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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Sep 29. 2021

랜트카 예약의 추억 여행

가성비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이야기

로드 트립은 높은 창을 가진 카페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이야기가 된다. 문득 끊어진 대화에 고개를 돌려보면 고개를 떨구고 목베개에 기댄 말동무가 있다. 차 안 7명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마저 귓가를 떠난다. 차의 등속도 운동은 자율 운행 모드와 다르지 않다. 도로 주변에는 이곳에도 생명이 있음을 일깨우는 덩굴들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저 멀리 소실점 너머로 끌려들어 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함이 흐른다.   


무한일 것 같던 시간은 타이어 펑크를 만나고 막을 내리기도 한다. 백여 대를 렌터카 했지만, 운행 중 엔진계통의 문제로 난감했던 적은 다행히도 없다. 새로운 경험과 만남을 남긴 후, 차는 다시 척박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흐른다. 


랜트카 회사별 차량 상태


제1군에 해당하는 hertz나 Avis 등은 10000 mile 이하의 주행거리를 가진 차들을 대여해준다. 2군에 해당하는 Alamo, Dollar, Budget, Sixt, Enterprise 등은 2~30000 mile를 달린 차들을 배정하기도 한다. 3군의 경우에는 10만을 넘지는 않지만 상당한 주행거리를 가진 차들을 제공한다. 1, 2군의 회사들은 대체로 Full Option 차량이다. 이하의 회사들은 복불복인데, 극복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차량을 선택할 때 부지런히 살피고 고르면 성공적인 여행의 동반자를 만날 수 있다.


실비 정산 출장인 경우에는 고민 없이 Hertz로 한다. 단체로 여행을 떠날 때는 2군에서 선택한다. 1군과 2군의 렌트비(이후 렌트비는 보험을 포함한 가격이다.)는 두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3군을 선택하는 경우, 비용 절감에 대한 대가는 카오스다. 비행 후유증, 낯선 땅, 그리고 영어 울렁증은 강력한 중력이 되어 랜트카 사무실과 주차장의 공간을 이리저리 굽이치게 만든다. 돈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지켜내야 할 때다.


랜트카 고체


가족 여행 때는 한대의 차만 선택하면 된다. Advantage라는 3군의 렌터카 업체로 예약을 한다. 2주에 가까운 일정임에도 타사 일주일 렌트비를 약간 상회한다. LA 공항에서 렌터카 셔틀을 기다릴 때는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했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셔틀 운행 횟수도 적고, 타 랜트카 회사와 공동 운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직원이 지키는 작은 데스크에서 배정받은 차의 옵션과 주행거리가 눈에 거슬린다. 주차장의 거의 모든 동급 차량을 살핀 후, 데스크로 향한다. 차량 번호를 말하고 교환을 요청하니 새로운 키를 내어준다.


180명의 일행보다 며칠 앞서서 LA에 도착한다. 랜트카 회사에서 배정한 차량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날, 공항 인근을 지나는 길에 다시 한번 들린다. 마음에 드는 동급 차량을 확인한다. 사무실로 들어가 차량 교체를 요구하자 특별한 코멘트 없이 차량을 교체해준다. (이때 주의 사항은 기름을 풀로 채운 상태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싼 기름값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동일 지역 내 픽업 장소 선택


맨해튼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을 위해 JFK공항에 내린다.  맨해튼 시내에서의 운전은 욕을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고, 주차비용도 상당하기에 시내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랜트는 학회를 마친 후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 하기로 한다. 주변을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JKF공항은 공항 이용료 등으로 가격이 높고, 맨해튼 시내는 높은 부동산 가격을 반영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newark 공항이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미국 동부는 주요 공항과 인근 공항 혹은 시내 랜트카 사무실 간의 가격 차이가 제법 발생한다. 반면 미국 서부는 메인 공항과 시내 혹은 소규모 공항 간의 렌트비 차이가 거의 없다.


랜트 기간


일반적으로 일주일을 랜트하면 5일 치 랜트 비용만 청구된다. 보험은 7일 치이지만. 한 달을 랜트하면 3주 렌트비 정도가 청구된다. 하나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은 랜트 시작과 반납 시간이다. 24 시간이 하루로 책정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낮 3시에 도착하고, 출국이 밤 11시 비행기라면, 랜트 시작 시간은 늦어도 5시가 되고  반납 시간을 8시 정도가 된다. 3시간을 위해 하루치 렌트비를 더 지불해야 한다. 항공 스케줄을 잡을 때, 여행 일정을 잡을 때는 이러한 부분도 고려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는 여정은 만 8일이다. 79명 중 미국이 처음인 분들이 대부분이다. 일방통행과 언덕, 그리고 일단정지와 시내 노견 주차는 여독이 풀리지 않은 운전자들을 멘붕에 빠뜨린다. 그래서 선택한 버스 투어. 버스 두대와 가이드 두 분을 섭외한다. 10대의 렌터카 하루 비용과 차터 여행의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 공항에의 입국 수속 이후 렌터카 사무실에서의 소요 시간 없이 거대한 짐을 싣고 금문교로 향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린다. 가이드 복은 운명의 영역이다. 


운행 거리 제한


unlimited가 대부분이다. 미국 서부에서 내비게이션은 간혹 직진 100마일 이상을 안내하고 침묵 모드다. 랜트카 업체는 이런 환경을 반영한다. 벨기에에서 랜트한 차는 주행 거리 제한이 있었다. 독일은 없었다. 운행 거리 제한은 생활 반경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은 꼭 한다. 차를 반납할 때 요금 폭탄은 피해야 한다.


