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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Sep 25. 2021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위한 최적의 랜트카 보험

랜트카 회사는 금융업자다

맥도널드를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전시킨 레이 크록은 텍사스 대학의 강연에서 "난 햄버거 장사가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한다."라고 말한다. 렌터카 예약을 할 때면, 이 회사들이 차량 임대업자인지 금융업 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대형 승용차 기준으로 보면, 전체 랜트카 비용의 반 정도가 보험료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진행하다 보면, 특가를 외치던 렌트비가 보험료를 만나 치솟는 숫자는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차량 렌트비가 낮을수록 보험료의 비중은 높아만 간다.


랜트카 사무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직원들은 금융업 종사자답게 적극적으로 보험 가입 권유한다. 유능한 데스크 직원은 가입한 보험을 다시 가입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낮 시간대에 도착하는 국적기는 짙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살 아래로 승객들을 내놓는다. 10시간여의 비행과 8시간의 시차로 정상이 아닌 정신 상태와 영어는 호갱이 될 뻔 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후 지인들에게 랜트카 회사 데스크에서 "No, Thanks"로 일관하기를 권한다. 간혹 한국의 하이패스에 해당하는 EZ PASS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만 "EZ PASS"라고 말하면 된다. (EZ PASS는 다음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봄기운이 무르익던 5월 초, 겨우내 쌓인 눈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남쪽으로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West Gate 앞 Visitor Center의 드넓은 주차장에는 일행들의 차량 3대 정도가 주차되어 있었다. 웬일인지 일행 중 한 분의 랜트카와 가로 등이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행에는 지장이 없는 경미한 사고였다. 사고 발생 경위와 상관없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고 알려드리니 표정이 회복되는 듯했다. 여행자는 사소한 사고로 설렘을 망쳐서는 안 된다. 잘 가입한 보험은 비용 절감도 가능하게 하고 여행의 흥도 지켜낼 수 있다.


첫 출장 때는 인터넷을 통한 랜트카 예약이 원활하지 않았다. 현장 데스크에서 랜트를 진행해야 했고, 출장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모든 보험을 선택했다. 모두 "YES"라고 대답한 셈이다. 영수증으로 실비 정산을 하는 출장비 지급 시스템이라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었다.. 개인 여행 때는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렇게 차곡차곡 배운 내용들이다.


먼저, 보험의 이름부터 알아야 한다. 한국어로 된 보험도 한자어가 많다 보니 이해하기 힘들다. 영어로 된 금융 언어들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번역기를 돌리면 신기한 한국말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다행히 잘 정리해둔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개념을 차츰 이해하게 된다.


▲ LI : Liability Insurance 최소한의 의무적인 대인(對人)/대물(對物) 보상에 관한 기본적인 책임보험


▲ LDW = CDW : Loss(Collision) Damage Waiver 대여차량의 손해 발생 시 그 책임을 면제해 주는 일종의 자차(自車) 보험의 성격.


손해에는 차량 수리 기간 동안 발생하는 영업 손실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도난에 대한 보상도 포함되는데, 경우에 따라 별도의 보험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앞 유리창 파손에 대한 별도 상품을 구분하기도 한다. 가장 비싸고 복잡하다. 다른 보험은 몰라도, 이 부분은 매번 자세히 읽어 보게 된다. 보험상품별로 내용의 차이가 많다.


▲ ALI = LIS : Additional Liability Insurance 책임보험의 보상한도를 확대해주는 일종의 추가 대인/대물 보험


▲ PAI : Personal Accident Insurance 자신과 동승자의 신체상 부상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자손(自損) 보험의 성격


▲ PEP(C) : Personal Effects Protection(Coverage) 차량 내 개인 휴대물품에 대한 도난 혹은 손실을 보상을 해주는 보험



여행자 보험과 PAI, PEC


한국에서 가입하게 되는 일반적인 여행자 보험은 운전 시 발생하는 신체 상해에 대한 보상도 포함하고 있다. 슈트 케이스 파손이나 핸드폰 등 개인 소지품의 분실, 도난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여행자 보험을 가입할 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확인한다. 말 한마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투어를 위해 현지 여행사와 카톡으로 가격 흥정을 하고 계약을 한다. 여행 6개월 전에 합의한 가격을 출발 일주일을 남기고 오리발로 일관한다. 카톡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보내자 공손한 태도로 조금만 가격을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그 이후 대부분의 상담은 카톡으로 한다. 회사의 이익과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녹취를 한다는 사측에 대해, 고객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로서 유효하다.


미국 현지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경우


미국 파견 근무 당시에도 여러 차례 랜트카를 이용했다. 출장도 있었고, 단체 여행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 차량을 소유하면서 가입한 보험이 있어서, LDW (=CDW)만 가입하면 됐었다. 다른 보험은 기존에 가입한 보험에서 커버가 됐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보험


최근에는 랜트카 회사의 예약사이트보다 중개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회사도 금융업체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자체적으로 보험상품을 만들어 제공한다. www.rentalcars.com 같은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예약 마무리 부분에 이르면, 하루에 일정 금액을 더 지불하면 LDW (=CDW)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체크 박스가 보인다.


이때 꼭 살펴보는 사항은, 최대 보장 금액과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분담금의 액수다. 분담금이 높이면 보험료는 낮아진다. 최대 보장 금액이 높아지면 보험료도 상승한다. 여행 기간이 길수록 분담금을 높인다. 보험료는 일 단위이기 때문에 긴 여정인 경우 보험료에서 절약한 비용과 사고 시 분담금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형차량을 랜트하는 경우에는 최대 보장 금액을 낮춘다. 수리비는 차량 가격과 어느 정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꼭 확인해 보는 사항이 있다. 사고 시 비용 처리 방식이다. 사고 발생 시 렌터카 회사에서 일괄 처리하고 고객에게는 분담금만 청구하는 방식이면 영어 배틀을 피할 수 있다. 반면, 랜트카 회사는 고객에게 수리 비용 전체를 청구하고, 고객이 보험사로 청구해야 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다행히 www.rentalcars.com 등의 대형 다국적 기업은 한국인 상담원을 배치해 둔다. 불편한 점은 오랜 대기 시간과, 상담원들이 교포라는 사실이다. 운이 좋을 때는 이민 간지 얼마 안 된 한국인의 목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들려온다.   


보험 패키지 상품


긴 로드트립 기간 동안 최고의 승차감을 안겨준 미니밴 모델은 Toyota Sienna다. 알라모 랜트카에서만 랜트가 원활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알라모 사이트를 부지런히 방문하기도 했다. 보험 패키지의 가성비도 이유였다. 호기심에 www.alamo.com으로 접속하면 가성비 패키지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www.alamo.co.kr로 들어가야만 패키지 상품이 나타난다.  


랜트카 중개 사이트들도 패키지 형태의 보험 상품을 제시한다. 물론 선택 순간 전체 보험료는 급등한다. 처음부터 보험 상품을 포함한 가격을 제시하는 착한 업체들도 있다. 신생 랜트카 회사나, 중개 사이트들은 저렴한 보험 상품으로 고객을 모은다. 손품을 부지런히 팔면 혜택을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다. 신생 업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google.com에서 영어로 검색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usa rental car로. 보통 10번째 페이지쯤에 등장한다.    


여행 중의 즐거움은 차종 선택이 좌우한다. 여행 후의 추억은 최적의 보험 선택으로 지킬 수 있다. 넘치는 예산으로 준비하는 여행이라면 과감한 보험 투자를 하면 된다. 경비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번역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금융업체의 페이스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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