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PD Oct 29. 2021

길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 서부, 작은 도시의 밤

San Jose를 분지로 만든 산을 넘어서면 Santa Cruz 해변을 만난다.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는 동해안 7번 국도의 익스트림 버전이다. 아기자기한 Carmel, 세계적 골프장을 품은 Pacific Grove와 17 miles를 지나면 마을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아차 하는 순간 주유 타이밍을 놓친다. 미국에서 경험하기 힘든 주유원 서비스를 받으며 Gallon 당 1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한다. Big Creek Bridge를 건넌다. 절벽과 해안의 드라마틱한 View Point들이 쉼 없이 다가왔다가 사이드미러 속에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1번 국도


San Simeon에 도착해서야 숙소와 음식을 만난다. 대도시를 벗어난 첫 숙박이다. 파도 소리로만 바다를 확인할 수 있는 밤, 식당 주인의 소개를 받아 영화 속에서 보던 노출된 긴 복도와 룸 번호가 달린 문들이 이어진 숙소에 체크인한다. 하루 종일 이어진 운전에 잠자리의 생소함은 끼어들 틈을 가지지 못한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떠 커튼을 여는 순간, 탄성이 새어 나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드넓은 태평양이 끝없이 펼쳐진다. 초심자의 행운이다.


앤터 로프 캐년 Antelope Canyon


이번이 3번째 Page와의 인연이다. 빛의 계곡 앤터 로프 캐년은 방문 시간이 생명이다. 지역별로 서머타임을 다르게 운영하는 애리조나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인근 마을 페이지 머물러야 예약 시간에 맞추기 좋다. 2년 전을 떠올리며 시작한 검색은 미국이 왜 세계 제일의 관광 수입을 올리는 국가인지를 깨닫게 한다.


5년 전, Forrest Gump Point가 있는 Monument Valley의 해돋이를 직관하자는 제안에 머리를 맞대고 세부 계획을 논의한다. 라스베이거스 밤 12시 출발을 결정한다. 길 이외에는 인간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불모지를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달린다. 몇 시간을 흘렀을까. 눈앞에 거대한 협곡과 이를 막아 Lake Powell을 만든 Glen Canyon댐이 나타난다. 건너편으로 자그마하게 모습을 드러낸 페이지와의 첫 만남의 순간이다. 평온해 보이는 서부 마을이다.


2년 전, Antelope Canyon 색체의 마법으로 시작된다. 인디언들이 운영하는 투어를 11시 반으로 예약한다. 5월 최적 투어 시간대다. 180명이 투어 시작 지점에 시간에 맞춰 도착할 확률은 숙소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페이지에 숙소를 잡기 위한 검색을 시작한다. 3성급 이상이면 몰라도, 2성급에서 45개의 룸을 한 호텔에 잡는 건 쉽지 않다. 두 군대로 나누어 예약을 진행한다. 양쪽 다 가격은 50달러 미만이다. 그랜드 캐년을 뒤로하고 도착한 숙소 상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짐을 풀고 대형 쇼핑몰에 자리한 마트로 장 보러 나선다.


이번에는 6명을 위한 방 두 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검색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2년 사이에 동일 숙소의 가격이 50% 이상 높아져 있다. Horseshoe Bend라는 관광지의 가세는 페이지의 성장에 불을 지핀다. 도시의 성장은 신도시 개발로 이어진다. 페이지에 이르는 길을 따라, 신규 숙소가 들어서는 마을을 찾기 시작한다. 미국 서부 부동산 개발 과정을 체험한다.


그랜드 캐년, 세도나 Grand Canyon, Sedona


San diego에서 새벽 비를 맞으며 출발한 미니밴은 정오의 태양으로 한껏 달궈진 Sedona에 도착한다. 볼텍스의 성지다. Bell Rock, Airport Mesa, Chaple of Holy Cross 트래킹을 마치고 페이지로 향한다. 출국 전, Sedona에서 Page로 이어지는 동선 위에 Flagstaff라는 마을에 숙박 시설이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가격도 착하다. 그랜드 캐년, 새도나, Monument Valley, 페이지를 꼭짓점으로 하는 마름모의 중심에 해당한다. 새도나에서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의 상류를 향하는 오르막을 빠져나오고도 한 시간을 달린다. 전형적인 로드 트립 여행객을 상대로 규모를 키워가는 서부스러운 마을에 도착한다. 대형 마트에서 저녁거리로 치맥을 사들고 국립공원까지의 거리가 반영된 가성비 숙소로 입실한다.


