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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Nov 04. 2021

마트, 사막의 오아시스

로드 트립의 맛, 마트 투어

배가 부르다. 거대한 자연은 허기를 채워준다. 세상 끝과 맞닿은 소실점은 무의식의 심연으로 안내한다. 먹는 행위는 시간에 맞춘 습관적 반복이다. 손에 쥐어진 먹거리는 입으로 향하지만 오감은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자연을 향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래도 먹어야 산다.


노르웨이 여행 중 연어 횟감을 구하러 마트로 들어선다. 젊은 여직원의 신기한 듯 훔쳐보는 눈빛이 흥미롭다. 대다수의 여행객이 가이드를 대동한 버스를 이용한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동네 식료품점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은가 보다. 회로 먹을 수 있는 연어가 있는 위치를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미국 서부 로드 트립을 나선 일행들에게 미국 대형 마트는 색다른 트래킹 코스다. 생소한 브랜드, 이름만 익숙한 과일들 사이를 누빈다. 가격도 착하다.


마트와 아이스박스


동선을 정할 때 대형 글로서리 위치를 확인한다. 서울 부산 이상 거리의 인적이 드문 도로를 달려야 한다. 간혹 영화 속에서 보던 오두막 같은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짜디짠 미국 레스토랑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는 거리두기를 강요한다. 도심을 벗어난 도로에는 작은 마트라도 감사하다. 경상북도 크기의 옐로우스톤 공원 안에 들어서면 들소를 사냥하지 않고서는 음식을 구하기 쉽지 않다. 사슴들이 오가는 한적한 도로변 테이블 위로 마트에서 주어 담은 먹거리를 펼쳐 놓는다. 피크닉 타임이다.


옐로우스톤을 향하는 로드 트립 당시 최고의 훈수는 아이스박스다. 미국과 유럽행 비행기를 수차례 동승한 생존 필수템이 된다. 숙소마다 비치된 제빙기의 이유가 밝혀진다. 출발 전 아침마다 제빙기의 얼음을 비닐팩에 담아야 한다. 다음 오아시스까지 물을 포함한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붉은 기둥들이 솟아 있는 브라이스 캐년의 탑돌이를 마치고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힘겹게 오른다. 아이스박스를 꺼내 주차장 한편에 자리한 테이블로 옮긴다. 따뜻한 정오의 햇살 속에서 취향 맞춤 샌드위치를 만들며 다음 일정을 나눈다. 과일과 커피를 후식으로 준비하며 다음 행선지인 그랜드 캐년 노스 림을 향한다.


조리 식품을 파는 마트


경이로움으로 시작된 그랜드 캐년 산책이 무료해질 때쯤, 안내소 인근 마트로 향한다. 코스트코에서 흔히 보던 미국식 대형 통닭구이가 눈에 띈다. 먹기 좋게 포장된 야채와 소스도 장바구니에 담는다. 빵과 치즈 그리고 잼과 버터도. 맥주를 빠뜨릴 순 없다. 공원 여기저기에 놓인 간이 테이블에는 여행객들이 취향대로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새도나의 강력한 볼텍스로 충전된 몸은 저녁을 거부한다. 마트의 조리된 치킨과 생소한 맥주가 저녁거리가 되어준다. 닭은 늘 옳지만, 맥주는 배신을 하곤 한다. 한국에서 만날 수 없던 맥주 체험도 여행이다. 서부의 주유소에 딸린 작은 매점들도 맥주와 와인을 풍성하게 갖추고 있다. 워싱턴 DC나 맨해튼에서는 맥주를 파는 가계를 찾으면 영웅이 된다. 미국 서부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멋진 여행지다.


미국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매장이 많아진다. 아마존이 인수해서 화제가 된 홀 푸드 마트를 들어서면 화덕 피자의 향기가 잠자던 입맛을 깨운다. 샐러드 바에는 유기농 야채들이 가득하다. 선택된 피자들은 화덕에서 온기를 회복한다. 코스트코 피자에 비해 가격은 조금 높게 형성되지만 맛의 차이는 확연하다. 


김치는 한인 마트에서


한 동안 인천 공항에서 김치를 구매하기도 했는데, 통관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 로스앤젤레스를 갈 때면, 디즈니랜드에서 멀지 않은 뷰에나 파크의 한인 타운을 향한다. 대형 한인 마트 두 개가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푸드 코트의 떡볶이, 순대, 어묵은 시차 적응을 돕는다. 지친 입맛을 회복시켜줄 한국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맨해튼 한인 마트는 모둠 반찬 세트도 제공한다. 


조리기구가 있는 숙소


모뉴먼트 밸리의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굴딩스 로지를 예약한다. 조리기구가 갖춰진 숙소다. 숙소 인근에는 대형 마트가 없는 진정한 불모지다. 전날 페이지에서 출발하기 전 스테이크용 고기와 쌈채소 등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재료와 현지 마트에서 사 온 두부 등이 어우러져 된장찌개가 된다. 김치와 밑반찬도 거든다.


워싱턴 DC에서는 Extended Stay America를 선택한다. 조금은 어설픈 주방 도구로 스테이크와 어렵게 구한 맥주로 회식 시간을 가진다. 노르웨이 여행 때는 캠핑 사이트의 캐빈을 주로 이용한다. 숙소를 향하기 전 양고기, 연어, 그리고 와인을 준비한다. 잘 갖춰진 조리기구로 비용 절감과 체력 보충,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독일에서는 냉동 피자와 피자 치즈를 구매한다. 과일과 맥주는 당연하다. 어렵게 동작시킨 숙소의 오븐은 기분 좋은 저녁을 완성시켜준다.


마트 적극 활용 덕분에 여행 경비는 주변인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낮아진다. 맛집 투어는 미국 서부 여행 테마가 아니다. 음식 문화에 대한 프랑스의 타박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이 개척한 미국이다. 자연으로 배를 불리며 로드 트립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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