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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Aug 15. 2021

소프트웨어를 알면 기업의 미래가 엿볼 수 있다

인문학적인 소프트웨어 감각

인문학이 보여주는 미래


시대는 바뀌고 주위 환경도 어지럽게 변하는데 사람의 생각과 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어떤 때는 행운을 만나도 어떤 때는 비운에 울게 됩니다. 다만 대현자가 있어서 시대가 변하는 것을 재빨리 깨닫고, 그것으로 여러 정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내다보아 스스로를 그것을 대응시킬 수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언제나 행운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대 현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간은 언제나 가까운 데 있는 것밖에 보지 못하고, 그 결과 운에 좌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 마키아 벨리의 서신 중에서


마키아벨리는 당파적 성향을 가진 공무원은 아니었다고 한다 성실하며 피렌체의 공익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 유능한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메디치가의 복귀 이후 불운은 연속된다. 자신도 모르게 반 메디치 당파에서 혁명 동조 가능 인물 리스트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수개월간의 수감 생활까지 한다. 피렌체 국정이라는 거시적 직무 수행에서는 현명함을 보인 그였지만, 공무에만 집중해서 일까, 자신을 둘러싼 주변 상황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에게 가까운 것은 피렌체 국정이고, 먼 것은 개인사라고 여겨진다.


백 투 더 퓨쳐에서 미래로 간 마이클 제이 폭스는 스포츠 연감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온다. 미래에 대한 정보는 부자로의 무임승차다. 현자로서 존경의 대상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제래미 러프킨의 소유의 종말, 톰 피터슨의 미래를 경영하라,  앨빈 토플러의 부래 미래 등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는 이유가 설명 가능하다. 저자들은 작은 변화의 불씨가 크게 번질 수 있는가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술한다. 어떤 불씨는 사그라들지만, 어떤 불씨는 산불로 번질 수밖에 없음을 구분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발전은 인간 욕구의 현실화다. 다양한 이유로 펼쳐지지 못하던 욕구가 시대를 만나서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예를 들어 소통에 대한 욕구는, 더 빠른, 더 많은, 더 편리한 기술적 발전을 원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시대가 보유한 기술적 진보를 통합하여 소통 방식의 혁명을 이루어낸다. 인문학과 IT의 교차로에서의 발견이다.  


ICT 혁명에서 소프트웨어의 무게감


지하철에서 고개를 들어 보면,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스타벅스에서는 노트북까지 가세한다. 은행은 건물 일층을 벗어나 스마트폰에 입점한다. 스마트폰은 핸드폰을 조상으로 하지 않고, 컴퓨터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외국계 기업 지사장님은 인터뷰에서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세상에 등장했을 초기에는 소니 등의 TV 생산 업체가 큰 부를 축적했고, 다음으로는 방송국, 이어서는 콘텐츠를 소유한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넘겨받았다"라고 설명한다. OTT 선두 업체인 넷플릭스가 자체 IP (지적 재산권, 자체 콘텐츠, 캐릭터 등)를 보유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다양하고 풍부한 IP를 가진 디즈니가 OTT 사업에 진출하고, 전통적 IP 강자인 HBO도 경쟁자로 나서고 있다. 디즈니는 ESPN,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인수를 통해 IP의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프트웨어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전 세계의 경제, 사회, 문화의 판을 뒤 흔드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미경이 있어야만 확인이 된다. 스마트 폰은 손에 쥘 수 있다. 콘텐츠는 오감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오감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6번째 감각이 필요하다. 지구적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의 거대한 축인 ICT의 미래는 착한 사람에게 보이면 좋겠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감각을 가진 이들에게만 다가간다.


ICT의 본격적 시작은 PC에서 시작된다. 당시 최고의 컴퓨터 회사 IBM이 하드웨어에 집중할 때, 젊은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 PC의 운영체제는 MS-DOS를 거쳐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즈가 지배 종이 된다. IBM은 HP, Del, Compaq, 현주 컴퓨터로 구성된 PC 하드웨어 제조사 중 하나가 된다.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IBM은 새로운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변신을 준비해야만 하게 된다.


초기 모바일 시대의 단말기는 전화 서비스에 최적화된 설계를 가진다.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모바일로 옮겨간 배경에는 스마트폰의 출현이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존재한다. 중국에서는 꾸준히 새로운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다. 반면, 운영체제라는 소프트웨어는 두기업의 독점에 가깝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위권을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영업 이익은 80%가량을 독식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영업 이익 기준).


