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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Aug 14. 2021

완벽이라는 허상

피해자는 누구인가?

뇌는 신체 에너지의 25%가량을 독식하는 데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절약 모드를 추구한다. 그리고 외부의 결정을 여과 없이 수용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한다. 인간은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려 한다고 칼 세이건은 말한다. 지도자를 완벽한 존재로 만든 뇌의 마술이다. 인간이 신이 되는 순간이다.


영화 브루스 올 마이티에서 신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주인공은 모든 이들의 소망을 들어주기로 한다. 인간 세계는 대 혼란에 빠진다. (영화에서는 로또에 담청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정이다) 신이 존재한다 해도 모든 인간의 모든 소망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인간은 실망한다. 원망한다. 때론 다른 신을 찾거나 창조해 낸다. 신격화된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추락한다. 끝없이. 원망을 넘어선 비난, 저주의 십자기에 매달린다.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한 적이 없었더라도 변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뇌는 희생양을 찾음으로써 합리화에 성공한다. 뇌의 주인은 면죄부를 받아 들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판단은 에너지 효율을 지키려는 관성의 유지로 이어진다. 또 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편안함에 대한 추구는 행동의 반복을 낳는다. 새로운 희생자가 발생한다. 한나 아랜트가 말하는 생각의 무능을 떠올리게 한다.


효율화에 성공한 뇌는 평범한 주변 사람들로 대상을 확대한다. 이미 정해 놓은 모델에 적합한 사람이 발견되면, 즉시 신격화에 돌입한다. 한눈에 반한다는 표현에 걸맞게 처리 속도는 다른 사항을 점검할 수 없게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보면 안보이던 것들이 나타난다. 눈에 거슬린다. 뇌의 처리 시간이 필요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효율성은 분노한다. 감정의 폭발을 일어난다. 사랑에 빠졌던 이에게 눈물로 호소하기도 하고, 분노로 협박하기도 한다. 완벽한 인간으로 살아달라고 주장한다. 이상형으로의 변신을 요구한다.


어느 날 가르쳐준 적이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도 어린 자녀가 글자를 읽는다. 천재이기를 바란다. 최소 영재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어느 날 아이는 실수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뇌 속에는 완벽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망, 분노, 좌절 등의 감정이 올라온다. 글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는 죄인이 된다.  


팬이 된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뉴런 간의 연결이 성긴 영역을 자극하는 스캔들은 부처의 자비심으로 공감해주기도 한다. 다른 이 에게는 사소할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예민한 부분이 건드려지면, 피질은 마비되고, 변연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마녀 재판에 올려지고, SNS 화형이라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게을러지려는 뇌에게 전두엽은 말한다.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아낌없이 쏟아야 한다고. 하지만, 언제 에너지를 사용할 때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두엽의 조언은 공자님 말씀이 된다. 피해자라고 주장함으로써 평화를 지켜내는 길을 택한다.


뇌의 게으름을 탓하기보다는, 게으름을 추구하는 뇌를 다독거리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한다. 한 사람에게 완벽을 기대하지 않도록 딥러닝을 수행한다. 하나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도록 시냅스 간의 연결을 만들어본다.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연결에 성공만 하면, 뇌의 평화는 물론이고, 피해자를 만들 필요도 없어진다. 가장 좋은 이점은 때와 상황에 맞는 좋은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비 오는 아침에 노래를 들려주는 친구도 있고, 여행의 함께할 친구도 있다. 전화기를 들고 수다를 떨 친구도 있다. 술 한잔 하고 싶다고 말하기를 기다려주는 친구도 있다.


팀원 각자는 리더에게 서로 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이상적 리더상을 요구한다. 리더가 분신술을 사용한다 해도 현실화되기 힘들다. 리더에게 팀원이 완벽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조화를 통해 하나 더하기 하나를 둘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라고 주어진 자리가 리더다. 서로에게 최소한의 필요한 요구만 남겨본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위험은 줄어든다. 불필요한 감정적 소비가 줄어들고 더 나은 결과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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