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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Oct 26. 2021

어디에서 쉬어갈까

미국 서부 도시 여행 중에 숙소에서 생긴 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우스톤을 목표로 한 여정은 시애틀에서 막을 내일 예정이었다. 옐로우스톤 north gate를 출발한 후 6시간 동안 소, 말, 100량 기차만이 유일한 볼거리다. 평탄하던 길은 급격한 고도차를 만나 아찔하게 굽이칠 때쯤 다음 날 여정을 레이니어 화산에서 밴쿠버의 오차드 가든으로 변경하는 합의가 이루어진다. 숙소 예약도 하지 않은 일정이라 변경도 거침이 없다. spokane 중식당의 친절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캐나다 국경으로의 무한 수렴해간다.


위성 도시 숙소


대도시 호텔은 다양한 편의 시설과 높은 부동산 가격을 반영한다. 시애틀 도심을 북쪽으로 벗어나 숙소를 결정하기로 한다. 고속도로 변 광고 간판은 comfort inn, holiday Inn express, motel 8, La Quinta Inn 등을 보여준다. 숙소가 밀집된 지역이다. 주변 분위기를 보니, 작은 언덕을 배경으로 한 깔끔한 마을이다. 숙소 앞에 차를 댄다. 여직원이 데스크를 지키면 직접 나서고, 남자 직원이 보이면 여동생이 흥정을 하러 나선다. 직원에게 가격을 확인하고, 가능한 디스카운트 플랜이 있는지 묻는다. 컴퓨터를 보는 듯하더니 10% 할인을 적용해준다. 정가는 있지만 사람이 사는 동네다.


4인 1실


7명을 위해 퀸 침대 두 개를 갖춘 룸 두 개를 잡는다. 독일과 노르웨이 숙소는 돌아 눕기가 두려운 침대를 갖춘데 비해, 미국은 퀸, 킹 배드가 대부분이다. 표준 이상으로 건장한 성인 남자 둘이 퀸 침대를 사용하기에는 답답할 수 있지만, 평균적인 한국인 4명이 퀸 사이즈 침대 두 개인 방을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킹 사이즈 침대의 경우, 길이보다 폭이 넓다. 초등생 아이 둘과 여행을 하는 엄마는 양쪽 팔에 하나씩 끼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전해준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때는 성인 2명 18세 이하 2명으로 예약을 진행한다. 투숙객 2인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역경매 사이트


12월 30일 밤 맨해튼.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린다. 간혹 5시 넘어 몇 개 남지 않은 빈 방을 감동적인 가격으로 www.priceline.com이나 www.hotwire.com에 내놓는 호텔이 있다. 치밀한 일정 없이 다니는 여행의 묘미다. priceline.com 이 멋진 가격을 선보인다. wall street의 4성 호텔이 68달러다. 역경매 사이트는 호텔 이름을 숨기고, 대략적 위치만 노출한다. 맨해튼의 구역별 치안 상태에 대한 지식이 이런 경우 도움이 된다. 예약을 확정하니 호텔 이름이 드러난다. 메리어트다. 초고층 호텔방에서 허드슨 강과 그 너머의 뉴저지의 야경과 새벽을 영접한다.


워싱턴 DC의 치안은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한다. 친구는 German Town과 Geithersburg를 추천한다. 시내까지 가깝지는 않지만 안전하단다. 친절한 역경매 사이트는 3성 호텔인 힐튼을 35달러에 제공한다. 샌디에이고로 출발하기 며칠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www.hotwire.com을 검색한다. 시내의 4성 호텔이 55달러에 나온다. 이전에 예약한 샌디에이고 외곽의 숙소를 가볍게 취소한다.  


샌프란시스코


80명을 위해 20개의 방을 잡으려면 6개월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몇 해 전 묵었던 골든 게이트 파크 남쪽의 가성비 숙소는 사라지고 없다. 차선의 선택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이다. 최고급 호텔도 있지만, 2성급 정도의 가성비 숙소가 많은 편이다. 치안도 문제없고, 무료 공항 셔틀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마지막 날 저녁 랜트카를 미리 반납하고 다음 날 셔틀을 이용하면 추가 몇 시간 때문에 하루치 렌트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면할 수 있다.


8박 10일 여정의 마지막 날 밤을 맥주와 수다로 지새운다. 다음 날 아침, 셔틀을 타기 위해 데스크로 모여든다. 다시 한번, 글로 남겨야 하는 미국임을 깨닫는다. 셔틀 운행이 30분 간격이고, 정원 이상을 태울 수 없단다. 80명이 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화로 셔틀에 대한 컴펌을 해 준 직원은 퇴근했고, 통화가 안된다며 나 몰라라 한다. 황당한 상황은 셔틀 기사에게 팁을 주는 방법으로 해결된다. 여기는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이다.


