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내스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PD Aug 02. 2021

단계 5의 문화를 만나고 싶다

단계 5의 리더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라는 책에서 단계 5의 리더를 소개한다. 비교 기업군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다. 이들 기업은 단계 5의 리더가 릴레이를 하듯 등장한다. 비교군 기업 중에는 한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성장을 이끈 리더가 이끈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리더가 물러난 후, 그간의 성장을 내놓고 제자리 혹은 그 아래를 향한다. 자신의 재임 기간을 화려하게 장식한 리더를 단계 4의 리더로 구분한다.


단계 5의 리더들은 재임 기간 동안 인재를 찾는데 힘을 쏟고, 그들의 결정을 모아 기업을 경영한다. 이들 리더의 퇴임 이후에도 해당 기업은 인재도 충분하고, 협의를 통해 성장을 이끈 전통은 지속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또 다른 단계 5의 리더의 탄생을 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은퇴 후 단계 5의 리더는 한때 자신이 그들 (후계자들)과 함께 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단계 4의 리더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를 이어나간다. 능력과 시대, 분야 등이 맞아떨어진 그들은 화려한 성공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이끌던 기업의 성장은 전리품이 된다. 은퇴 후의 쇠락은 리더의 능력에 대한 더없이 확실한 증명이 되어준다.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은 무슨 일에서나 설명하려는 이를 힘들어한다. 그저 솔직 담백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의 한 대목이다. 단계 5의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환경이 후계자에게도 필요함을 인지한 반면, 단계 4의 리더는 자신만 누린 듯하다. 영화 '사도'에서 묘사되는 영조는 군왕의 자리의 무게를 세자도 알기를 바란다. 그 마음은 설명으로 이어지고, 답답함은 잔소리가 된다.


단계 4의 리더는 행운아 일지는 모르나, 분명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노력은 당연하고, 재능은 더더욱 당연하다. 누구나 마이클 조단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노력한다고 손홍민이 될 수 있는 이는 손에 꼽힌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영조'의 답답함이 그들의 지도자로서의 성공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코칭은 다른 재능과 노력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단계 5의 리더가 가지는 운이 있다면, 인복이다. 그들에게 노력은 사람을 보는 눈이다. 그들의 탁월함은 올챙이 적 시절에 대한 망각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인복도 많은 만남 속에서 운을 키울 수 있고, 사람 보는 눈은 끝없는 상처를 견뎌내며 현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 시간의 결과다. 인정받고 나면 돌아보고 싶지 않게 되는 초라한 과거와의 공존의 결과다.


말콤 글레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만 시간의 법칙 보다, '문화'의 힘을 이야기하려 한다. 어떤 문화 속해 있는가가 개인의, 혹은 집단의 미래를 좌우한다. 우연히 단계 5의 리더가 등장할 수는 있다.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면 단계 5의 리더는 반복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그런 문화가 가능하다면, 창의성 있는 개인은 날개를 달 수 있고, 조직이나 집단은 지속적 성장을 누릴 수 있다.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부한 인간의 역사는 길어야 백여 년 정도의 연속성만을 보여준다. 역사 공부를 하는 이유 중에는 그 이상을 만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이론이 아닌 현실로서의 문화를 만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 뭘 좋아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