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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Aug 30. 2021

공룡이 된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 전략

SOFTNESS 가 생명인 SOFTWARE

소프트웨어는 단어 그대로 SOFTNESS가 생명이다. 표준화,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 직원들 간의 시간적 공간적 동기화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무덤이다. 썬 마이크로 시스템과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개발 진행을 앞 당겨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서장은 전화기를  든다. 잠시 통화가 이어진 후, 개발자가 난색을 표하며 안되다고 잘라서 말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 엔지니어들은 원했지만 상상할 수 없었던 문화에 말을 잊는다.


미국계 회사의 실리콘 밸리 본사에는 한국인 개발자가 있었다. 체력이 약한 그녀의 근무 환경은 쿠션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공간은 커튼으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언제든 피곤하면 쉬어가면서 업무를 수행한다. 상호 합의한 시간 내에만 주워진 개발을 마치면 된다. 출퇴근 시간은 형식적일 뿐이다. 회의라기보다는 브래인 스토밍을 위한 시간, 공간의 공유를 위한 조치다.


실리콘 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도 공룡화의 길로 접어든다. 바다를 시원하게 달리던 요트가 유유히 항해하는 항공모함이 된다. 조직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의미하지만, 무거운 조직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복잡한 기업 구조와 내규 등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숨 막히는 환경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직의 경직이 가져오는 부서 간 소모적 경쟁으로 인한 추락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난제를 극복하는 기업만이 지속적 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구글은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한다. 이스라엘 투자 회사 직원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텔아비브의 구글 R&D 센터는 연구보다는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혹은 인수 조직이다. 구글 맵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이 있으면서도 이스라엘의 웨이즈라는 내비게이션 업체도 인수한다. 테슬라도 물망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유튜브의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유연성을 외부로부터 수혈받는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서비스를 확충한다. 내부적으로는 운영체제 등에 집중하면서, 외부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앱을 공급받아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애플은 외부로 문을 여는 방식으로 신선한 소프트웨어를 수혈받는다. 열린 문안에는 구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분사라는 정책을 활용한다. 소규모 스핀 아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빠른 의사 결정과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자회사를 가지게 된 배경이다. 산업 시대의 트라우마로 좋지 않은 시선이 있기도 하다. 겉모습은 유사해도 내용은 사뭇 다르다.


뛰어난 개발자를 모을 수 있는 동력은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독특함을 담아낼 수 있는 기업에게 소프트웨어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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