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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Oct 21. 2021

샌프란시스코 드라이브

미국 서부 도시들을 차로 누비다

언덕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미시즈 다웃파이어, 더 락, 나인 먼스, 인사이드 아웃 등 수많은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준다. 케이블카는 가파른 길을 힘겹게 오르내린다. 정상에 다다르면 금문교와 베이 브릿지가 걸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만의 잔잔한 바다와 항공모함처럼 떠 있는 알카트라스 섬이 펼쳐진다. 낭만은 승객의 몫이다. 좁은 길과, 자칫 방심하면 자동 미션임에도 뒤로 밀림을 걱정해야 하는 경사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일방통행은 드라이버의 몫이다. 슈퍼 듀퍼 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견 주차 표지판의 암호 해독이 필요하다. 주차 미터기와의 씨름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서부 도시 중 가장 난 코스는 샌프란시스코다. 맨해튼에 비하면 천국이지만.


STOP 표시판


유니온 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다운 타운을 벗어난 골든게이트 파크 인근은 차량 흐름이 적은 주거 및 소규모 상가 지역이다. 여기서는 STOP 표시판이 신호등을 대신한다.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천천히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통과하다 보면, 어느새 경찰 앞에서 STOP 표시판을 보면 이유 불문하고 정지해야 한다는 영어 청취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인생 첫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앞두고 던진 회사 선배의 첫 번째 가르침이 STOP 표지판이 있는 교차로 통행법이다.


골든게이트 파크를 향한다. 사거리 모든 방향으로 STOP 표시판이 서 있는 교차로에 다른 차량과 거의 동시에 정차한다. 눈치 작전이 벌어진다. 교차로에 정차한 순서대로 통과해야 하는데, 비디오 판정이 필요할 정도다. 다행히 마주 오던 운전자가 수신호를 보내온다. 드론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일단정지와 교차로 통과 일지 모르지만,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진땀 나는 순간이다.


다시 한번 STOP을 만나 정차를 한다. 이번에는 웬일인지 교차로를 가로지르는 차들이 정차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표시판을 보니, 2-WAY STOP이라고 적혀 있다. 가로지르는 차량 앞에는 STOP 표시가 없다. STOP 표시판을 마주한 차량은 가로지르는 차량을 피해 순서대로 교차로를 통과하는 묘기를 펼쳐야 한다. 간신히 골든게이트 파크에 도착한다. 구불구불한 공원 도로는 STOP 신호로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언덕에 조성되어서 일까.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보다 정겹다.


금지 표시가 없다면


법으로 금지하지 않았다면,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다. 허가되어 있지 않은 일이라면 하지 않아야 하는 한국의 교통 법규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좌회전, 유턴이 금지되어 있지 않을 때 고민스러워진다. 뒤차들의 클락션 소리에 놀라 결단을 내리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시내 주차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날밤. 정오에 도착하고 낮동안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을 텐데도 일행들은 야경을 보러 나가자고 한다. 차를 몰고 야경 포인트인 코잇 타워 Coit Tower를 향한다.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이 없다. 적당히 주차를 한다. 야경을 즐기고, 서늘한 샌프란시스코의 저녁 날씨를 피해 카페로 향한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차로 돌아오니 어김없이 주차 위반 티켓이 앞유리에 끼워져 있다. 


노견 주차 장소를 찾아 헤맬 때, 넓은 공간이 비어 있으면 의심부터 든다. 아니나 다를까 경계석이 빨간색이다. 정차조차도 불법이다. 노란색은 짐이나 승객의 승하차 정도만 허용된다. 녹색 주차 표시판에는 법조문을 방불케 하는 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 허용 혹은 금지 시간대가 표시되어 있다. 요일별로 상황, 최대 주차 허용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흰색은 만난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72시간 주차가 가능하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음식점 앞에 주차를 한다. 주차 미터기가 요금 지불을 요구하는데, 주머니에는 동전이 없다. 가게에 들아가 영어 단어들을 나열하고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한다. 스탠퍼드 대학 내 로뎅 미술관 앞에서 주차를 할 때는 일행들이 주차 시스템을 집단 지성으로 해독해야만 했다. 그래도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시내에서 가장 안전한 주차 방법은 주차장 이용이다. 노상 주차를 했다가 짐을 털린 지인들이 있다. 가성비를 기준으로 렌터카를 선택해온 덕에 험한 일을 아직 경험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주차장 앱들이 생겨서 편리해졌다. 피어 39 앞에 주차장 가격도 확인이 가능하고, 다운타운의 주차장별 비교도 가능하다. 아침 이른 시간에 주차를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early bird 주차 혜택도 확인할 수 있다. 다운타운이나 관광지에서는 돈으로 안전과 편리함을 확보한다.


도심 우범 지역


LA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숙소를 향한다.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고, 쇠창살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교차로에 정차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검은 물체가 앞유리에 붙는다. 그리고 검은 걸레로 유리창을 닦기 시작한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어서 서서히 후진한다. 검은 걸레의 주인은 차에서 떨어져 준다.


산호세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스퀘어로 향하려면, 4번가 출구를 이용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마켓 스트리트 남쪽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다. 선배가 마켓 스트리트 남쪽에는 가지 말라고 한 조언을 실감하게 된다. 


고속도로 진입 레이싱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앞서가는 차를 보면서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빨간 불일 때 정지선에서 대기하다가, 파란불이 되면 F1 레이서 기분으로 고속도로로 올라타면 된다. 미국 현지인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진입 차량을 조절함으로써 고속도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란다.


운전면허 시험


자동차 보험료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미국 운전면허를 취득하러 DMV로 향한다. 성실한 동료는 시험공부를 하고 나섰지만, 한글로 된 시험이라는 정보를 들은지라 부담 없이 나선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선거 투표실 같이 생긴 공간에서 열심히 찍어 내려간다. 직원의 즉석 채점이 이루어진다. 결과는 낙방. 직원으로부터 의외의 말을 듣게 된다. 채점한 시험지를 주면서 다시 투표실로 가서 공부하고 오란다. 훑어보고 직원 데스크로 간다. 새로운 시험지를 주면서 다시 풀어오란다. 당당히 합격한다. 


시험은 실용적이다. 운전할 때의 매너와, 표지판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는 테스트다. 그래서 미국 여행에 나서는 분들께 인터넷에서 미국 운전면허 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라고 권한다. 면허를 취득할 필요는 없지만, 특히 시내운전에 요긴하다. 


미국 서부 도시 드라이브


차이나 타운은 두리번거리며 걷는 재미가 있다. 러시안 힐의 롬바르드 스트리트 꽃길은 핸들을 잡고서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알라모 스퀘어 옆에 늘어선 Painted Ladies를 담아내려면 다리품뿐 아니라 드라이브도 필요하다. 금문교 북쪽 전망대나, 트윈 픽스 Twin Peaks는 샌프란시스코를 남과 북쪽에서 한눈에 담을 수 있었는데, 차가 없이는 접근이 쉽지 않다. 


미국 서부 도시 중 샌프란시스코는 그나마 도보로 다닐만하다.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는 도보만으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다. 로드트립은 대 자연 속에서만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아도 미국의 대중교통은 저렴하지 않다. 팀으로 랜트를 하게 되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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