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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Aug 11. 2021

나는 내 기질을 좋아하기로 했다

기질을 알면 편안할 수 있으니까

그분의 서가에서 애니어그램을 발견한다. 일 년여 전, 리더 양성에 초점을 맞춘 기질 테스트라고 소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책에 흥미를 보이자, 가져가라 신다. 귀가 후 책을 훑어 나아가기 시작한다, 5번 유형에 이른다. 줄을 그으며 공부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동안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책 주인의 부자연스러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은 완벽해 보이는 현재를 뒤로 하고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난다.  자신의 기질을 확인한다는 것은, 내비게이션이 GPS를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과 유사하다. GPS가 잡히지 않는 지하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목적지로의 길 안내를 받을 수 없다. 현 위치 파악이 완료되면 비로소 시간이 얼마나 걸리며 어떤 경로가 최적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경로별 특성을 소개하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유명한 초밥 뷔페를 찾아 나선다. 거의 다 왔다는 안내에 당황하게 된다. 주택들만 늘어선 동네다. 다시 주소를 확인한다. 남쪽을 의미하는 "S" 하나를 빼먹은 결과다, 그래도 20분 정도 돌아갈 뿐이다. 기질적 차이는 욕구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만약, 인생이라는 여정을 마칠 때 즈음, 목적지를 잘 못 입력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그래도 열심히 살았어"라는 합리화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난제였다. 재수 시절, 학원에서 만난 강사는 보름 만에 실타래를 풀어버린다. 기질에 최적화된 방식의 학습법을 소개받은 행운이었다.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서,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호기심으로 세상을 분석해가려 한다면 어떨까. 매력이 줄어들고,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답답하지 않을까. 유능한 감독은 거포에게 번트 사인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대타를 내는 편을 선호한다.


한의학에서는 사상 체질을 활용한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그래서 궁합이 맞는 음식이 다르다고 한다. 몸은 체질에 따라 구성 성분이며 동력원인 음식을 달리한다. 기질적 차이는 살아가는 동안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영향을 받는다. 모든 음식을 먹어보면서 적합한 음식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100년을 살면 경험을 통해 패턴을 찾을 수 있을까. 타고난 기질을 확인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 체질을 알면 도움이 된다.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는 기질을 파악하면 좋다. 받아들이면 좋다.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먹다 거부 반응을 경험할 수 있듯이, 어떤 이유로든 타고난 기질과 다른 기질을 선택하고자 하면 정신은 힘들어할 수 있다.


자유를 주기로 한다. 장착된 기질을 사랑하기로 한다. 자신까지 속이는 연기로 살아가기보다는, 주어진 기질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고 만들어가기로 한다. 선택의 폭은 의외로 더 넓어진다. 도착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주변의 나와 다른 기질을 가진 이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들과의 조화로 이뤄낼  미래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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