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경제
실물 경제(mail street)의 위기와 금융(wall street) 위기는 천둥과 번개처럼 인과관계를 가진다. 하나의 위기는 반드시 다른 위기를 동반한다. 신용 창출은 인류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성장의 마법을 선사한다. 빛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투자 실패는 부실 채권으로 이어지고, 금융권의 부실은 채권자(저축 혹은 투자자)들의 동시 다발적 인출 요구 (Bank Run, Fund Run 등)를 유발한다. 신용은 경색되고 기업의 투자 위축, 고용 축소가 잇따라 발생하면 가계 소비의 감소로 귀결된다. 소비 감소는 생산 투자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연결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재정 정책이 실시된다. 고용이 살아나면 소비가 힘을 얻고 경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랜드 캐년 정도의 깊은 골을 가진 경제 위기에는 세계 2차 대전 수준의 블록 버스터급 고용과 소비 증대를 필요로 한다.
1920년대 자본의 힘을 등에 업은 기술 발전은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을 쏟아낸다. 풍요로운 미국 경제는 고가의 소비재 판매를 위한 할부 금융을 시작한다. 할부는 소유권을 넘겨받은 후 가격을 나누어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가계의 대출은 주택과 토지 구매에서 머물렀지만 신용의 마법이 소비재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신용은 주기적인 경제적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대공황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장기 공황이라고 한다.
1970년대는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닉슨 쇼크(금태환 포기), 그리고 원유 소비량 증가와 중동의 위기 등의 합작품인 유가상승은 물가 상승을 촉발한다. 소비자 물가 상승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기업의 투자도 멈춘다. 중앙은행의 고 금리 카드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게 했을지라도, 기업의 투자 심리는 위축된다. 소비자들의 삶은 추락한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시대적 배경이다.
미국 GDP에서 가계 소비의 비중은 70%에 이른다.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한다. 한국의 저출산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한다는 논리다. 미국은 지속적 이민으로 인구 증가를 보여준다. 인구가 증가해도 가계당 소비 능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저개발 국가가 겪는 함정에 빠진다. 고용 안정과 소득 증대가 가계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노후 대비도 이에 포함된다.
ICT 투자는 인건비다
하드웨어 산업은 설비 투자, 원자재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ICT 산업의 주요 투자 대상은 사람이다.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이를 통한 창의적 서비스 론칭의 필요성은 높은 임금 수준의 고용을 지속적으로 촉진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높은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온다. 실리콘 밸리, 어바인,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 주요 ICT 기업이 자리한 지역의 경제 성장은 주목할만하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교통량이 거의 없는 다리를 건설하기도 한다. 투자금은 경제를 이탈하여 다리가 된다. ICT에의 투자는 인건비다. 때론 교육이기도 하다. 투자의 소비로의 연결성이 높다. (덤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구독 경제
음성, 영상 편집을 위해 프리미어를 사용한다. 매달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다. 테슬라는 자율 운행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발표한다. 스트리밍 업체는 월간 구독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취한다. 게임 소프트웨어들은 무료인 경우가 많은데, 수익은 아이템 판대로 이루어진다. 사용자는 최신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업그레이드받을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받는다. 공급자는 사용자와의 연결 고리를 이어가면서 취향, 패턴 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여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정 고객화를 통한 안정적 매출을 추구한다.
ICT의 발전으로 구독 서비스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다. 완성차 업계들은 금융업체와 함께 랜탈이나 리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쇼핑 업체들은 빠른 물류를 약속하면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다. 장난감 대여 서비스도 구독 서비스 형태를 취한다. 판매를 통한 일시적 수익보다 꾸준한 소비자와의 연결이 시대의 화두가 된다.
가계 부채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 위기는 일부 채무 탕감과 채권 발행으로 고비를 넘긴다. 기업의 부도는 채권 발행이나 인수 합병 형태로 한숨을 돌리기도 한다. 금융 위기로 이어진 도화선을 끊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국가나 기업의 부채 위기는 충격이 적지 않지만 추락으로 이어지는 않는다. 일부 가정의 파산은 구제의 길이 열려 있다. 동시에 일어나는 다수 가계의 부채 위기는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채권을 국가에서 매입한다.)
할부 방식은 소유권을 제공한다. 구독 서비스는 사용권을 제공한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소득이 끊기거나 줄어든 소비자는 사용권을 포기하면 된다. 소유권은 판매를 하지 않으면 지속적 지출을 강요당한다. 할부는 가계의 부채가 되고,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경제 위기의 골은 더 깊어진다. 사용권 포기는 즉각적 소비 금액 변경이나 소비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으로의 위기 확산의 가능성을 낮춘다.
재택근무
18세기 초만 해도 영국의 시계들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었다고 한다. 기차가 대중교통으로 발전하면서 표준화된 전국적 시간표를 필요로 하면서, 영국의 시계들은 동기화된다. 출퇴근 시간은 많은 노동자들이 모여서 기계 앞에서 동시에 작업을 해아만 하는 산업 사회의 산물이다. ICT 기업의 구성원들은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서로 간의 조율이나 집단 지성이 필요할 때만 회의를 하면 된다. 통신 기술의 발전은 온라인 화상 회의의 시대를 연다. 코로나는 재택근무의 효용성을 확인시킨다.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되면서 교통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으며 주거의 형태도 변화를 맞이한다.
미국의 각 주들은 대체로 확연한 정치 색을 드러낸다. 2020년 선거에서 몇몇 주들은 지지 정당의 변화를 보여준다. 거주자들의 생각의 변화가 아닌 구성의 변화가 핵심이라고 한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다수의 ICT 인력들은 실리콘 밸리의 살인적 주택 가격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넓은 공간으로의 이동을 선호한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주어진다. 부동산 수요 공급이 분산되는 현상을 보인다.
소비 탄력성을 이끄는 ICT
가정 경제로 침투한 신용 시스템은 위장된 풍요를 가져다준다, 인간의 본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IoT 기술의 발전은 고가의 소비재 '소유'를 '사용'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고용 탄력성과 가정 경제의 안전성은 경제 건전성에 필수적이다. 물과 기름 같던 두 목표다. 소득의 탄력성에 연동하는 소비 탄력성을 생각해 본다. 기술의 진보가 경제 위기의 골을 매우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