특별한 소프트웨어는 특별한 영혼을 원한다


CPU, MPU, APU 등의 설계와 생산은 한정적 업체들의 전유물이다(참고로 이들의 개발에도 소프트웨어 기술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가전, 혹은 전자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넘쳐난다. 운영체제나, 서비스 플랫폼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핵심 하드웨어 부품들과 기기들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대규모 서비스 구축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고난도의 소프트웨어들은 다수의 천재적 능력을 지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영혼을 원한다. 그렇기에 극히 일부의 업체들만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평범한 영혼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통한 서비스를 구현은 할 수 있지만, 특별한 소프트웨어는 비범한 영혼만을 요구한다).


아마존이 열어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많은 업체들에게는 꿈의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플레이어는 극히 적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의 설계는 영화 속 천재 해커들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다. 특별한 영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업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다 (영화 속 컴퓨터 천재들의 특별한 개성을 보면서, 지금까지의 조직 문화로는 그들을 담아낼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한다).


아마존을 인터넷 쇼핑 업체라고 보면, 기업 가치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애플을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돈을 버는 회사로 판단하면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카카오 뱅크는 은행인가 플랫폼인가 라는 논란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입장에서 카카오 뱅크는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존의 금융권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다. 카카오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지식을 접목한다.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처럼 금융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는 기존 금융지식을 위협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관건은 카카오 뱅크가 비범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이들을 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느냐다)  


테슬라는 ICT 업체다. 컴퓨터 업체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접근해야 한다. (소니도 완성차 부품 업체의 도움으로 자동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소니는 가전 업체가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양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면, 소프트웨어 업체가 컴퓨터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가전 기기로 조립 한 다음, 여기에 자동차 부품들을 모아서 자동차로 완성한다. 기존 자동차 OEM들은 이와 반대의 접근이다. 자동차를 가전 기기화 해야 하며, 이를 다시 컴퓨터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단차 현상으로 보건대, 제조는 쉽지 않은 영역이다. 노하우가 필요하다. 애플은 기존의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가 있었기에, 아이폰을 출시할 때 이러한 난점을 쉽게 넘어설 수 있었다. 테슬라는 제조 노하우가 부족하다. 기존 OEM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컴퓨터 기술이 부족하다. PC 시장과 모바일 시장의 역사가 되풀이될까. 테슬라의 제조에 적합한 인재를 품어내는 난이도와 기존 자동체 업체가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인재를 담아내는 난이도의 차이가 승부의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 열풍 전부터 서버 컴퓨터 시장의 강자였던 썬 마이크로 시스템은 소프트웨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올린 기업이다. 솔라리스라는 완성도 높은 운영체제를 설계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 언어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한 JAVA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구현해 낸 회사다.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오라클이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에 흡수 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몸 담아본 썬 마이크로 시스템은 하드웨어를 위한 소프트웨어라는 프레임 속에 있는 듯했다.


소프트웨어 감각


뉴턴 시대의 물리학은 관찰이 선행되고 이를 수학으로 정리한다, 아인슈타인 이후로는 인간의 오감을 벗어난 영역이 된다. 영감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수학으로 증명하는 물리학의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방식이다. 일반인에게 상대성 이론은 이해와 망각 사이를 오간다. 양자역학은 이해의 영역이 아닌 익숙해짐의 영역이란다.


ISM 제조업 지수가 경제를 예측하는 좋은 지표라 한다. 그리고 금리 동향도 그러하다. 하나는 제조업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 자본 시장이다. ICT의 영향력은 확장 일로에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표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만들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제조업에서의 벨류 체인이 소프트웨어로 오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의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경제학자들이 결국에는 지표를 만들어내고야 말겠지만, 그렇다 해도 투자자는 그 지표를 해석하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 지표 해석의 차이는 흔한 일이다).


워런 버핏은 생활 속에서 접하는 기업,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할 때 수익성이 높다고 한다. 어느 50대의 성공한 투자자이며 경제 전문가는 카카오의 급 상승을 보면서 포트 폴리오 안에 담아 놓지 않았음을 아쉬워한다. 늘 사용하지만, 잘 아는 기업이 아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단다. ICT 기반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아는 듯 하지만, 잘 와닿지 않는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발자는 눈앞에 놓인 알고리즘과 자료구조 등에만 매몰되기 쉽다. 그래서 간혹 사용자를, 사람을 잊곤 한다. 소프트웨어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는 기획자, 서비스 개발자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사업을 일궈내기에도 투자할 기업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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