다음날의 Napa Valley와 샌프란시스코 시티 투어 일정을 고려해서 샌프란시스코 북쪽 도시들을 검색한다. Six Flag 인근의 Vallejo가 눈에 들어온다. 테마파크 인근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은 곳이어서 대체로 안전하다. 처음 가보는 지역이라 미국 현지의 여행 전문 카페 운영자에게 문의를 통해 확인까지 한다. Lake Tahoe에서 BBQ로 점저를 마친 후 살짝의 불안함을 안고 숙소를 향한다. 숙소는 높은 펜스로 둘러싸여 있지는 않다. 하지만 주변의 청결 및 안전은 기대에 못 미친다.


미국 도착 첫날의 몽롱한 상태에서의 샌프란시스코 운전을 피하기 위해 차터 버스를 임대한다. 시티 투어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만 남쪽, 실리콘 밸리의 산호세 공항 인근에 숙소를 향한다. 미국 파견 근무 당시 사무실이 있던 곳이라 치안에 대한 확신이 작용한 결정이다. 다운타운은 아니지만 도심에 자리하다 보니 시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후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이한다. 점차 시설이 좋아지는 숙소에 일행들의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로스앤젤레스


미국 액션 영화 총격신의 주요 무대다. 첫 로스앤젤레스 여행 때, 유학 중이던 선배는 디즈니랜드 주변 숙소를 추천한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모이는 곳이다. 가성비가 좋고, 밤에 걸어 다녀도 큰 문제가 없다. 디즈니랜드까지의 셔틀이 제공되기도 하고, 1킬로 정도의 거리의 숙소이면 도보로도 다닐 만하다. 11시면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디즈니랜드에서 직관한 일행들이 걸어서 숙소를 찾아온다.


샌디에이고


시차 적응 실패로 아침 일찍부터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한다. Las Ameicas Premium Outlets이 목적지다. 오픈 시간 전이라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멕시코 국경의 높은 담장과 양국 국기가 펄럭이는 국경 검문소를 배경으로 인증 숏 타임을 가진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주한 인근 마을은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온 이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난다.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집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을 위한 신도시들이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확장되어 간다. Carlsbad와 Oceanside에 이르면 비치 주변의 숙소나, 아기자기한 작은 상점들이 즐비한 마을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이른 아침, 돈 많이 벌어 오라는 응원을 받으며 산호세를 출발한다. 9시간을 3명이 교대로 운전을 한다. 해가 저물 무렵 거대한 네바다 주 진입을 알리는 카지노 호텔이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는 해가 뜨려 한다. 아니다. 자정 전인데 해가 뜰 리 없다. 불타는 라스베이거스의 조명들이 만들어낸 빛잔치다. 룩소 호텔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조명은 이곳을 향하는 이들에게 등대가 되어준다.


열 번이 넘지 않을까. 너무나도 익숙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3성급 이하의 숙소에서 머문 기억이 없다. 신혼여행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커플이 비용을 아낀다고 2성급 모텔을 예약한 후일담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금, 토일을 제외한다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여행에 지친 이들에게 위한 최고의 휴식 공간과 저렴하지만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준다. 아이들에게는 뜨거운 사막의 태양을 담은 호텔 수영장을 선사한다. 카지노에 홀리지만 않는다면 소비자가 승리할 수 있는 도시다.


라스베이거스 메인 스트립에 자리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명품 거리를 품은 시저스 팰리스, 태양의 서커스 KA 쇼가 열리고, 5000개 이상의 객실을 가진 거대한 MGM, 맨해튼의 마천루 사이를 롤러코스터가 오가는 뉴욕 뉴욕, 에펠탑 뒤에 자리한 파리스, 거대한 분수쇼로 오가는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벨라지오, 거대한 수로가 호텔을 누비는 베네치안, 해적 쇼를 선보이는 트레저 아일랜드는 각자의 매력을 뽐낸다. 호텔 뒤편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유료화되는 추세이기도 하고, 호텔 내부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다. 메인 스트립에 숙소를 잡고 호텔에서 호텔로 넘나들며 때론 맥주 한잔으로 여유를 즐겨본다.


숙소를 검색할 때는 www.booking.com이나, www.hotels.com을 주로 사용하지만 라스베이거스만은 지역 사이트(?)를 애용한다. 이번에도 역시 엑스칼리버가 www.lasvegas.com에서 최저가다. 해가 지고서야 라스베이거스의 불빛의 인도를 받아 도착한다. 슬롯머신이 가득 찬 로비를 지나 길게 자리한 check in 데스크로 간다. 예약서를 내밀고 룸키와 3박에 해당하는 3개의 쿠폰북을 요청한다. 쿠폰북 하나에는 2개의 뷔페 무료 쿠폰이 포함되어 있다. 직원은 하나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약 문서를 보여주면서 1박당 하나가 아니냐고 거듭거듭 확인한다. 마침내 등판한 매니저는 중개 사이트를 통한 예약이라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리모델링된 방으로 배정해주는 타협안을 제시한다. 당시에는 리조트 피도 없었고, 일박당 25달러였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맛이 있다. 가족과 가볍게 떠날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가슴속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감을 느낀다. 수십 명이 어우러지는 여정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의 피드백이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편안한 밤은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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