픽업 Pickup과 반납 Dropoff 장소가 다른 경우


LA에서 시작된 여정은 6000Km 이상을 달린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픽업과 반납 장소의 달라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렌터카 회사의 규정을 살펴보니, 캘리포니아 전역과 네바다는 하나의 구역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픽업한 차량을 LA에서 리턴해도 추가 비용은 없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한 일정은 옐로우스톤, 밴쿠버를 거쳐 시애틀에서 끝난다. 렌터카 회사는 3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노하우가 부족했던 시절이다. 검색 능력이 높아지면 추가 비용을 절약하는 특가를 찾아내고야 만다. 맨해튼에서 시카고로의 일방향 일정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행운이 따른다.


어느 사이트를 이용할까


본격적 가격 비교를 시작된다. 한눈에 모든 특가를 보여주는 사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근과 끈기, 여행에 대한 열정으로 최소 10여 개의 사이트는 방문한다. www.Hertz.com이나 www.Avis.com에서는 최고가를 확인할 수 있다. www.Alamo.co.kr, www.dollar.com 그리고 www.sixt.com은 프로모션 특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방문한다. 간혹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보여주지 않는 보험을 포함한 특가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가격 비교 사이트도 비교 대상이다. priceline.com이나 hotwire.com은 랜트카 업체를 숨기고 특가를 제시한다. 복불복이니 알아서 하라는 방식인데, 보험료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다. 나름 내린 결론에 따르면 신생 업체가 가장 저렴하다. www.rentalcars.com도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최저 가격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저 가격을 보장해준다고 하는데, 랜트 및 보험 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임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미국 동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www.carrental8.com은 보험료 등의 패키지를 깔끔하게 제시한다. 모바일용 앱이 없다는 점에서 신뢰가 생기지 않아 고민을 하게 만든다. 10% 정도의 선금을 결제하는 방식인데, 취소 시 환급에 문제가 없어 보여서 13대를 예약한다. 그리고 메일을 받는다. 정상적인 예약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란다.


담당자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채팅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진행되던 중, 카카오 톡으로 대화를 나누자고 한다. 한국 사람이냐는 질문은 인지상정. 처가가 일산이라고 한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13대에 대한 예약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물론이고, 담당자는 dollar에 연락을 해서 준비를 철저히 시켜 놓겠단다. 맨해튼에서 픽업한 차에 찍힌 주행 거리는 8마일이었다. 아쉬운 한대를 제외한 전 차량이 신품이고 full option이다. 여행을 준비하다 우연히 찾아오는 만남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코로나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여정은 www.happytourusa.com을 통해서 예약을 진행했었다. 신생 업체임이 뚜렷하고, 스페인어가 난무해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반면 8인승 대형 SUV 가격이 너무나도 착하다. 가격에 끌림과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장점으로 예약을 진행한다. 그리고 받은 예약서에는 dollar라는 렌터카 업체의 예약 번호가 보인다. www.dollar.com을 방문해서 예약 번호를 입력하니 예약 상태가 선명하게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험에 대해 dollar에 문의하니, 예약 사이트에 문의하라고 한다. happytourusa로 문의를 하니 보험에 대한 상세한 정보 문서를 메일로 보내온다. 여행이 코로나로 무산된 후 , happytourusa 측에서 코로나로 인해 자동적으로 취소가 되니 원하느냐는 메일을 받게 된다. 아쉬운 마음으로 최소 버튼을 누른다.


지불 방식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회사들은 예약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hotwire나 priceline은 특가를 내세우면서 전액 선결제를 요구한다. 취소와 전액 환불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 취소 보험을 가입하라고 한다. 확실히 금융회사다. 그 외 업체들도 no show 발생이 많았던지 최근에는 선금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경우 취소 시 전액 환불은 가능하다. 때론 전액 선결제 조건으로 제법 큰 디스카운트를 제시한다.


다수의 차량을 랜트할 때


179명을 위해 27대가 필요하다. 아시아나 항공과 대한항공으로 나뉘어 도착하는 일행들은 약 한 시간 간격으로 LA 공항에 도착한다. 일상적인 셔틀 운행으로는 179 명이 랜트카 사무실로 이동하는데도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데스크에서의 27대에 대한 서류처리 또한 많은 시간을 요한다. 안 되는 영어지만, LA 공항 사무실에 전화를 하게 된다. 거의 동시에 도착하는 일행을 위해 셔틀 특별 운행을 부탁하고, 데스크에 직원들이 최대한 많이 근무해주기를 부탁한다. sixt의 매니저는 모든 데스크를 오픈하고, 대형 셔틀버스를 운행해준다. 27대의 미니밴은 일사불란하게 주차장을 벗어난다,


출발


비행기 이륙 후 항공권 구매 가격을 오픈하는 이벤트를 하면 어떨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승객과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승객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 부산행의 좀비가 승객들 마음속을 휘젓고 다니고 있지 않을까. 회사에서 연봉에 대한 비밀을 지키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평화를 위한 조치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가성비 여정은 설렘의 시작이다. 숫자와 계약 조건 너머로 미국 서부의 도시와 국립공원은 물론 한국이라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도 남음직한 버려진 땅들이 드러난다. 미국 서부는 영화 라따뚜이의 음식 평론가 안톤 이고의 소울푸드 라따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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