애를 받으려 노력하기 보다는, 황제의 모후인 황태후를 간호하며 말동무가 된다. 차분하고 똑똑한데 효도까지 잘하니 황태후는 혜 귀인을 아끼게 되고, '혜빈'으로 승진시켜 주기까지 한다. 은근히 황제에게 혜빈과 시침을 하라며 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미장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금기의 사랑을 시작하다


사실 미장의 마음 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다. 견환을 어릴 적부터 짝사랑했던 친한 오빠이자, 유일하게 궁 내에서 믿을 수 있는 어의인 '온실초'다. 견환은 미장이 전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온실초를 보내 간호를 부탁했다. 미장은 내내 자신을 지켜준 온실초에게 마음을 품게 되고, 이후 화비를 내쫓는 과정에서 생긴 화상 흉터를 일부러 낫지 않게 버티는 등,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하지만 온실초가 견환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아는 미장은 속상함에 지쳐간다. 그리곤 자신의 처지를 반추해본다. 자신은 황제의 여인이나, 황제는 자신을 버린 전적이 있을 뿐더러 자신만의 낭군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버렸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는 가장 친한 동생을 어릴 적부터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것 같다. 지독한 외로움에 지친 미장은 결국 태후가 황제와 함께 먹으라고 준 (최음제가 든) 술을 온실초에게 먹이고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 하룻밤으로 미장은 온실초의 아이를 임신한다. 비록 짝사랑이긴 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지켜야 했던 미장은 뱃속의 아이를 황제의 아이로 속이기로 한다. 이후 미장은 황제와의 관계를 회복한 척하고, 회임을 밝힌다. 



비극적인 죽음과 마지막 고백


그러나 미장이 만삭이 됐을 무렵, 온실초는 희귀비가 된 견환과 사통했다는 모함을 받는다. 결국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온실초는 결백을 주장하려 자궁(셀프 거세)을 한다. 이때 견환을 질투해 몇번이나 죽음의 위기로 내몰았던 릉용은, 오직 견환이 슬퍼하길 바라는 마음에 온실초가 자궁으로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미장에게 전해버린다. 그 소식을 들은 미장은 충격을 받아 조산한다.


출산 도중 미장은 위기를 겪고, 온실초는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실려와 처방을 내려준다. 미장은 결국 딸을 출산하지만 피가 멈추지 않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자신의 죽음을 예상한 미장은 견환과 온실초만 곁에 두고 마지막 고백을 시작한다. 미장은 온실초에게 그날 밤의 일을 이야기하고, 아직도 온실초가 견환을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강제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을 사과한다. 하지만 자신은 여한이 없으며, 온실초가 곁에 있어줘서 행복했다고 전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는지. 온실초는 끝내 미장에게 잘해준 것은 견환 때문이 아니라 자신도 미장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드디어 온실초의 진짜 마음을 확인한 미장은 그의 품에서 편히 잠든다. 황궁에 들어온 이후, 언제 화비에게 죽을지 몰라 떨던 날들과 지위를 회복한 이후에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된 날들, 그리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들을 겪으며 내내 시끄러웠던 미장의 삶은 그제야 조용해진다. 죽기 직전에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둘 사이의 유일한 결실, 정화공주를 남겼을 뿐이다. 미장의 사망 이후, 온실초는 정신이 피폐해진다. 한편, 미장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아는 황제는 죽은 미장에게 '혜비'라는 봉호를 내려준다. 하지만 그 봉호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 미장은 그저 온실초의 앞에 심미장으로 서고 싶었을 것이다. 






황제의 여자로 입궁했으나 다른 이를 사랑하는 남자에게 마음을 줘버린 한 여성, 심미장의 이야기를 다뤄봤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마음을 확인했던 미장과 온실초. 망한 사랑이라 지칭하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겨우 고백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궁핍하면서도, 당시의 상황과 배경을 생각하면 또 얼마나 용기있는 일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한 가지 다행이랄 점은, 결말 부분에서 견환이 정화공주는 사실 그 '존귀'하신 황제의 핏줄이 아니라 한낱 어의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황제가 극대노를 하다 못해 사망까지 해버렸다는 것에서 (물론 직접적 사인은 아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부추겼을 뿐) 이 망한 사랑의 자그마한 위안이 되기도 한다. 황제 입장에서는 남의 핏줄을 친히 입양하고 공주로 세운 것이니 화가 날만도 하지만, 황제가 해온 짓이 있어 다소 통쾌한 마무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완벽히 닫힌 결말로 끝난 인물의 다음을 생각하는 버릇은 없다. 하지만 이런 고장극의 마무리는 대부분 인생의 회한, 무상, 덧없음을 그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주어진 삶들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해피엔딩은 시청자를 만족시키지만, 새드엔딩은 시청자에게 여운을 준다.  그래서 더 미장의 서사가 기억에 남았나보다. 





황태후가 된 견환


76부작을 다 볼 자신이 없다면, 조금 흐름이 끊기긴 하지만 극장판 6부작도 추천한다. 참고로 극장판에서는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이든 견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연히 이 글을 읽을 당신에게도 중국드라마의 매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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