 모뉴멘트 벨리 Monument Valley


내비게이션에 대한 과신은 모뉴멘트 벨리 해돋이 공략의 실패의 쓴맛을 남긴다. 3년 뒤 재 도전은 저녁노을이다. 정오의 햇빛이 만들어낸 앤터 로프 캐년 빛잔치와 홀슈 밴드의 짜릿한 인생 샷을 담은 후, 모뉴멘트 벨리의 붉은 대지와 저녁노을의 궁합을 확인하러 출발한다. 저녁노을 속 The View Hotel과 Goulding's lodge는 일출을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The View Hotel은 발코니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만큼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한다. 인디언 구역에서 한 발 뒤에 자리한 Goulding Lodge는 주방을 갖춘 오두막을 제공한다. 두 개의 퀸 사이즈 침대와, 한 개의 소파 배드로 구성되어 있어 6명 일행에게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게 하지만, 일출, 일몰, 그리고 가정식 식사까지 턴키로 누릴 수 있다. 도착 전 로비에 전화를 걸어 조리 기구를 컨펌받았지만, 배정된 방에는 조리기구가 없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라 다시 한번 체크인 데스크로 향한다. 새롭게 배정된 캐빈은 현관문 앞 데크에서 맥주 캔을 들고 모뉴멘트 벨리를 즐길 수 있는 위치다.


이튿날 새벽, 일출 한 시간 전에 10분도 안 되는 거리의 모뉴멘트 벨리로 향한다. 입장료를 받는 인디언도 출근 전이다. 일본 관광객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촬영 포인트를 안내하고 있다. 드디어 붉은 대지를 뚫고 일출이 시작된다.


아치스, 캐년 랜드 Arches, Canyon Land


Delicate Arch를 향하는 트래킹 코스에는 중국 수학 여행단으로 북적거린다. 아치스 국립공원의 세계적 유명세가 확인된다. 서쪽으로는 그랜드 캐년보다 규모가 크다는 캐년 랜드가 펼쳐진다. 두 개의 국립공원 입구 앞, 최고의 지정학적 위치에 Moab이 있다. 아치스의 인지도 상승으로 급속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신규 콘도들이 air b&b 형태로 여행객을 기다린다. 각오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핫 플레이스의 시세를 살짝 반영한 가격대다.


www.booking.com 지도 상에서 모뉴멘트 벨리로부터 아치스로 이어진 길을 따라 숙소 밀집 지역을 검색하던 중. Blanding이라는 작은, 아주 작은 마을에 마우스가 멈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개의 숙소를 이용하면 45개의 룸도 확보 가능하다. Canyon Land의 Needles입구에 가까운 Monticello가 아치스에 보다 가깝지만 45개 룸을 예약할 수가 없어서 조금 더 남쪽인 블랜딩으로 결정한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고 나서야 도착한다. 주변에 밤까지 영업을 이어가는 마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은, 너무나도 작은 마을이다. 페이지, 모뉴멘트 벨리, 블랜딩으로 이어지는 코스에는 대형 마트, 쇼핑 몰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코로나가 덮치기 전 여름, 아치스의 Devils Garden과 캐년 랜드를 감안한 일정에 맞춰 GreenRiver에 숙소를 확정한다. 모압에 있는 동일 브랜드는 시설도 부실하고 평점도 낮다. 반면 가격은 50% 정도 높다. 아치스나 캐년 랜드 입구까지 40분 정도를 달려야 하지만, 깔끔함을 추구해 보기로 한다.


옐로우스톤 Yellow Stone


영화 2012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는 옐로우스톤은 지구의 태곳적 모습을 간직한 경상북도 크기의 북미 최초 국립공원이다. 가장 가까운 대도시 유타 솔트레이크시티에서도 4시간여 거리다. 이번 여행은 오직 옐로우스톤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시작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운전은 만년설이 덮인 산을 담은 호수의 Grand Teton 국립공원에서 큰 쉼표를 찍는다. 이제 곧 옐로우스톤 South Gate다. 어둑한 공원 도로를 달려 마침내 숙소가 있는 West Yellow Stone에 입성한다. 로드트립은 심야 체크인이 제맛이다.


South Gate에는 바로 국립공원이 붙어 있어서인지 Jakson 까지는 숙소가 없고, East Gate에는 웬일인지 인적이 없다. North Gate는 저렴한 숙소들이 많은 반면, 며칠 동안 이어질 옐로우스톤 탐사 동선에 적합하지 않다. West Gate 바로 앞 웨스트 옐로우스톤이 번성한 이유다. 서부 개척 시대 풍의 통나무로 지어진 호텔로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다.


Old Faithful 주변에는 호텔이 자리한다. 들려오는 바에 따르면 최소 6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끌림은 Bear Lake에서 만난 대형 트레일러를 개조한 캠핑카다. 지금까지의 상상은 이루어졌다.




이전 08화 어디에서 쉬어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