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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Aug 21. 2021

소프트웨어 시대의 경제적 해자

정답은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진행 중이다. 백 년도 안 되는 과거에는 영토 분쟁의 형태였다. 21세기인 지금은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주도권 다툼이다. 중국은 승리를 위해 구글, 애플 등의 ICT 첨단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 밸리 점령을 시도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빼내려는 시도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오픈 소스 진영은 소스 코드를 공개한다. 최근 오픈 소스 진영과 대척점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이러한 흐름에 합류한다. (이후, 옛 영광을 되찾고 있다.) 소프트웨어 설계도는 더 이상 산업 스파이의 목숨을 요구하지 않는다.


레고 LEGO 가 최고의 선물이던 어린 시절, 밤 잠을 설쳐가며 주어진 설계도에 따라 만들기를 반복한다. 블록들에 익숙해지고 나면 설계도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블록들의 조합을 탄생시킨다. 레고 블록을 만든 이들이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이폰을 만든 잡스가 지금의 다양한 앱들을 보게 된다면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소프트웨어의 마법을 통하면 주어진 하드웨어, 기존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Real Time (절대적 시간이 아닌, 사용자의 기다림 없이 원하는 응답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지구 상에 내놓을 수 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가 24개월에 2배가 된다는 예언이다.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에게는 2년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학습하는 새로운 강자가 끊임없이 탄생한다. 성능 업그레이드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언론에 나오는 뉴스는 속보라도 과거에 속한다. 지적 재산권의 대상이 아니다. 소스 코드 역시  과거다. 뉴스 속에 담긴 의미 파악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소스 코드도 미래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도움을 준다. 통신망 사업자, 인터넷 쇼핑몰, 반도체 회사들 중에는 ICT 강자가 되기 위해 때론 세간의 주목을 받는 ICT 업체를 인수한다. 그리고 잊히기도 한다. 설계도를 통째로 구매할 수 있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지식이, 정보가, 노하우가 경제적 해자가 되어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한다. 집단 지성의 힘으로 업그레이드 도모한다. 위키 피디아의 집단 지성과 궤를 같이 한다. 대인 관계에 서툰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도 온라인에서의 소통은 원활하다.


트럼프 시대의 반 이민 정책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지키고,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결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빅 테크 기업들은 적극적 이민자 유치를 주장한다. 이질적 문화를 가진 이들의 합류는 소프트웨어에게는 비타민이며 자양 강장제다. 일본이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고, 미국이 첨단 기업의 요람이 된 배경에는 밖으로의 열린 문화가 있다. 중국이 중원을 제패하던 시절, 중화를 통해 타민족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전통이 지금의 중국에도 흐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 미중 패권 전쟁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답이 없는 세상이다.


정치, 군사 천재라 불리는 카이사르에게 전략 전술 교본을 부탁한다면, 전쟁터를, 혹은 정치판을 보여 달라고 요청할 거라고 묘사한다. 단 10년 만에 상황에 맞춘 창의적 전략 전술로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그이기 때문이란다.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교본을 구하려 하면 사기꾼과의 만남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초식을 배우고 익혀라, 그리고 잊어라" 성룡 이연걸 주연의 영화 포비든 킹덤의 대사다. 잡스의 "Think Different"가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핵심 팁이다. 투자자라면 관리 능력이 뛰어난 기업보다는, 리더가 신선한 충격 속에서 나날을 보내야 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주입식 교육 속에서도 세계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리더가 충격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갖춘다면 ICT에 필요한 경제적 해자는 완공일만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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